고양이 사는 툇마루서 차 한잔···인스타 ‘사진 맛집’ 뜨는 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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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는 맛만큼 분위기가 중요하다. 차를 마시는 사소한 일도, 고즈넉한 고택에서 하면 낭만이 된다. 햇볕 잘 드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바람 맞으며 목을 축이는 것만으로도 평온이 찾아오는 법이다. 오랜 삶의 흔적, 느긋한 풍경이 있는 찻집을 찾아 남도로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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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고택 산책 - 전남 구례 쌍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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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상사마을은 예부터 명당으로 통했다. 지리산(1915m) 남쪽 자락에 걸터앉아 섬진강을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농촌이다. 마을 안쪽에 약 200년 역사의 고택 쌍산재가 있다. 안채‧사랑채‧건너채 등 여러 살림채가 대숲 언덕을 따라 적당히 거리를 두고 들어앉아 있다. 해주 오씨 가문이 6대에 걸쳐 살아온 집인데, 2004년 일반에 개방했다. “오래된 집은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야 윤기가 생기고 더 단단해진다”고 6대 오경영씨는 말한다. 고택 6채를 한옥 체험 시설로 꾸렸는데, 하룻밤에 8만~20만원을 받는다. 관람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입장료(5000원)를 내면 매실차 같은 전통차를 내어준다. 차를 한 잔 받아들고 고택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숲 언덕 너머에 너른 정원과 연못이 있는데, 요즘은 연꽃과 화초가 한창 멋을 부린다. 기념사진 명당으로 통하는 서당채 만큼은 숙박을 받지 않는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고택과 정원이 알아서 그림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손님 대부분이 20대 연인이다. 당몰샘도 명물이다.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우물로, 쌍산재 바깥마당에 있다. 쌍산재에서도 이 물로 차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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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차밭 배경 삼아 - 경남 하동 매암제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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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땅에만 차밭이 103곳에 이른다. 섬진강을 따라가다 보면 연둣빛 차밭이 흔하다. 매암제다원은 1968년부터 3대째 차를 덖는다. 악양천이 굽어 보이는 비탈에 2만800㎡(약 6300평) 규모의 차밭을 일궜다. 전국의 이름난 다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차밭에 딸린 옛집 덕에 운치가 남다르다. 다원보다 건물의 역사가 더 굴곡지다. 입구의 목조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적산가옥으로 94년의 세월을 버텼다. 조선총독부 산림국 산하의 임업시험장 관사로 쓰다 해방 후 다원의 것이 됐고, 지금은 차 박물관으로 활용 중이다. 낡은 목조 주택이 주는 따뜻한 분위기, 연둣빛 차밭을 내려다보는 평온한 전망 덕에 젊은 층 사이에서도 핫 플레이스로 통한다. 인스타그램에 ‘매암제다원’을 검색하면 1만3000개 이상의 인증사진이 쏟아진다. 옛 농막을 찻집으로 꾸민 매암다방에도 주말 하루 400명 이상의 손님이 다녀간단다. 물봉선화 향을 닮은 ‘매암홍차(5000원)’가 대표 메뉴. 차 박물관과 차밭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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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한옥이 있는 풍경 – 경남 하동 차꽃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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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살림집을 숙소나 찻집으로 개조하는 경우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차꽃오미는 지은 지 100년 가까운 한옥을 고쳐 2017년부터 손님을 받는다. 시골 할머니 댁처럼 정겹다. 안채는 민박, 행랑채는 찻집으로 쓴다. 팔작지붕을 올린 ‘一’자형 안채와 행랑채가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구조다. 행랑채 안쪽이나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지만, 가장 인기 자리는 안채의 툇마루다. 차만 마셔도 되고, 자고 가는 것도 가능하다. 안방은 하룻밤 12만원, 사랑방은 10만원을 받는다. 보이차나 황차를 넉넉히 담아 방에 넣어준다. 조식(토스트)에도 차가 딸려 나온다. 오후 7시 찻집 손님이 빠져나가고 나면, 다음날 정오까지 세 마리의 고양이와 손님만 남는다. 팔자 좋은 고양이들과 툇마루에 널브러져 있다 보면, 며칠이고 눌러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자리 경쟁이 퍽 치열한 편이다. 숙박하려면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구례‧하동=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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