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내셔널]여름밤 은하수가 쏟아지는 곳, 강릉 안반데기

오후 9시 하늘에 은하수 나타나자 탄성

밤하늘 수놓은 별 보며 즐거운 여름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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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크게 반짝이는 별이 전갈자리입니다. 잠시 뒤면 그 옆으로 환상적인 은하수가 보일 거예요.”


지난 16일 오후 8시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안반데기 마을. 태백산맥의 험준한 산 능선에 있는 배추밭을 따라 멍에전망대에 오르자 20여 명의 관광객과 사진동호인들이 은하수를 감상하기 위해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반데기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별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고 사진동호인들의 움직임은 분주해졌다. 사진동호인들은 은하수를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찍기 위해 전망대 이곳저곳을 다니며 명당(?)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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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상했던 시간에 은하수가 나타나지 않자 한 사진동호인은 “달이 너무 밝으면 은하수를 눈으로 보기 힘든데 오늘은 달이 상당히 밝아 은하수가 늦게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9시쯤 남동쪽 하늘에서 서서히 은하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와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것 같다”, “세상에…. 은하수를 직접 볼 수 있다니” 등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다른 한쪽에선 멍에전망대 북쪽에 설치된 대형 풍력발전기를 감상하던 한 관광객이 발전기 옆으로 보이는 북두칠성을 보며 “별이 바로 앞에 있는 것 같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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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분당에서 강릉 안반데기로 사진 촬영을 오는 전모(64·여)씨는 “은하수는 4월부터 8월 정도까지 볼 수 있는데 시기별 정확한 관측 시간을 알고 와야 한다”며 “4월에는 새벽 2~3시, 5월은 자정~1시, 6월은 오후 10~11시, 7월은 오후 8~9시, 8월은 해가 지면 남동쪽 하늘에서 신비로운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는데 보름달이 뜨는 시기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안반데기는 해발 1100m의 고산지대에 있다. 이곳은 은하수 만큼이나 일출명소로도 유명하다. 요즘 같은 시기엔 끝없이 펼쳐진 고랭지 배추밭과 아침 안개 위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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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반데기는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오목하고 넓은 통나무 받침판 ‘안반’과 평평한 땅을 뜻하는 우리 말인 ‘덕’에 강릉사투리가 더해져 만들어진 지명이다.

행정지명은 대기리로 조선 후기 인문지리지인 ‘여지도서’에도 ‘대기’라고 기록돼있다. 큰 터가 자리하고 있어 ‘큰 터’, ‘대기’라 불러왔다고 한다. 대기리는 원래 강릉군 구정면 지역이었는데 1917년 상구정면이 왕산면으로 개칭되면서 대기리는 왕산면에 포함됐다.


대기리는 처음엔 3개리였다. 하지만 1967년 화전민이 들어와 안반데기 농지를 개간했고, 감자와 배추 등 채소를 심으면서 마을이 4개리로 확장됐다.


안반데기는 화전민들이 소와 함께 밭을 일구던 개척정신과 애환이 깃든 곳이다. 배추밭은 급경사지라 기계를 이용한 농사가 어렵다. 화전민들은 가파른 비탈에서 소와 곡괭이 등을 이용해 밭을 일궈왔다.


현재 마을엔 20여 가구 4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데 이들이 농사를 짓는 배추밭과 양배추밭, 감자밭은 19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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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4리 이정수(60) 이장은 “8월 중순부터 추석 전까지 짧은 기간 전국에 공급되는 배추의 70%가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반데기 마을엔 숙박시설이 1곳뿐이다. 시설도 3개 동에 불과해 성수기엔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숙박시설은 멍에전망대와 1㎞ 거리에 있다.


서울에서 여자친구와 여행을 온 백승우(34)씨는 “이렇게 많은 별과 은하수를 보는 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많은 별을 한참 동안 바라보니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았던 여유를 되찾은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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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반데기 마을 주변은 볼거리도 다양하다. 인근 노추산에는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모정(母情)탑’이 있다.

모정탑은 대기리에서 노추산 계곡을 따라 900m가량 들어가면 나온다. 이곳에 가면 고(故) 차옥순씨가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며 1986년부터 26년간 쌓은 3000개의 돌탑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수능과 취업 시즌이면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명소기도 하다. 모정탑길은 2018평창겨울올림픽 개최도시 평창·강릉·정선을 잇는 9개 트레킹 코스 ‘올림픽 아리바우길’에 포함되기도 했다.


안반데기 마을은 고지대 특성상 봄은 늦게 오고 겨울은 일찍 시작된다. 한여름에도 밤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져 두툼한 옷을 입어야 한다.


강릉=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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