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개성공단이 눈앞에, 관광지 된 비무장지대
DMZ 평화의길 3코스 비교 분석
고성, 바다·산 어우러진 천하 절경
철원, 전쟁 상흔 또렷한 아픔의 길
파주, 철거 GP 자리에 평화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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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대표 관광 콘텐트가 ‘평화 관광’이다. 특히 공을 들이는 사업이 비무장지대에 걷기여행길을 조성하는 ‘DMZ 평화의길’이다. 지난해 4·27 정상회담 이후 문체부·국방부·행안부 등 5개 부처가 수십 차례 머리를 맞댔고, 유엔사 허가를 받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4월 27일. 정전 후 최초로 민간인이 비무장지대(DMZ)를 걷는 길이 강원도 고성에 열렸다. 문 대통령도 고성 코스를 걸었다. 이어 6월에는 철원 코스가, 8월에는 파주 코스가 개방됐다. 세 코스 모두 탐방비가 없다. 대신 치열한 예약 경쟁을 거쳐야 한다. 두루누비나 디엠지기 사이트에서 탐방 한 달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개장에 맞춰 세 개 코스를 다 걸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각 코스 장단점을 소개한다.
금강산을 내다보다 -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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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 3개 구간 중 유일하게 2개 코스로 나눠 운영한다. 도보 이동 2.7㎞가 포함된 A코스(전체 길이 7.9㎞)와 차만 타고 다니는 B코스(7.2㎞). 한 회에 A코스는 20명, B코스는 80명만 입장할 수 있다. A코스 신청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모두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12월 통일전망대 옆에 34m 높이의 새 전망대가 들어섰다. DMZ의 D자를 형상화했다. A코스는 전망대 옆 해안 철책으로 내려가 2.7㎞를 걷는다. 파도 소리 들으며 걷다 보면 2003년 작업 중 지뢰를 밟고 폭파된 포크레인 잔해가 보인다. 탐방로 옆으로 미확인지뢰 지대가 이어진다.
해안 철책로를 다 걸으면 차를 타고 통문을 지나 금강산 전망대로 간다. B코스 탐방객은 출발지에서 버스를 타고 바로 여기로 온다. 이름은 전망대지만 DMZ 안쪽이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군 OP(관측초소)이다. 통일전망대에서 멀찍이 보였던 금강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금강산 채하봉(1588m)과 해금강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없는 지금, 남쪽에서 보는 북쪽 최고의 절경이라 할 만하다. 평화의길 세 코스를 모두 가보고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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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코스 탐방객은 여기서 통일전망대로 복귀해 일정을 마친다. B코스 탐방객은 DMZ박물관으로 이동해 약 40분간 관람한다. 냉전 시대 유물과 DMZ 생태를 볼 수 있다.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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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 3개 코스 중 분단의 엄중함과 전쟁의 상흔이 가장 절절하게 느껴지는 코스다.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인 백마고지 전적지에서 출발한다. 1952년 10월 6~15일 열흘 사이에 12차례나 고지 쟁탈전이 벌어졌던 현장으로, 영화 ‘고지전’의 배경이다. 백마고지 전적비 앞에서 묵념한 뒤 탐방을 시작한다. 전쟁 당시 국군 3500명이 희생됐다.
전체 코스 15㎞ 중 도보 이동 구간이 3.5㎞로 세 코스 중 걷는 길이 가장 길다. 걷기 불편한 사람은 차를 타도 된다.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조망대까지 차를 타고 1.5㎞ 이동한 뒤 걷기 시작한다. 도보 이동 구간이 3개 코스 중 가장 좋았다. 길 왼쪽에 논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에 철책이 서 있다. 길 양옆의 풍경이 극렬한 대비를 이룬다. 도보 이동 구간 종착지는 공작새 능선 전망대다. 북서쪽으로 공작새가 날갯짓하는 듯한 산세가 보인다. 남북 경계를 넘나드는 역곡천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이 마냥 평화롭다.
다시 차를 타고 가다 통문 앞에서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맡기고 DMZ로 들어간다. 최종 목적지는 정전 후 최초로 개방된 화살머리고지 GP. 초소 1층에 깨진 철모, 총탄 구멍이 난 수통, 총알이 장전된 채 녹슨 소총이 전시돼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남북이 함께 유해 발굴과 지뢰 제거 작업을 하면서 찾아낸 물품이다. 여기서 군사분계선까지 500m다. 평화의길 3개 코스 중 북한에 가장 가까이 가는 셈이다.
눈앞에 개성공단이 -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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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 3개 코스 중 서울서 가장 가깝다. 파주 임진각이 출발지다. 먼저 임진강을 따라 조성된 1.4㎞ 길이의 생태탐방로를 걷는다. 19.2㎞ 길이의 파주 코스 중에서 유일하게 걷는 구간이다. 고성이나 철원만큼 드라마틱한 풍광도 없고, 길에 서린 이야깃거리도 약한 편이다. 생태탐방로는 굳이 평화의길 탐방 신청을 하지 않아도 걸을 수 있다. 파주시의 ‘임진강변 생태탐방로’와 겹친다.
통일대교 아래서 차를 타고 도라전망대로 이동한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새 전망대는 군 초소 느낌의 구 전망대와 달리 최신시설을 자랑한다. 카페도 있다. 통유리창 너머로 개성공단과 개성 시내, 송악산이 훤히 보인다. 전망대는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전망대도 별도 탐방 신청 없이 입장할 수 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한다. 통문 앞에서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맡기고 DMZ로 들어간다. 철책 1㎞ 안쪽에 총탄 자국 선명한 건물이 한 채 보인다. 1934년에 지어 한국전쟁 때까지 쓰인 구 장단면사무소다. 인근에 장단역, 죽음의 다리도 있다는데 수풀이 우거져 안 보인다.
종착지는 철거 GP다.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우리 측이 철거한 10개 GP 중 하나다. GP 터에는 수거한 철을 녹여 만든 평화의 종과 탐방객의 메시지가 걸린 희망 트리가 서 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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