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농구 챔피언…결혼 앞두고 경사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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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챔피언 부부입니다.”


손을 꼭 잡고 걸어 온 남자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가드 배병준(33)과 여자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포워드 고아라(35)가 웃으며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성북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수줍은 표정으로 청첩장을 건넸다. 둘은 오는 13일 서울에서 백년가약을 맺는다.


현역 프로농구 선수끼리 결혼도 드문 경우인데, 예비부부가 같은 시즌에 나란히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휩쓰는 통합우승을 차지한 건 더더욱 이례적이다. 고아라는 “다른 나라 사례를 찾아봐야겠지만, 아마도 농구에서 ‘부부 동반 통합우승’은 전 세계 최초가 아닐까”라며 웃었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2시즌 연속 통합우승(지난 시즌은 서울 SK 소속)을 거둔 배병준은 “그보다 부부 동반우승이 더 값지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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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준은 지난 7일 SK와의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고비마다 3점슛 4개를 터트리는 등 16점을 올려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 달 전인 지난 3월에는 우리은행 고아라가 먼저 통합우승을 거뒀다.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18점·10리바운드를 기록한 고아라는 데뷔 17년 만에 첫 우승을 맛봤다. 둘 다 ‘식스맨’으로 PO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우리은행 우승을 기념해 동료들과 하와이 여행 중이던 고아라는 남자농구 챔프전 7차전 당일에 중도 귀국했다.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탔고 3쿼터가 막 시작했을 때 안양체육관에 도착했다. 배병준은 “관중석에 나타난 여자친구를 확인한 뒤 더욱 힘을 냈다”고 했다. 배병준도 지난 3월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고아라가 우승하는 순간을 함께 했다. 고아라는 “용기를 내 KGC 김상식 KGC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 경기 전날인데도 병준이가 부산에 오는 걸 허락해주셨다. 서로 ‘승리의 요정’이 된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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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연을 이어준 건 배병준의 SK 시절 룸메이트였던 포워드 최준용(29)이다. 배병준은 “준용이가 2021년 여름 ‘좋은 사람이 있다’며 소개해줬다. 만나기 일주일 전부터 모바일 서바이벌 슈팅 게임을 했는데 ‘누나’가 날 엄호하면서 지켜줬다. 직접 만나보니 키도 훤칠하고 예뻤다. 첫눈에 반해 만난 당일 사귀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아라는 “내가 회를 못 먹는데 초밥집을 예약했더라”라며 웃은 뒤 “병준이는 한국 농구 선수 중 헤어밴드가 제일 잘 어울리지 않나. 슛 폼도 정말 예쁘다”고 했다. 둘은 서로의 애칭을 ‘알링(고아라+달링)’, ‘배뱅(배병준 별명)’이라 불렀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연골이 거의 없는 고아라는 작년에 하나원큐와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이 결렬됐다. 고아라는 “협상하는 날 크게 좌절했는데, 카페 다른 테이블에서 기다린 병준이가 ‘그만둬도 내가 먹여 살리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사실상 방출된 뒤 우리은행과 계약한 고아라는 최근 10시즌 중 가장 높은 3점슛 성공률 36.5%를 기록했다. 올 시즌 3점슛 성공률이 39.2%인 슈터 배병준이 “슛 타점을 높여보자”고 조언했다. 고아라는 “‘난 배병준이다’라고 생각하며 쏘니 잘 들어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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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팀을 전전하다가 올봄 최고의 시즌을 맞았다는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배병준은 “(최)준용이로부터 ‘why not(안될 게 뭐가 있어)’ 자세를 배웠다”고 했다. 고아라는 “‘JJ재활센터’라 불리는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님이 부상과 관련해 조언을 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두 사람 모두 FA 자격을 얻었다. 예비신부 고아라는 지난달 먼저 우리은행과 재계약(2년)을 끝냈다. 여러팀의 관심을 받고 있는 배병준은 “FA 계약과 관련해 ‘누나’ 말을 잘 들으려고 한다. 신혼집은 팀이 확정되면 정하려고 한다. 신혼집에 우승 반지를 진열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아라는 “2세가 태어나면 엄마 아빠의 장점을 물려받아 키가 2m쯤 되는 가드가 됐으면 한다. 어릴 적부터 ‘아기상어’ 대신 NBA(미국프로농구) 경기를 보여주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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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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