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극과 극” 아이돌 멤버에서 기획사 대표 된 지코

[컬처]by 중앙일보

프로듀싱 실력 바탕 홀로서기

첫 솔로앨범 ‘싱킹’ 오늘 공개

“제가 못하는 음악도 발굴할 것

그룹 블락비 해체나 탈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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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불모지에서 뿌리를 내렸고/ 눈보라 칠 때 열매를 맺었어/ 괴물을 꺼내지 않으면 이 테스트를 끝내지 못해”


가수 지코(27)가 8일 발표하는 첫 솔로 정규 앨범 ‘싱킹(THINKING)’에 수록된 ‘디스토피아’의 노랫말이다. 지난 9월 발표한 ‘파트 1’과 이번에 발표하는 ‘파트 2’를 묶어 총 10곡을 담았다. 2011년 7인조 보이그룹 블락비로 데뷔해 2015년 Mnet ‘쇼미더머니4’ 프로듀서로 활약하면서 ‘실력파 래퍼’로 자리매김한 그가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이번 앨범엔 다시 한번 본인이 가진 이미지를 깨는 데 집중한 흔적이 역력했다.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자신의 모습을 풍선에 빗댄 ‘벌룬’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커질 대로 커져 버렸는데/ 속에 든 거라곤 몰래 삼킨 한숨” 등 자조적인 노랫말은 쓸쓸함을 자아낸다. “난 아이돌이었다 래퍼였다/ 호감이었다 비호감이었다/ 극과 극 어느 축에도 못껴”(‘극’) 같은 고민도 엿보인다. 그룹 활동 도중 틈틈이 발표한 싱글 ‘버뮤다 트라이앵글’(2016)처럼 무거운 힙합곡부터 ‘아티스트’(2017) 같은 발랄함, ‘소울메이트’(2018) 같은 세심함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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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불문하고 ‘음원 차트 강자’로 군림했던 그는 “내 안에 인정하기 싫었던 부분을 들여다보면서 음악의 결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의 우선순위는 항상 일이었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씨를 뿌리고 수확해야 뭔가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를 엄청 채찍질했어요. 제가 가진 밝고 경쾌한 부분을 부각하되 무력감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은 무시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사는 게 내게 해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구상한 ‘벌룬’ 뮤직비디오에도 이 같은 감정은 고스란히 묻어난다. “풍선은 스스로 날아가는 방향을 정할 순 없잖아요. 그토록 올라가고 싶은 하늘이었는데 막상 올라가면 땅이 보이기도 하고. 그럼 또 땅으로 가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그는 부지런히 시선의 폭을 넓혀갔다. 배우 배종옥이 데뷔 35년 만에 첫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지코의 ‘남겨짐에 대해’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눈빛만으로 쓸쓸하고 공허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분이잖아요. 저랑 너무 멀리 계신 분이라 큰 기대 없이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응해주셔서 기뻤죠. 워낙 팬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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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은 홀로서기 후 처음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소속사 세븐시즌스와 계약이 종료된 지코는 올 초 KOZ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정글의 왕(King Of the Zungle)’이자 ‘지코의 음악(ZICO’S)’이라는 뜻을 함께 담았다. 그는 “블락비로 데뷔하기 전부터 제작과 프로듀싱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독립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혼자 하다 보니 행정적인 부분이나 예산까지 신경 써야 해서 힘들긴 하지만 재밌다”고 말했다.


블락비 시절에도 박경과 함께 팀 내 프로듀싱을 도맡았던 그는 “멤버들의 다양한 음색을 조합하고 구현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때론 버겁기도 했다"며 "혼자 해서 좋은 점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땐 너무 절박했어요. 회사에 따로 프로듀서가 없어서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덕분에 자립심이나 협동심이 커졌죠. 반면 솔로 활동은 능력의 부족과 보상을 모두 제가 떠안는 거니까 한결 단순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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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독립이 곧 “블락비의 해체나 탈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지금은 솔로 활동에 주력하는 시점일 뿐” 언제든 다시 팀 활동을 할 수 있단 얘기다. 이전 소속사와 재계약한 재효ㆍ태일ㆍ비범은 현재 군 복무 중이고, 피오ㆍ박경ㆍ유권은 솔로 활동 중이다. 지코는 “요즘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룹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며 “타이밍이 조금씩 빗겨나갔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요즘 그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KOZ다. 자신과 음악적 색깔을 공유하되 스펙트럼을 넓혀나갈 수 있는 레이블로 꾸려나가고 싶다는 것. “세정의 ‘꽃길’은 지금 다시 들어봐도 좋은 것 같아요. 전혀 지코가 만든 것 같지 않지만 톤 앤 매너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할 줄 아는 음악도 할 줄 알고, 하지 못하는 음악도 할 줄 아는 친구들을 많이 발굴하고 싶어요. 지금 데뷔를 준비 중인 친구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무해함이 장점이에요. 앞으로 제가 또 힙합을 할 수도 있겠죠. 그냥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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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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