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날자, 저 우주로 … 한국판 ‘인터스텔라’ 나온다

[컬처]by 중앙일보

한국영화·예능 새 키워드 ‘우주’

천만 감독 김용화·윤제균의 도전

“국내 CG·특수효과 기술 급상승”


눈앞에 다가온 일반인 우주여행

화성탐사 내건 TV예능도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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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성큼 다가온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밟은 것이 내년이면 50주년. 이제는 이런 국가 주도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민간인 대상의 우주 여행 상품도 공상으로 여겨지지 않는 시대다. 제프 베저스의 블루 오리진,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같은 민간 기업이 실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중문화에서도 우주가 새로운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김용화 감독의 ‘더문’, 윤제균 감독의 ‘귀환’ 같은 영화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두 내년 개봉이 목표인 우주 소재 영화다. 각각 ‘신과함께-죄와 벌’ ‘국제시장’으로 1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역대 극장가 흥행 2, 3위의 기록을 보유한 흥행 감독들의 신작이다.


이 중 윤제균 감독의 ‘귀환’은 한국 최초의 우주정거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홀로 남게 된 우주인과 그를 귀환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황정민과 김혜수가 남녀 주연으로 캐스팅 되어 각각 우주정거장의 전임, 후임 지휘관 역할을 맡는다. 시나리오를 토대로 현재 프리비주얼 작업을 진행중이고, 올 가을 쯤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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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의 ‘더문’은 아직 캐스팅은 미정. 우연한 사고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남자와 그를 귀환시키려는 지구의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로, 제목에서처럼 달이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과함께’ 1·2편에 이어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스튜디오가 VFX(시각 특수 효과)를 맡고, 내년에 아시아 지역 동시 개봉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굵직한 흥행사이자 대중적 화법에 능한 두 감독이 나란히 우주 영화를 기획한 데는 최근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소재인데다, 이를 구현할 기술력·연출력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귀환’ 제작사 JK필름의 이창현 이사는 “윤제균 감독이 ‘국제시장’이 흥행할 무렵부터 차기작을 하게 되면 새로운 도전, 색다르고 안 해 본 것을 해보고 싶어했다”며 “그 중 하나가 우주 영화”라고 전했다. 그는 “‘해운대’도 그랬지만 ‘국제시장’에서 흥남철수, 이산가족찾기 같은 장면을 CG(컴퓨터 그래픽)와 VFX로 완성한 경험 덕분에 우주를 구현할 용기를 얻은 것 같다”며 “윤 감독이 ‘국제시장’을 안 했으면 우주 영화를 하겠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덱스터스튜디오 박지성 본부장은 “기술적으로 전에는 못 했던 장르, 꿈꿨던 장르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은 영화인들이 비슷한 것 같다”며 “두 감독만 아니라 충무로에 이런 장르에 관심을 둔 곳이 여럿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TV에서는 예능이 드라마보다 먼저 우주로 다가갔다. 과거 MBC ‘무한도전’이 러시아 우주 연구 시설의 항공기를 통해 대기권에서 무중력 상태 체험을 보여줬다면, 지난 15일 시작한 tvN ‘갈릴레오:깨어난 우주’는 미국 유타주 외딴 사막에 자리한 화성 탐사 연구 기지(MDRS, Mars Desert Research Station)로 향했다. 화성과 같은 조건을 가정한 이곳에서 김병만·하지원·닉쿤·김세정 등이 7일 동안 생활하며 여러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영준 PD는 “과학이라는 요소를 예능에 도입하고 싶어서 스터디를 해보니 요즘 우주 과학 분야에서 제일 큰 화두가 화성이더라”며 “단순히 화성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는 것을 겨냥한다”고 전했다. 이 기지는 전세계 과학자 등의 신청을 받아 화성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각종 문제나 극복 방안에 대한 연구·실험 기회를 제공하는 곳. 이 PD는 “예능 프로라니까 한번에 거절당했는데 김병만씨가 ‘정글의 법칙’등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런 사람이 화성에서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설득했다”며 “화성이 언젠가 과학자만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도 가야 ‘이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BS에서 ‘정글의 법칙’ ‘주먹쥐고 소림사’ 등을 만들었던 그는 방송사를 옮긴 뒤 이번이 첫 작품이다. 특히 과학 분야 중에도 우주에 주목한 이유를 “‘인터스텔라’가 관객 1000만이 넘고 ‘마션’ ‘그래비티’ 등도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많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우주라고 하면 이처럼 최근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쉽게 떠오르지만, 과거 한국의 대중문화에서도 우주는 결코 낯설기만 했던 곳은 아니다. 요즘 ‘꽃할배’로 사랑받는 80대 배우 이순재가 이미 50여년 전 한국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연기한 것이 단적인 예다. 1967년 개봉한 영화 ‘대괴수 용가리’(감독 김기덕)에서다.


박상준 한국SF협회 회장은 이런 영화를 비롯해 “과거에는 한국 이름을 가진 우주인이 등장하는 만화나 청소년 SF소설이 많이 나와 인기를 누렸다”고 전했다. 각각 60년대초, 70년초 발표된 『금성 탐험대』 『우주도시』 같은 한낙원 작가의 소설이 대표적인 예다. 박 회장은 이런 흐름이 이어지지 않은 이유를 “대중과학의 흐름과 과학문화의 방향이 60년대 우주 개발에서 80년대 이후 컴퓨터에 대한 관심 등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할리우드 우주 영화는 가까운 미래의 실현 가능한 과학기술, 실제로 닥칠 수 있는 현안이 휴먼 드라마와 맞물리곤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우주 배경 SF를 만든다고 해도 이런 방식이 좀 더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론적인 얘기지만, SF라고 특수효과나 볼거리에 너무 치중하기보다는 역시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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