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따라 한국 온지 9일째… 베트남 신부 지옥이 시작됐다

[트렌드]by 중앙일보

[사건추적]

피해 아내, “폭행보다 보복이 더 무섭다”

베트남 아내, 한국에서 지옥같은 18일

남편 화나면 “무조건 잘못했다” 빌기도

법원, 3시간45분 만에 ‘초스피드’ 구속

“아내 무차별적 폭력…남편 엄단 의지”



“쓸데없는 것 산다” 차안서 그릇으로 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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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8시 전남 영암 삼호지구대.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A씨(30·여)가 “보복이 무서워요”라며 흐느꼈다. 폭행 당시 상황을 묻는 경찰 말에 베트남 말로 간신히 답한 말이었다. 울먹이는 A씨의 얼굴에선 이번 폭행보다 나중에 남편에게 보복을 당할 것이 더 두렵다는 표정도 읽혔다. 앞서 그는 전날 첫 경찰 조사 때는 서툰 한국말로 “맞았어요” “남편이 때렸어요”라며 폭행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지난달 16일 한국에 들어온 후 18일간 끔찍한 날들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툭하면 폭언과 폭행을 해온 남편 B씨(36)의 폭력적인 행동 때문에 하루하루를 공포에 떨며 지내왔다. 급기야 그는 지난 4일 B씨에게 3시간가량 마구 구타를 당해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다.


A씨의 불행은 2016년 초 남편 B씨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한국에서 거주 중이던 A씨는 인근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B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로는 그해 5월 임신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연말에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2번의 이혼 전력이 있는 B씨는 당시 “아이를 낙태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베트남 친청에서 아들(2)을 낳아 홀로 키우던 중 B씨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다. 당시 A씨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키우고 싶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와 화상통화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이 정식으로 합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B씨는 지난 3월 A씨와 혼인 신고를 한 뒤 지난 4월에는 “아이가 보고 싶다”며 베트남에 갔다. 당시 아들을 만난 B씨는 친자확인을 한 뒤 “같이 살자”며 A씨 모자를 영암에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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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교육 시키려 왔는데…폭행·폭언 공포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진 A씨의 한국 생활은 공포의 연속이었다. 입국 초부터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이 폭언과 폭행을 행사해서다.


B씨의 첫 번째 폭행은 지난달 25일 차 안에서 시작됐다. 혼인신고를 하고 아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지 9일 만이었다. 당시 남편은 차량 운전석에서 A씨의 허벅지와 다리 등을 때리며 “왜 쓸데 없는 것을 사느냐”며 폭언을 했다. 당시 B씨는 주먹 외에도 뒷자리에 실려 있던 그릇 등으로 A씨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B씨가 주먹을 휘두른 차량의 뒷자리에는 시댁에서 가져온 그릇과 살림도구들이 실려있던 상태였다.


지난 4일 촬영된 영상에 담긴 폭행도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져오라는 물건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B씨는 술에 취한 채 A씨에게 ‘XX새끼야’ 등 욕설을 퍼부으며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A씨가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거실 구석에 웅크려도 머리와 옆구리 등을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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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아빠인데…” 폭행당하고도 버텨


당시 부부 곁에는 기저귀를 찬 아들이 “엄마” “엄마”를 부르며 울었지만 B씨는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B씨가 웃통을 벗은 채 A씨를 폭행하는 장면은 최근 SNS 등을 통해 공개된 2분33초 분량의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찰은 지난 6일 한 누리꾼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을 토대로 B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가 결혼생활을 지키기 위해 B씨의 폭행과 폭언을 버틴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폭행 당시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도 선뜻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경찰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가족을 지키려는 의지가 더욱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동영상 촬영 후 지인과 상의를 하면서도 “애 아빠인데. 신고할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지난달 25일 첫 폭행을 당한 뒤 병원을 가지 않은 것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맞아 허벅지와 몸 등에 상처가 남았지만, 주변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첫 폭행을 당한 후 맞은 흔적을 찍어놓은 사진을 통해 당시 폭행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A씨는 경찰에서 “평상시에도 남편이 때릴 듯이 많이 위협했다. 그래서 남편이 화가 나면 무조건 ‘잘못했습니다’라며 싹싹 빌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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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폭행 증거들…법원 판단도 ‘단호’


법원 역시 베트남 아내를 폭행한 B씨에게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이날 오전 11시5분 B씨에 대한 실질심사를 마친 후 3시간45분 만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통상 실질심사 후 7~10시간 정도가 지나야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법원 안팎에선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질심사 시간 역시 단 2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폭행 증거와 혐의가 확실한 만큼 시간을 끌지 않고 단호하게 영장을 발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도주 우려 외에도 외국인 아내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남편을 엄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은 “폭행을 담은 증거(영상)가 확실한 데다 경찰이 조사한 혐의가 두루 인정된다”고 했다.


A씨가 폭행을 당하는 영상을 본 국민들의 공분도 커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B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3건이 게시됐다. 이중 ‘전남 영암 베트남부인 폭행 강력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게시물에는 이날 오후 10시30분 현재 1만1385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어떻게 한국말을 잘 못 하는 사람을 저렇게 폭행할 수 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주먹질하는거 보세요. 세워놓고 주먹질하고 앉아있는 상태에서도 폭행을 합니다. 대한민국 얼굴에 먹칠을 해도 보통 그 이상”이라고 썼다.


영암=최경호·김준희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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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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