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원림 송광사 선재길…이 가을 최고의 단풍놀이
여행작가 3명의 가을 선택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올가을에도 산과 들은 알록달록 물들 터이다. 지난여름이 유난히 모질었으므로, 이번 가을엔 조금 왁자하게 단풍을 즐겨도 좋을 듯싶다. 어디가 좋을까. 내로라하는 여행작가 3명에게 ‘내 생애 최고의 단풍 명소’를 물었다. 여행작가들이 꼽은 3곳 모두 사계절 아름다운 명승이지만, 가을이 가장 황홀하다는 건 가본 사람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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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짓한 메타세쿼이아길 끝에 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있었다. 청춘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도 그 길에서는 평온하게 들렸다. 멀리서 나란히 걸어오는 남녀는 간혹 서로 얼굴을 바라봤지만,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깊은 대화를 나누기라도 하는지 남녀는 천천히 걸었다. 나무 밑동을 감싼 푸른 풀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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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언덕에 있는 식영정으로 오르기 전, 떨어져 쌓인 단풍잎을 밟으며 경내를 거닐었다. 물기 마르지 않은 단풍잎을 주렁주렁 매단 나무도 간혹 보였다. 낙엽이 그 잎의 그림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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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만든 물길도 근사하다. 떨어진 단풍잎은, 흐르는 물은 흐르게 하고 넘치는 물은 계곡으로 떨어지게 둔다. 단풍잎 지는 소쇄원은 쇠락이 아름답다는 걸 알려줬다. 대숲에서 바람소리가 났다. “소쇄, 소쇄.”
장태동 여행작가 jjcokr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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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를 둘러봤으면 굴목이재로 향하자. 단풍 곱게 물든 옛길이 매혹적이다. 굴목이재를 넘으면 허름한 보리밥집이 보인다. 식당 앞을 서성거리는 중년의 영국인 사내와 늦은 점심을 함께했다. 막걸리를 따라주니 그가 웃는다. 미소가 낯익다. 어쩌면 우리는 전생에 선암사와 송광사에서 중노릇을 했을지 모른다. 굴목이재에서 만나 선암사가 좋다, 송광사가 좋다 티격태격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작별을 고한다. 그의 출발점이 나의 종착점이고, 나의 출발점이 그의 종착점이다. 선암사에 도착하자 어둑어둑 땅거미가 번진다. 버스정류장 가는 길, 문득 나에게 송광사로 가라 했던 사람이 떠오른다. 그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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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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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깊고 물길 그윽한 우통수 계곡에는 절집도 둘이나 들어앉았다. 부처의 가피(加被)를 구하는 중생은 물길을 따라 부처님 앞에 엎드렸고 조카(단종)를 사지로 내몰고 왕위에 오른 세조(1417~68)도 부처의 자비를 바라며 물길을 거슬러 올랐다. 이 길이 월정사 전나무 숲부터 상원사까지 11.1㎞ 이어지는 ‘오대산 선재길’이다. 천천히 걸으면 편도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푹신한 흙 밟는 조붓한 오솔길이고, 물길 넘나들며 부드럽게 이어지는 계곡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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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길은 오대산 계곡을 따라 흐르는 우통수 물길 오대천과 동행한다. 물길을 따라가는 길은 봄부터 겨울까지 사철 다른 얼굴로 길손을 맞는다. 이른 봄 길가의 작은 들꽃, 여름의 짙은 녹음, 차분하고 곱게 익어가는 가을 단풍, 그리고 겨울날의 하얀 눈꽃까지. 언제라도 나그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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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여행작가 ma-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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