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강림했다, 지금 포천은 겨울왕국

[여행]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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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비 때문에 전국의 겨울 축제가 차질을 빚고 있다. 국가대표급 겨울 축제인 화천 산천어축제마저 일정이 잠정 유보됐다. 지난 4일 개막한 경기도 포천 백운계곡 동장군축제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비 때문에 7~9일 쉬었던 동장군축제는 10일부터 다시 시작해 2월 2일까지 진행된다. 마침 9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 제법 겨울 분위기가 날 전망이다. 얼음왕국으로 변신한 백운계곡을 다녀왔다.



한국에서 가장 추운 마을


동장군축제가 열리는 ‘도리돌마을’은 강원도 철원 광덕산(1046m) 바로 아래다. 기상청 공식 관측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 철원인데 백운계곡도 만만치 않다. 요즘처럼 안 추운 겨울에도 평균기온이 서울보다 3~4도, 남쪽 지역보다 8~9도 낮다. 16년 전, 주민들이 축제를 준비하며 동장군(冬將軍)이란 이름을 붙인 건 그래서 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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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갈비, 이동 막걸리로 유명한 마을은 피서철이 아니면 한갓지다. 봄·가을에 캠핑이나 단풍놀이 즐기는 여행객이 이따금 찾아올 뿐이었다. 겨울에는 군인이 아니면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삭막했다. 겨울 분위기가 달라진 건 2005년 동장군축제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마을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최태수(59)씨 설명이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죠. 주민들이 직접 용접해서 얼음기둥 만들고 콤바인(곡물 수확 기계) 위에 제설기를 싣고 다니며 눈을 뿌려서 썰매장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얼음 만들기 선수가 다 됐죠.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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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기둥은 이제 동장군축제의 명물이 됐다. 산을 올라도 눈을 보기 힘든 이 겨울, 얼음꽃을 피운 나무가 백운계곡에 줄지어 있다. 올해는 최대 10m 높이 얼음기둥을 55개 만들었다. 빙벽까지 더하면 모두 70개다.



장작 패고 밤도 구워 먹고


이번 축제에는 얼음기둥 말고도 체험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다. 눈썰매장을 넓혔고 얼음성 놀이동산도 다채롭게 꾸몄다. 놀이동산에서는 전통 썰매, 팽이치기, 아이스 볼링, 미니 동계올림픽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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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성 놀이동산 못지않게 가족여행객으로 북적북적한 곳은 모닥불 체험장이다. 장작을 패고 모닥불에 밤·고구마를 구워 먹는 시간은 어른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도시생활에 익숙한 아이에겐 신선한 체험을 선물한다. 먹거리 마당에서 파는 이동 막걸리, 팥죽 등 향토 음식도 꼭 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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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가 지원하는 축제 예산은 7000만원. 정부에서 수십억원을 지원해주는 화천 산천어축제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하나 주민이 땀 흘려 만든 축제를 즐기러 매년 15만 명이 찾아온다는 사실이 놀랍다. 포천시 관광과 김민현 주무관은 “다른 지역 겨울 축제보다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춰 차별화했다”며 “인근 캠핑장, 글램핑장을 찾았다가 축제장을 들르는 가족여행객이 유독 많다”고 말했다.


동장군축제는 입장료가 없다. 대신 체험비를 받는다. 송어얼음낚시(어른 1만5000원), 튜브 눈썰매(8000원) 이용권을 각각 사거나 종합이용권(1만3000원)을 사면 된다.


포천=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수정 1월 9일


이 기사는 1월 8일 오후 6시 상황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이후 포천 이동면에 많은 비가 내림에 따라 축제 일정이 바뀌었습니다. 포천시는 백운계곡 동장군축제를 오는 16일까지 중단하고 17일부터 재개할 방침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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