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입양한 신애라…"아이들 돕고 싶어" 새 도전 나섰다

톱스타에서 봉사 전도사로 나선 신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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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소개로 만나 속엣말을 들어봅니다. 그 인연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인연 따라 무작정 만나보는 예측불허 릴레이 인터뷰를 이어갑니다.

[프롤로그] 대화 훈련가 박재연 리플러스인간연구소 소장은 ‘야나인’입니다.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을 돕는 단체 ‘야나’(You Are Not Alone)의 봉사자죠. 그를 ‘야나’로 이끈 건 배우 신애라(53)입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박 소장의 책과 강의를 즐겨보는 팬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일면식도 없던 박 소장을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패널로 추천했고,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박 소장의 대화 훈련 프로그램 ‘연결의 대화’도 수료했죠. 신애라의 새로운 ‘야나’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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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방송인 신애라. "봉사는 좋은 마음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그는 연내 '야나'(You Are Not Alone) 봉사자 아카데미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분리의 상처가 있는 아이들은 내가 집에서 키운 아이와는 달라요. 아이들이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고 겪었을 일과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연결의 대화’처럼 어떻게 말하고 대할지 공부할 게 정말 많아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배우 신애라(53)는 “야나인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순 없다”라고 했다. “봉사는 좋은 마음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서다. 그가 연내 야나 아카데미 개설을 목표로 봉사자 교육 준비에 나선 이유다. ‘야나’는 기부금을 운영비 차감 없이 100% 기부한다. 대표와 이사진이 월급을 받지 않고 재능과 자금을 기부해서 운영한다. 아픈 아이들을 병원에 연계해주고 치료비를 지원하는 ‘야나 119’ 등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꾸준히 만나는 가정만 있어도 인생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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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컴패션' 홍보대사를 하고 있는 신애라는 "국내 아이들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그가 '야나' 활동을 시작한 이유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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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에티오피아에서 봉사 중인 차인표·신애라 부부. [사진 한국컴패션]

신애라는 “야나에서 가장 많이 하고 싶은 봉사는 일대일 가정체험”이라고 했다.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의 70~80%는 일대일로 사랑을 못 받아 애착이 제대로 생기지 않은 탓에 경계성 지능장애를 앓고 있다고 해요. 겉으론 멀쩡한데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에 나와서도 이용당하기 쉽죠.” 그는 “그런 아이들은 8살 전에 상담만 잘 해줘도 쉽게 고칠 수 있다”면서 “어릴 때부터 꾸준히 2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가정만 있어도 인생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2005년부터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 홍보대사를 하고 있다. 한때 50명 넘는 아이들을 후원했고 지금도 돕는 아이들이 해외에 30명이 넘는다. 어머니가 생전에 추천했던 책 『목적이 이끄는 삶』을 읽던 중 마침 ‘컴패션’의 제의를 받고 필리핀을 다녀와 맺은 인연이 올해로 18년째다. 그는 “컴패션을 통해 그전과는 다른 선한 친구들이 너무 많이 생겼고 누군가의 손을 잡는 기쁨도 알게 됐다”며 “항상 마음에 걸렸던 국내 아이들을 돕고 싶어 야나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애라는 무명 시절 없이 톱스타가 됐다. 아버지는 서울대 작곡과, 어머니는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집안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을 것 같지만,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한때 따로 떨어져 살아야 했을 정도로 가정 환경은 어려웠다. 결혼 전 동아방송 1기 PD였고 학교에선 교사로 연극반을 지도하던 어머니 덕분에 연극과 영화를 자주 봤고, 자연스럽게 연기자를 꿈꿨다.

연극반 지도 엄마 덕 연기자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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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라는 입양 문제에 있어선 '선절차 후매칭'을 제안한다. 그는 "부모 조사를 철저히 해서 입양가족 리스트를 작성해놓고 입양갈 아이가 나타나면 일주일 내에 매칭 절차를 끝내주면 된다”고 했다. 김경록 기자

중앙대 연극영화과 3학년 때 두 번째로 본 오디션에서 MBC 미니시리즈 ‘천사의 선택’ 여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편집본에서 자신의 연기를 보고 너무 창피해서 엉엉 울었다는 그였지만, 이듬해 KBS 주말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무명도, 스캔들도 없었고 운이 좋았다”는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건 45살 때. 세 아이를 데리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5년 반 동안 기독교 상담학을 공부했다. 그는 “나에 대한 반성을 가장 많이 했다”며 “미국에서 50살이 됐는데 그때가 터닝포인트였다”고 했다.


“요즘 같은 세상이었으면 저도 연예인하기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저 역시 꿋꿋이 돌을 맞을 만큼 강하지 못하죠.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내면에 힘이 생기더라고요. 연예인 동료 후배들에게도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은 주고 싶어요. 그게 내 직업을 갖게 된 이유가 아닐까요.”


그는 두 아이를 공개 입양했다. 하지만 처음엔 입양을 망설였다고 한다. 복지원 봉사를 다니다 보니 “한 명에게만 기회가 가면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라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러다 아들 정민(24)의 어릴 때 모습을 닮은 여자 아기가 눈에 들어왔다. “심장 잡음이 있어 해외입양 대상자이고 밤새 우는 힘든 아기”라는 말에도 “내가 안아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예은(17)이는 엄마 뱃속에서 힘들었는지 웃지도 않고 많이 울었는데 두 돌이 지나니 완전히 바뀌더라고요.”


두 번째 입양은 아이 셋을 키울 엄두가 안 나 차일피일 미루던 중 운명같이 예진(14)이를 만나며 이뤄졌다. 깡마른 모습의 “토하는 아이”였다. 집에 와서도 그 아이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한 달 후에 다시 만난 아이는 그의 품속에서 기저귀가 새도록 대변을 봤다. “애라 엄마 품이 좋은가보다. 3일 만에 응가 한 걸 보니”라는 말을 듣고 바로 입양 절차를 밟았다.

울고, 토해도…가슴으로 낳은 두 딸

그런 그도 “나도 연장아(생후 6개월 이상) 입양은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연장아는 (입양 후 적응하기가) 서로 너무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다. 그러면서도 그는 “부모 조사는 철저히 해야 한다”며 ‘선절차 후매칭’을 제안했다. “범죄전력 조사부터 정신감정, 평판조회까지 철저히 해서 입양가족 리스트를 작성해놓고 입양 갈 아이가 생기면 일주일 내에 매칭 절차를 끝내주면 된다”고 했다. “하루빨리 누군가의 품에 안겨야 애착이 생길 텐데 책임 소재 가리고 절차 밟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게 너무 안타깝죠.”


그는 “입양이 어렵다면 보육원을 가정처럼 만들어줘야 한다”며 “일대일이 안된다면 최소한 아이들 3명당 보육사 1명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야나’를 통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기부와 봉사라는 건 내 돈과 시간, 에너지를 쓰는 게 아니라 행복을 얻는 일이죠. 특정 소수만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2022.04.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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