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궁디 씰룩’ ‘엄지 척’ 이모티콘 … 센스 있는 팀장님 대화법

글자만으로 부족한 표현 채워줘

커뮤니케이션 오류 최대한 줄여

카톡 이모티콘 사용자 월 2700만


SNS 단체방 스타? 때론 활짝 웃는 얼굴 표정이 나타나고, 때론 머리카락이 하늘로 쭈뼛 솟을 만큼 오싹한 기분이 드러난다. 채팅창에서 개인의 생각과 감정, 상황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이모티콘’ 얘기다. 단순히 얼굴이 그려진 그림부터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션형, 3D로 표현된 형태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엔 한 글자도 쓰지 않고 이모티콘으로만 대화를 하는 일명 ‘이모티콘족(族)’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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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안 하면? 어색하고 분위기가 냉랭해져요.”

“매달 하나씩 이모티콘 쇼핑을 해요. 주변에서 저를 ‘이모티콘 재벌’이라고 불러요.”


국내 성인 10명 중 9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국갤럽 2017년 8월 조사 기준)하는 요즘, 이모티콘이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 이모티콘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부드럽게 해주는 추임새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대화의 주요 내용을 전달하고 사용자의 감정과 상황을 온전히 표현한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셈이다.


실제 이모티콘 사용량을 살펴보면 매달 카카오톡을 통해 발신되는 이모티콘 메시지 수는 20억 건에 달하고, 월 2700만 명의 이용자가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처럼 이모티콘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매년 새로 만들어지는 이모티콘을 기념(?)하는 ‘세계 이모티콘의 날’(7월 17일)도 생겼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미디어 심리학을 연구한 백강희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는 현대인들이 글자로만 표현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의사소통의 오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모티콘을 찾는다”며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이모티콘을 활용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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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개’의 이모티콘. [사진 각 업체]

이모티콘은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동그란 얼굴 그림에 다양한 표정을 입힌 이모지, 웹툰 작가들이 제작한 캐릭터에 애니메이션을 적용한 애니콘, 소리가 더해진 사운드콘, 스티커처럼 보이는 스티콘, 유명인 모습으로 만든 리얼콘, 3D 형태 입체콘 등이 있다.

‘고맙습니다’ ‘잘자’ ‘생일 축하해’와 같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짧은 문구가 더해진 이모티콘도 있다. 이모티콘 ‘뷁수왕의 웃픈 청춘’을 만든 최수용 한국IT직업전문학교 일러스트학과 교수는 “대답하기 곤란한 상황이나 어려운 부탁을 할 때 문구가 적힌 이모티콘으로 간편하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며 “사용자가 이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이모티콘 작가들이 제작 단계부터 기본적인 대화를 이모티콘으로만 할 수 있도록 구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형태는 낙서처럼 그려진 이모티콘이다. 언뜻 보면 아이가 엉성하게 그린 듯 보이지만 시장 반응은 좋다. 류현정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파트 매니저는 “지난해 4월 작가나 기업은 물론 누구나 이모티콘 제작을 제안할 수 있는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가 만들어진 덕분에 그림 형태가 더욱 많아졌다”며 “최근엔 대충 그린 듯한 이모티콘과 ‘B급 유머’가 더해진 이모티콘이 1020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디즈니에서 출시한 미키마우스·스티치·백설공주·개구리 커밋과 같은 캐릭터 이모티콘과 애니메이션 프리파라의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이모티콘 등이 대표적이다. 프리파라 제작사 동우에이앤이 콘텐트사업부 이세은 부장은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캐릭터 상품 중에서도 이모티콘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모티콘과 전혀 관련 없지만 직접 캐릭터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이모티콘을 제공해 기업을 홍보하는 곳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기업에서 제시한 미션을 차례대로 완료하면 ‘브랜드 이모티콘’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기업은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홍보하고, 사용자는 무료로 이모티콘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콧대 높은 명품 패션 브랜드도 이모티콘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엔 마이클코어스가 쇼핑을 즐기는 여성 캐릭터 이모티콘을 선보였고, 올해엔 이자벨마랑과 구찌가 브랜드 대표 디자인을 활용해 스티커 형태의 이모티콘을 개발했다. 웹툰 제작 및 매니지먼트 회사 케이코믹스의 이종수 대표는 “보통 브랜드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데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이 든다”며 “다른 홍보 채널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이지만 브랜드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알리는 성과는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이모티콘 사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모티콘 하나로 자신의 생각을 곧바로 표현할 수 있는 ‘즉각성’이 편리함이란 측면에선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사용자의 감정 선별 시간을 줄이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글자로 표현할 때 주어지는 고민의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자기 불일치도 증폭시킨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써 항상 경쾌한 이모티콘만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기 어렵다. 화면 밖 표정은 무표정인데 대화창에서는 웃고 있는 이모티콘을 전송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 자신의 모습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백강희 교수는 “이상적인 자아 모습을 그리는 이모티콘을 선택할수록 자기 불일치가 커지는데 이는 불안감과 우울함, 더 나아가 나와 다른 표현에 대한 죄책감까지 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모티콘(emoticon)=감정(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전달하기 어려운 표정, 억양과 같은 감정이나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개발됐다. 웃는 모습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스마일리(smiley)로도 불렸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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