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물 다리 너머 신비한 세상, 그 섬에 가고 싶다
냉정히 말해 요즘의 ‘다리 바람’은 과열 조심이 의심된다. 다리에서 찍은 기념사진 말고 딱히 남는 게 없어서이다. 다리 건너 더 좋은 세상을 숨겨 놓은 섬 두 곳을 소개한다. 경남 창원의 저도와 전남 강진의 가우도다. 두 섬 모두 다리만 구경하고 돌아오는 사람이 아직은 더 많다. 안타까운 마음에 남도 끝자락의 두 섬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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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연륙교는 1987년 생겼다. 당시 섬 인구는 약 100명. 뭍이 지척이었지만, 다리가 없어 나룻배를 타야 했다. 5대째 저도에 살고 있다는 김정칠(80)씨가 “날마다 학교 가는 아이들이 고생하는 걸 더 볼 수 없었다”며 “저도 주민이 갹출해 2000만원을 모으고 마산시 도움을 받아 다리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길이 170m 폭 2m 남짓한 다리는 생각보다 수명이 짧았다. 애초에는 도보 다리로 만들었으나, 자동차도 다리를 건넜다. 다리 붕괴를 우려한 마산시가 2004년 연륙교 옆에 왕복 2차로 교량을 신설했다. 낡은 다리는 사람만 다니도록 했다. 한데 이 낡은 다리가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영화 속 다리와 닮았다 하여 ‘콰이강의 다리’라는 별칭이 붙었고, 드라마와 광고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그리고 지난해 낡은 다리는 개통 30년 만에 스카이워크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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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워크 방문객 가운데 일부만 저도에 들어간다. 대부분은 다리만 걸어보고 돌아간다. 하나 저도도 걷기에 좋은 섬이다. 근사한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비치로드’가 2010년 조성됐다. 비치로드는 3개 코스(6.5㎞)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를 끼고 걷다가 섬에서 제일 높은 용두산(203m)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그늘이 많아 여름에 걷기 좋다는 1코스(3.7㎞)를 걸었다. 일부 오르막길을 제외하면 걷는 내내 나무 사이로 맑은 바다가 보였다. 전망대에 오르니 마산만 너머로 거제와 통영 시내가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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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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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부터는 걸어야 한다. 가우도에는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한다. 두 발로 걸어 긴 나무다리를 건너야 한다. 가우도 출렁다리. 이름과 달리 다리는 출렁거리지는 않는다. 망호 쪽은 716m, 저두 쪽은 438m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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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駕牛島)라는 이름도 여느 섬처럼 바깥의 시선에서 비롯됐다. 섬이 소 등에 올리는 멍에[駕]처럼 생겼다고 한다. 내려다보면 영락없는 자라 꼴이다. 멍에를 닮았든, 자라를 닮았든 가우도 주민의 생업은 어업이다. 강진만 바다는 이름난 숭어 산지다. 황가오리·감성돔 같은 귀한 어종도 곧잘 잡힌다. 갯벌에는 개불·바지락·꼬막·굴이 흔하다. 바다는 늘 넉넉했으나 섬사람은 쪼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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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시선에서 말하면, 섬은 자체로 야트막한 산이다. 산에 나무가 울창하다. 후박나무가 유난히 많은데, 사철 푸른 나무가 물고기를 부른다고 한다. 이름하여 ‘어부림’이다. 해안 탐방로에는 데크로드가, 산을 넘는 오솔길에는 야자 매트가 깔렸다. 산꼭대기에 거대한 청자 타워가 서 있다. 강진의 명물 청자를 본뜬 전망대이자 짚트랙 승강장이다. 짚트랙은 바다 건너 저두 선착장까지 이어진다. 973m 바닷길을 눈 깜짝할 사이에 건넌다. 섬에서 시간이 빨라지는 유일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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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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