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현지인과 푸드투어
캐서롤·바오 버거 등 별미 체험
클럽 방불케 하는 미술관 파티
몬트리올선 종일 박물관 구경
뉴욕 못지않은 베이글 맛보고
총리 단골인 소고기 맛집까지
“왜 캐나다에는 미쉐린 식당이 없을까?”
캐나다에 가기 전, 맛난 음식을 잔뜩 먹어볼 생각으로 찾아보던 중 알게 됐다. ‘미쉐린 가이드’가 캐나다에 진출하지 않았다는 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쉐린은 최근까지 캐나다에 조사관조차 파견하지 않았다. 사실 ‘푸틴(그레이비 소스를 끼얹은 감자튀김)’ 같은 캐나다 전통음식은 미식가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에 너무 투박한 모양이다.
그러나 기우였다. 토론토와 몬트리올은 의외로 입이 즐거운 도시였다. 한국에선 맛보기 힘든 창의적인 음식이 많았다. 음식만이 아니었다. 밤이면 클럽으로 변신하는 미술관, 그라피티 화려한 골목까지 반전 매력이 넘치는 두 도시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캐나다를 여러 번 여행해본 사람은 말한다. 캐나다 음식의 매력은 투박함과 정직함이라고. 토론토 최대 재래시장 ‘세인트 로렌스 마켓’과 ‘푸드 투어’를 경험해보고 수긍했다.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하는 푸드 투어는 퀸 스트리트의 한 도넛 가게에서 시작했다. 방금 구운 달콤한 캐러멜 도넛과 커피를 맛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음은 그리스식 아침을 파는 식당 ‘아고라’. 염소치즈와 감자, 계란, 파슬리를 녹여 만든 ‘캐서롤’은 난생처음 경험한 별미였다. 유명 셰프의 요리를 한데 모아놓은 고급 푸드 코트 ‘어셈블리 셰프 홀’도 인상적이었다. 쫄깃한 식감의 흰 번으로 만든 ‘바오 버거’는 한국에 와서도 내내 생각날 만큼 중독성이 강했다. 토론토 중심지 이튼센터 인근의 ‘SUD’ 카페에서 수십 가지 디저트를 맛보고 나니 4시간짜리 투어가 끝났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요즘 토론토에서 가장 근사한 파티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현란한 조명 아래 일렉트로닉 음악이 흐르고 잔뜩 멋을 낸 젊은이들이 술잔을 든 채 정신없이 몸을 흔드는 이곳은 다름 아닌 ‘온타리오 미술관’이다.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열리는 ‘미술관 파티’는 예술을 감상의 대상을 넘어 즐길 거리로 향유하는 캐나다 사람들의 가치관을 반영했다.
이튿날 아침, 눈 덮인 ‘까사 로마’를 찾았다. ‘언덕 위의 집’을 뜻하는 까사 로마는 19세기 캐나다 최고 갑부였던 헨리 펠라트 경이 지은 저택이다. 로비를 장식한 거대한 트리와 호사스러운 식기가 깔린 대형 홀은 당시 나이아가라 수력 발전을 통해 캐나다 부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헨리 경의 위엄을 재현한 듯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지인들은 “까사 로마의 진짜 매력은 98개 방과 243m 길이의 내부 터널이 미로처럼 얽혀있는 데서 나오는 비밀스러움에 있다”고 한다. 까사 로마의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다 보니 고립될 것 같은 공포감마저 들었다. 이 옥탑에서 펠라트 일가가 내려다본 주변 민가의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캐나다 국민은 극심한 빈곤으로 비참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펠라트 가문도 결국 몰락해 까사 로마는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는 관광지로 남았다.
토론토에서만 일주일을 보내기 아까워 퀘벡주 몬트리올로 날아갔다. 비행기로 1시간여 이동했을 뿐인데 딴 나라로 온 것 같았다. 거리 간판이 모두 프랑스어였고 귀에 감기는 불어 때문인지 더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졌다.
몬트리올은 ‘예술 도시’다. 여행 중 하루를 온통 지역 미술관과 박물관을 관람하는 데 써도 아깝지 않다. 오전에는 구시가지에서 14세기 캐나다 원주민의 삶을 보여주는 ‘몬트리올 고고학 역사박물관’을 관람한 뒤 오후에는 신시가지로 건너가 캐나다 유명 작가 1500명의 작품을 전시한 ‘현대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1960년 개장한 캐나다 최고(最古) 미술관 ‘몬트리올 미술관’은 미국이나 유럽의 유서 깊은 미술관 못지않았다. 모네·피카소·르누아르 같은 거장의 작품이 숱하게 전시돼 있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요즘 새로 뜨는 동네 ‘플라토 몽 루아얄’은 유럽 느낌이 강했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지역 예술가가 하나둘 모여들면서 자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동네다. 부티크 숍이나 갤러리를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골목을 장식한 그라피티만 보고 있어도 감탄이 나왔다. 세계적인 그라피티 작가가 일부러 찾아와 작품을 남기고 가기도 했단다.
몬트리올 플라토 지역의 ‘더 메인델리’에서 먹은 스모크드 미트(smoked meat).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단골로 삼을 만큼 유명한 가게다. 왼쪽 감자튀김이 캐나다 전통음식 푸틴이다. 박사라 기자 |
토론토 못지않게 몬트리올에도 소문난 전통음식이 많다. ‘스모크드 미트’가 가장 유명하다. 소금과 후추, 허브를 버무려 훈제한 소고기는 짭짤하면서도 여운이 깊었다. 보통 겨자를 바른 호밀빵 사이에 고기와 피클을 함께 끼워 샌드위치 식으로 먹는다. 스모크드 미트 맛집은 일찌감치 음식이 동나는 탓에 현지인도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선단다. 이날 방문한 ‘더 메인델리’ 입구엔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단골집임을 알리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몬트리올에선 베이글도 먹어봐야 한다. 뉴욕 베이글과 양대산맥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베이글을 탄생시킨 유대인이 19세기 후반 각각 뉴욕과 몬트리올에 정착했기 때문이다. 큼직하고 부푼 모양의 뉴욕식 베이글과 달리 몬트리올 베이글은 밀도가 높고 위에 ‘포피 시드(양귀비 씨)’를 뿌려 고소한 맛이 유독 강했다.
토론토·몬트리올(캐나다)=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