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같았던 '40살 동갑내기' 강남북 아파트, 지금은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서초 신반포2차 vs 동대문 청량리미주

77년 3.3㎡당 40만원대 분양, 78년 입주

지금은 6700만원 vs 2400만원

90년대까지 큰 차이 없다가

재건축·강남 바람으로 벌어져

최근 재건축 시동 걸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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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2018년 40년. 서울 소비자물가 지수가 12에서 105로 8배가량 올랐다. 서울 땅값은 25배 정도 뛰었다.

주택시장을 보면 80년만 해도 서울 아파트가 지금(166만가구)의 10분의 1 수준인 18만가구에 불과했다.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였다. 현재는 58%다.


비슷한 가격에 분양돼 78년 들어선 '40살 동갑내기' 강남·북 아파트값은 현재 어떻게 됐을까. 올해 개원 40년을 맞은 국토연구원이 개원 기념행사의 하나로 2일부터 국토연구원에 전시하는 강남·북 두 아파트의 40년을 추적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와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량리미주다.


신반포2차가 78년 7월, 청량리미주는 두 달 뒤인 9월 준공했다. 신반포2차는 한신공영이 지은 최고 12층의 68~150㎡(이하 전용면적) 1572가구다. 청량리미주는 86~170㎡1089가구(최고 15층)로 라이프주택이 시공사였다.


두 단지는 전해인 77년 9월 동시분양했다. 청약접수 결과는 신반포2차의 경쟁률이 4.6대 1로 청량리미주(2.7대 1)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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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는 3.3㎡당 40만원대였으나 청량리미주(평균 45만8000원)가 좀 더 비쌌다. 신반포2차는 평균 43만1000원이었다. 당시 반포 일대가 매립지로 개발돼 땅값이 저렴했다.

현재 두 단지 몸값은 3.3㎡당 신반포2차가 6700만원, 청량리미주 2400만원이다. 비슷한 분양가에서 출발해 40년 새 2배 넘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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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지에서 크기가 비슷한 신반포2차 92㎡(옛 30평형)와 청량리미주 101㎡(옛 33평형)의 시세 추이를 보자.

과거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워 공시가격(2005년 이전엔 기준시가)을 조사했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평가되지만 가격 수준을 비교하기에는 적합하다.


두 단지의 공시가격을 모두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때가 1988년 9월 21일 기준다. 입주한 지 10년 뒤다.


신반포2차 5320만원, 청량리미주 5000만원으로 신반포2차가 근소하게 역전했다. 80년대 절정이었던 강남 개발 효과다. 그때 공시가격을 시세의 60%로 보면 신빈포2차는 9000만원, 청량리미주는 8300만원 선으로 둘 다 10년 새 5배 넘게 급등했다.


80년대는 경제 호황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던 시기였다. 79~88년 대 10년간 소비자물가가 143% 올랐다. 이 기간 서울 땅값은 8.5배 상승했다. 1984년 한 해 상승률이 57.7%에 달했다.


공시가격 격차가 90년대 좀 더 벌어지긴 했지만 20~30% 이내였다. 그러다 2000년부터 크게 벌어졌다. 2001년 50%까지 차이 났고 2003년부터는 신반포2차가 청량리미주의 2배를 넘기 시작했다. 9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거세진 강남권 재건축 바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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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준공 20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할 수 있었다. 70년대 말과 80년대 초반 지어진 강남권 아파트들에 재건축 기대감이 높았다. 신반포2차도 2003년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했다.

2007년 1.4배까지 벌어진 신반포2차와 청량리미주 격차는 그 뒤 좁혀져 2009년 0.8배로 줄었다. 2007년부터 강남권 아파트값이 약세로 돌아서고 강북 아파트값이 뛰면서다.


2010년대 초반 서울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가격 차가 1배 정도를 유지했다. 그러다 2014년 하반기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가격 차가 커졌다. 강남권이 훨씬 많이 오르면서 올해 공시가격은 1.78배까지 격차가 생겼다.


최근 들어선 동대문구가 지난 8월 투기지역에 지정될 정도로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시세 기준으로 격차가 1.5배 정도로 다시 조금 좁혀졌다. 현재 시세는 신반포2차 21억원 선, 청량리미주 8억6000만원 선이다. 각각 166배, 61배 올랐다.


40년 새 땅값도 마찬가지다. 확인 가능한 가장 오래된 공시지가가 92년이다. 3.3㎡당 신반포2차가 664만원으로 청량리미주(429만원)의 1.5배였다. 올해 공시지가는 각각 3914만원과 1206만원으로 2배 넘게 차이 난다.


두 단지는 모두 재건축과 인연이 깊지 않았다. 신반포2차는 2003년 추진위 구성만 한 상태에서 그 뒤 조합 내분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그사이 단지 규모가 더 작은 신반포1차는 2016년 재건축을 끝내고 현재 국내 최고가 아파트(아크로리버파크)로 자리 잡았다.


청량리미주는 강북이라는 불리한 입지여건 등으로 재건축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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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최근 두 단지가 재건축 시동을 걸고 있다. 신반포2차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안에 추진위를 다시 꾸릴 계획이다.

청량리미주는 구청에서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공람 중이다. 45~134㎡ 최고 27층 1401가구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진단은 2015년 통과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추진위를 구성해 재건축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두 단지의 뒤늦은 재건축 사업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 등 재건축 규제가 강화됐고 집값 상승세도 주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뒤 이 두 단지의 모습이 어떨까.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새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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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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