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값 50% 뛰자, 한판 9000원…계란이 금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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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중 대형마트에선 30구 한판(특란 기준)이 8480원이 팔린다. 생산 단가가 높은 무항생제 계란은 30구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섰다. 전통시장도 금(金)란이 점령했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팔리는 30구 한 판 계란 가격은 이달 초 9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한 판당 2000~3000원이 올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값이 치솟은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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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곡물 산지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닭 사료에 들어가는 국제 곡물 가격이 급상승해 계란값이 급등하고 있다. 계란 한 판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4월 22일 기준 7010원으로 한달 전보다 10% 넘게 올랐다. 계란 한 판 가격이 7천원을 넘은 건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만이다. 뉴시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가계 식탁까지 삼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곡물 가격 상승 압박이 더해지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었다. 원재료 가격 오름세가 생산 농가→중간 유통사→대형마트를 단계적으로 거치면서 계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1㎏당 400원 하던 사료값 올 들어 600원"

경기도 북부에서 산란계 40만 마리를 키우는 농장주 A씨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들어 사료값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이 농가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사료는 35~40t. 지난해 1㎏당 400원 하던 사료값은 올해 들어서 600원으로 뛰었다고 한다. 사료값 인상으로 A씨가 하루에 부담해야 하는 생산 원가만 800만원이 늘어난 셈이다. A씨는 “산란계 농가에선 사료값이 원가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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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료 가격은 국제 곡물 가격에 연동해 움직인다. 다양한 곡물 중에서도 가축 사료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옥수수는 사료 가격 결정을 좌지우지한다. 국제 옥수수 가격은 올해 들어 상승세가 가파르다.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 따르면 옥수수 1t 가격은 지난해 1월 200달러(약 25만4000원)를 돌파한 뒤 올해 3월 들어서는 300달러를 넘어섰다. 1년 사이 50%에 급등한 것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각) CBOT에서 옥수수 1t은 319달러에 거래됐는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옥수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건 시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린다. 전쟁이 곡물 가격을 움직였고 이어 사료 가격 상승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의 옥수수 수출국이다. 여기에 더해 국제 해상운임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곡물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문제는 이런 가격 상승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A씨는 “2, 3달 간격으로 사료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데 하반기에도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계란 나르는 트럭 유류비, 월 300만원 늘어"

사료 가격에 더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유류비도 원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A씨의 농가는 매일 한 차례 계약을 맺은 5t 트럭으로 선별 공장에 계란을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기사 인건비와 유류비를 지불하는데 실비로 정산하는 트럭 유류비는 지난해와 비교해 월 기준으로 300만원이 늘었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해 1월 배럴당 76달러(두바이유)에서 시작한 국제유가는 2월 들어서는 90달러로 올라섰다. 3월에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현재도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흐름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06.65달러로 상승해 105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최근에는 화물차용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펄프 가격 상승에 따른 계란 난좌(종이 보호재) 가격도 올라 지난해와 비교해 개당 가격이 90원에서 110원으로 20원이나 올랐다. A씨는 “사료에 유류에 펄프까지 모두 외부에서 발생한 요인이라 농장 자체적으로 원가를 줄이려야 줄일 수 없는 구조”라며 “계란값 오르는 걸 농가 탓을 하는데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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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농가에서 들여온 달걀을 옮기고 있다. 올해 들어 계란 가격은 사료값 상승으로 인해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농가에서 계란을 받아 선별 포장해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는 중간 유통사도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압력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계란 30구 한판의 산지 가격은 올해 초 4500원을 유지하다 최근 5300원으로 800원이 올랐다. 경기도 남부에서 양계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B씨는 “중간 선별과 포장 작업을 통해 대형마트에 계란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한 알당 50원 수준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올해 들어서 재료비, 유류비가 폭등해 손해를 보고 넘기는 수준”이라며 “유류비는 지난해와 비교해 25%가 올랐다”고 말했다. 계란 난좌 등 부자재 비용도 원가가 크게 늘었다. 계란 25구 포장용 부자재비는 지난해 335원에서 올해 들어서는 360원으로 25원(7.4%)이나 상승했다. 대형마트도 계란에서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소비쿠폰을 발급하면서 계란 물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어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계란은 고객들이 가격 변화에 민감해 매입가가 올라도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품목이지만 보관이 어렵고 운송이 쉽지 않아 유통 마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사료 옥수수 99% 수입해와"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안간힘을 쓰는 건 양계업계 뿐만이 아니다. 축산업계도 사료 가격 상승에서 자유롭지 않다. 축산물 품질 평가원에 따르면 미국산 수입 소고기(갈비) 100g의 5월 초 소매 가격은 4400원으로, 1년 전(2474원) 대비 약 77% 올랐다. 수입 돼지고기 100g의 경우 같은 기간 소매가는 1414원으로 1년 전(1278원) 대비 10.6%가량 상승했다. 수입 축산물 가격이 오르다 보니 한우와 국산 돼지고기 판매가 상승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올해 초부터 60% 이상 오른 국제 곡물 가격 때문에 축산물 유통업계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99%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가 주요 생산지이다 보니 국제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허윤지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에는 코로나19에 따른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 수요회복과 공급 병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빚어진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7월부터 시작되는 농산물 수확 시기가 다가오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는 평년 기준으로 1500만 헥타르(약 15만㎢)에 걸쳐 곡식 파종이 이뤄지지만 올해는 전쟁 여파로 700만 헥타르(약 7만 ㎢)에서만 파종이 이뤄졌다. 예년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진 파종 면적으로 수확 결과는 더욱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하반기에 국내 식품 물가의 추가적인 상승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강기헌ㆍ김민상 기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emckk@joongang.co.kr

2022.05.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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