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하회마을, 옛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세계유산 2개 거느린 천하 명당

병산서원~하회마을 숲길 걷고

부용대서 내려보면 태극 강물이



힘내라 대구·경북 ① 안동 하회마을

중앙일보가 대구·경북 응원여행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은 대구·경북 지역의 관광 명소를 가을까지 차례로 소개합니다. 대구·경북 응원여행 캠페인은 대구·경북을 격려하는 여행이자 대구·경북에서 힘을 얻는 여행입니다. 여행은 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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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인의 노래처럼 안동은 어제의 햇빛으로 오늘이 익는 고장이다. 그 유구한 전통이 어찌나 단단한지 안동에 들어서면 먼 나라를 여행하는 것처럼 객창감에 휘둘리곤 한다. 이를테면 족보부터 따지는 인사말과 서슬 퍼런 종가의 위엄, ‘껴’로 끝나는 알아듣기 힘든 말투와 국수·식혜·문어에도 굳이 ‘안동’을 앞세우는 자존심은 안동을 수십 번 드나들어도 난감한 문화장벽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 특유의 거리감이 안동을 안동답게 하는 근본이자, 세상의 속도에 허덕이는 현대인이 안동을 찾아야 할 까닭이 되기 때문이다. 그 안동 고유의 정서가 바로 하회마을에 모여 있다.


2020 하회마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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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회마을은 안동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연 입장객이 1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그럴 수밖에. 안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다섯 개나 거느린 고장이다. 개중에 두 개가 인구 235명의 하회마을에 있다. 하회마을 스스로 세계문화유산이며, 하회마을 어귀 병산서원도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올해는 하회마을 세계유산 지정 10주년이자, 병산서원 세계유산 지정 1주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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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 집성촌이다. 현재 마을에 거주하는 126세대의 85%가 풍산 류씨 집안이다. 이 작은 마을이 22점이나 되는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쓴 임진왜란 기록 『징비록』과 하회탈로 알려진 하회·병산탈(12종 13점)이 국보로 지정돼 있다. 심지어 천연기념물도 있다. 하회마을 북쪽 자락을 에운 만송정 솔숲이 천연기념물 제473호다. 하회마을은 고스란히 박물관이다.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하회마을은 천하의 명당이다. 부용대에 올라 내려다보면 낙동강이 태극 모양을 그리며 마을을 돌아 나오는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회(河回)라는 이름이 물돌이동이라는 뜻이다.


1925년 물난리를 빼면 한 번도 강물이 넘친 적이 없었단다. 지난 4월의 안동 산불도 끝내 강을 넘어오지 않았다. 병산서원이 마주 보는 낙동강 건너편 병산 자락이 산불 진원지였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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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은 600년 넘게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사람이 마을의 보물입니다.”


류한욱(72) 안동하회마을보존회 이사장의 말마따나 마을은 수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영의정을 지낸 서애 선생을 비롯해 99명의 과거 급제자가 마을에서 나왔다. 위대한 전통은 오늘에도 이어진다. ‘풍산금속’과 ‘장수막걸리’ 창업주, 한류스타 류시원도 가문이다. 마을이 들어앉은 자리가 인물을 낳는다고 마을은 믿는다.


연 100만 명을 헤아린다는 방문객이 하회마을의 의의를 오롯이 깨우치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오늘의 하회마을은 국제적 명성과 달리 되바라진 관광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무 집이나 불쑥 들어가는 관광객의 무례도 꼴불견이지만, 마을 안팎의 무분별한 상술은 영 눈에 거슬린다. 특히 최근 시작됐다는 마을 주민의 카트 영업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명성을 갈아 먹는 자해에 가깝다. 제주도 동쪽 섬 우도에서처럼 어수선하거니와 위험하다. 이 모든 소란은, 하회마을은 알아도 하회마을을 여행하는 법은 몰라서 벌어지는 불상사다. 안타깝다.


강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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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을 여행하는 방법은 한가지다. 애오라지 걸어야 한다. 마을에 들어갈 때부터 걸어야 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병산서원까지 십 리 길을 걸어서 들어갔다지만, 걸음은 마을 왼쪽 어귀 병산서원에서 시작해도 족하다. 걸음은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다.


병산서원은 서애를 기리는 공간이다. 유홍준 전 청장이 서원 건축의 백미라고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곳으로, 지난해 전국의 서원 8곳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서원 대청마루에 앉아 내다보면 만대루 너머로 병산과 낙동강이 절묘하게 시야를 채운다. 서원이 걸터앉은 산이 꽃뫼(화산)고, 서원이 이름을 받은 산이 낙동강 건너 푸르뫼(병산)다. 4월 산불로 검은 속살을 드러낸 푸르뫼가 눈에 밟혔다.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 산허리를 따라 오솔길이 나 있다. 2010년 조성된 ‘유교문화길’이다. 옛날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이었던 옛길로 4㎞ 길이다. 길은 인적이 드물어 한갓졌다. 오디 뒹굴어 길바닥이 새까맸고, 그 오디를 쪼려 후투티가 내려앉았다. 길섶의 고라니와 뱀이 인기척에 놀라 줄행랑을 쳤다. 10년 전에도 따라다녔던 낙동강이 다시 동행했다.


하회마을에 들어섰다. 이리 굽고 저리 휜 골목을 따라 기와집과 초가집이 늘어서 있다. 어찌 보면 심심한 풍경이다. 어지간한 집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대부분 문이 잠겨 있다. 이준용(71) 문화관광해설사가 눈여겨봐야 할 장면 몇 개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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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담장. 원래 하회마을은 흙담만 있었다. 황토 곱게 개 담을 올렸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풍수에선 하회마을의 지형을 행주형(行舟形)이라 풀이한다. 배가 나아가는 모양이라는 뜻이다. 배가 무거우면 물에 뜰 수 없는 노릇. 하여 배를 닮은 마을에 돌을 들여선 안 되었다. 종종 보이는 돌담은 최근에 쌓은 것이다. 마을 안에 우물이 없었던 것도 배에 구멍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제가 마을에 우물 13개를 팠었다. 임진왜란 때 왜구를 물리친 서애에 대한 후세의 복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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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복판의 삼신당도 흥미로운 공간이다. 삼신당과 하회마을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하나 무속 신앙과 유교 공동체는 하회마을에서 하나처럼 섞인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600년이 훌쩍 넘었다는 삼신당 느티나무 신목 앞에서 시작한다. 마을 한쪽에는 종탑 옆에 기와 얹은 예배당도 있다. 삼신당도, 예배당도 모두 하회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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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송정 솔숲을 지나 백사장으로 나가면 새로 놓은 섶다리가 나타난다. 낙동강 건너편 우뚝한 절벽이 부용대다. 64m 높이라지만 벽처럼 서 있어 훨씬 높아 보인다. 섶다리를 건너면 옥연정사다. 귀향한 서애가 예서 머무르며 『징비록』을 썼다. 지금은 민박도 받는다. 이윽고 부용대에 올라선다. 산이 물을 얼싸안고 물이 산을 휘감아 도는 안쪽으로 마을이 들어앉아 있다. 더없이 평안한 풍경이다.


■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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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입장료 어른 5000원. 마을에 입장하기 전에 발열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매일 오후 2시 마을 입구 탈놀이전수관에서 열린다(월요일 제외). 무료 공연으로, 꼭 관람하기를 권한다. 하회마을에 민박을 운영하는 집이 50집이 넘는다. 하회마을 홈페이지(haho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유산축전이 열리는 7월 31일부터 4주간 토요일마다 하회선유줄불놀이를 재현한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민중의 놀이였다면, 선유줄불놀이는 양반의 놀이였다. 해마다 하회탈춤페스티벌에서 진행하던 행사를 확대 편성했다. 부용대에서 만송정까지 줄을 매단 뒤 불 주머니를 내려보낸다. 장관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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