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는 ‘고진감래’지만 결혼 만큼은 ‘감진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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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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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한 한·중 커플 함소원·진화 부부는 부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오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행복하기만 할 것 같던 부부는 아이가 태어난 후 자주 부딪히게 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육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가 이유인 것 같기도 하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그러다 얼마 전 아이를 데리고 문화센터를 방문한 부부는 유독 낯선 환경을 어려워하는 아이를 걱정하게 되죠. 그리고 육아의 신이라 불리는 오은영 박사를 만나게 됩니다.


이들과 얼마의 시간을 보낸 후 오은영 박사는 아이의 상태를 걱정하는 부부에게 아이는 괜찮지만, 그보다 부부 사이의 대화가 문제라고 조언합니다. 어른도 상대방의 말소리가 높으면 이를 위협과 공격으로 느끼는데, 엄마·아빠의 큰소리는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말 못하는 아이도 표정을 보면 다 압니다. 싸울 때 부부의 말소리뿐 아니라 표정 또한 좋을 리 없죠. 부부의 싸움은 아이에게 긴장감과 두려움을 주게 마련입니다.



건강한 아이 키우려면 부부 관계 점검부터


건강한 아이로 잘 키우기 위해 다른 것보다 부부의 관계를 점검하라고 말해줍니다. 먼저 남편에게는 “아내가 이야기를 계속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남편은 아내가 말을 좀 부드럽게 했으면 좋겠다고 답합니다.


그러자 오 박사는 “그런 상황이 오면 아내에게 잠깐 멈춰 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공격적인 말투가 남편에게 좋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같이 살아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고, 이 말을 듣고 있던 오 박사는 “다 맞는 말인데 나는 왜 엄마와 아들을 보는 것 같을까. 두 사람은 부부다”라고 이야기했죠.


부부는 직장 선후배도, 선생님과 제자도 아닙니다만 가끔 부부의 대화를 듣다 보면 함소원·진화 부부처럼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상대방을 나무라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저 역시 결혼 초기 남편과 언쟁이 생겼을 때 마치 직장 상사에게 질책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죠. 그 상황이 지난 후 남편이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할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전해준 적이 있습니다.


말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전달 방식을 서로가 고민해 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였죠. 물론 저 역시 때때로 다툼의 과정은 인정하나,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더 좋아지려 한다는 의도를 전달하지 못한 채 상대를 추궁하는 말투로 탓했습니다. 상대를 탓하는 말투는 나의 의도가 전달되기도 전에 상대가 마음의 문을 닫고 방어하게 합니다.


‘최인아 책방’을 운영하고 있기도 한 최인아 대표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한자 숙어 ‘고진감래(苦盡甘來)’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 아는 대로 고진감래는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뜻이다. 나의 시선은 ‘순서’에 가 닿는다. 왜 ‘감(甘)’이 먼저가 아니고 ‘고(苦)’가 먼저지? 그러곤 곧 알아차렸다. 이 또한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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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선행 투자인 거다. 열매를 얻고 싶으면 먼저 땅을 일구고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이치. 그런 후에야 꽃을 보고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이치. 아, 하나 예외가 있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는 일만큼은 순서가 반대다. 그것은 먼저 맛본 연애의 달콤함을 결혼으로 오래도록 감당하는 일이다. 만약 사랑과 결혼이 고진감래의 순서를 따라 결혼이 먼저였다면 오늘날 세계 인구는 훨씬 적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생활은 사랑의 결실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또 다른 관계의 시작인 거죠. 내가 그려온 결혼 후의 기대감이 현실에서 그대로 펼쳐지긴 쉽지 않습니다. 잘 유지하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서로가 노력하다 보면 다시 ‘고(苦)’에서 '감(甘)’으로 돌아가 연애 초기에 느끼는 설렘과는 다른, 그러나 그보다 더 진해진 감정을 느끼게 되겠죠.


심리학 박사인 아서 아론 교수는 평균 15년가량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커플을 대상으로 권태기를 겪지 않고 어떻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지를 실험했습니다. 교수는 커플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10주간 일주일에 한 번씩 다음의 활동을 함께 하라고 지시했죠.


먼저 A그룹에는 영화 보러 가기, 맛집 가서 외식하기,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그리고 B그룹에는 등산하기, 춤 배우기, 국내 여행하기를 권했습니다. 10주가 지난 후 각각의 그룹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외식보다 춤이 부부 관계 만족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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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A그룹보다 B그룹이 관계의 만족도가 2배 가까이 높게 나왔습니다. 이전보다 A그룹은 7%, B그룹은 13%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향상되었죠. B그룹은 상대적으로 전에 경험해 보지 않았던 새롭거나 도전적인 활동을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자아를 확장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이를 자기 확장이론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연애 초기에는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상대방 자체가 나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자기 확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그러다 보니 권태감을 느끼는 시기가 오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해보지 않았던 활동은 오랜 시간 함께한 커플에게 자기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죠. 신선한 경험과 더불어 그 과정을 통해 몰랐던, 혹은 잊고 있던 상대의 매력을 발견하게도 될 겁니다. 일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영화를 보는 잔잔한 데이트도 물론 좋지만 때때로 새로운 경험에 함께 도전해 보는 것도 관계 개선을 위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한 번의 계절이 지나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부부 사이 늘 해왔던 일들 말고 서로의 자아 확장과 이를 통한 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을 시작해 보시겠습니까?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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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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