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잣나무숲에서 단잠…이게 진짜 ‘웰니스’구나

[여행]by 중앙일보

2016년 문 연 영주 국립산림치유원

1박2일 단기 체험 프로그램 인기

저염식 먹고 TV 없는 숙소서 휴식

우주인이 쓰는 첨단 장비로 운동도


웰빙(Wellbeing)·힐링(Healing) 열풍이 지나고 이제는 웰니스(Wellness) 시대다. 웰니스는 건강(wellbeing)과 행복(Happiness)의 합성어다. 여태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았는데, 웰니스는 또 뭔가.


장태수 단국대 의대 교수는 “웰빙이 신체 건강에, 힐링이 정신적 회복에 집중한다면 웰니스는 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이라며 “유럽과 북미에서 그랬듯이 한국에서도 운동·의료·관광과 접목된 웰니스 산업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지난해부터 ‘웰니스 관광’ 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웰니스를 경험할 수 있는 관광 시설 33개를 선정했는데 면면이 다채롭다. 특급호텔이 있는가 하면, 식물원과 화장품 회사 매장도 있다. 공통점은 모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 경북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의 1박2일 프로그램에 참여해 웰니스를 경험했다.












국립산림치유원(이하 치유원)은 소백산(1439m) 옥녀봉 자락에 있다. 이름 그대로 산속에서 치유를 경험하는 시설이다. 산림청에서 1400여억원을 들여 2016년 8월 개장했는데 아는 사람이 드물다. 더위가 완전히 물러간 9월 7일 개인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 대형버스를 타고 온 단체 방문객이 대부분이었다.

오후 2시 방문자센터에서 입실 수속을 했다. 숙소에는 TV?에어컨?물?수건이 없고, 무선인터넷도 터지지 않는단다. 곁에 있던 40대 남성은 “대체 밤에 뭐하란 말이지?”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내심 ‘디지털 디톡스’를 기대했는데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통신 자체가 먹통인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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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3시부터 시작했다. 작은 강당에 10명이 모였다. 김혜경 산림치유지도사를 따라 몸을 풀었다. 요가나 필라테스 수준은 아니었다. 연세 지긋한 어른이 있어서 뻣뻣한 몸을 푸는 스트레칭에 집중했다. “등은 사람의 감정을 드러낸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굽은 등, 풀이 죽은 등, 화난 등. 나이를 먹을수록 얼굴과 뱃살이 아니라 ‘등 건강’을 챙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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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나갔다. 치유원의 7개 숲길 중 마실치유숲길(5.9㎞) 일부 구간을 걸었다. 잘생긴 소나무가 우거진 숲, 칡꽃 향기가 은은한 산책로, 영주시 풍기읍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도 좋았지만, 잣나무숲에서 해먹 치고 쉬었던 시간이 가장 좋았다. 바람이 선선했고, 나무 사이로 햇볕이 잘게 부서지며 쏟아졌다. 20분에 불과했지만, 몸 안의 독소가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해먹에 눕자마자 코를 고는 참가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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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치유원 쪽으로 걸으면서 소감을 나눴다. “시골 출신이어서 고향에 온 듯 편했다” “비염이 다 나은 것 같다” “당장 해먹을 사고 싶다” 숲을 다녀온 참가자의 얼굴이 딴판이었다. 식물처럼 광합성을 한 듯 모두 푸릇푸릇해 보였다.







저염·저칼로리를 표방한 치유원 음식은 정갈했다. 찜닭·콩나물국·샐러드 등 흔한 밥상이었지만, 훈련병 시절만큼 저녁을 많이 먹었다. 잣나무숲에서 마음껏 들이마신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위장 기능까지 치유했나 보다.

오후 7~9시에는 건강증진센터에서 5가지 치유 장비를 이용했다. 우주선에도 탑재한다는 음파진동운동기와 음파로 반신욕을 하는 기기를 이용하니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가장 용한 건 아쿠아 마사지 기기였다. MRI 촬영기 같은 원통 기구에 들어가서 물 마시지를 받았는데 얇은 막이 있어 몸이 젖지 않았다. 마사지사의 손길만큼은 아니어도 뭉친 근육이 풀린 기분이 확연했다. 요즘 프로야구 선수들도 이 기기를 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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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마시지 덕분인지 맑은 공기 덕분인지 모처럼 단잠을 잤다. 이른 아침, 맑은 기분으로 산책에 나섰다. 전망대에 서니 풍기읍 방향으로 겹겹으로 늘어선 산등성이가 보였다. 구름과 햇볕이 거푸 다른 결의 조명을 만들 때마다 산이 파도처럼 너울거렸다.

아침을 먹고 ‘수 치유센터’로 갔다. 수영복을 입고 바데풀로 들어가 강사의 지시에 따라 몸을 풀었다. 참가자끼리 짝지어 스트레칭을 하고, 우동 면발 같은 아쿠아 누들을 이용해 균형을 잡는 운동을 했다. 장년?노년층이 많아서인지 어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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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치유원을 나왔다. 1박2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풍기읍의 소문난 맛집인 도넛 가게를 찾아갔다. 며칠 동안 구경도 못했던 기름기 잔뜩 머금은 밀가루 간식과 시원한 커피를 삼키며 생각했다. 왜 요즘 사람들은 치유와 위로에 목말라 할까. 상처 받고 지친 사람이 많아서일 터이다. 그럼 ‘웰니스’를 위해 도시를 떠야 하나. 간단치 않은 문제다. 당장 뭐라도 실천하는 게 중요할 테다. 집 근처 아차산을 수시로 오르겠다는 다짐을 해봤다. 이틀간 경험했듯이 숲이 놀라운 치유의 힘을 지닌 건 자명한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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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국립산림치유원(daslim.fowi.or.kr)은 자가용이 없으면 찾아가기 힘들다. 서울시청에서 208㎞ 거리로 약 2시간 30분 걸린다. 세 끼 식사와 네 가지 체험을 포함한 1박2일 단기 프로그램(2인 기준)은 일~목요일 14만8000원, 금?토요일 18만7000원이다. 치유 장비 체험료 1만5000원(1인)은 별도다.


영주=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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