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여고생, 화성 초등생, 청주 여공·주부 살인 다 이춘재 짓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수원 여고생 살인 사건은 물론 화성 국교생(현 초등생) 실종 사건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2건의 살인 사건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 사건도 공소시효가 모두 끝났고 증거물품도 폐기된 상태라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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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본부는 15일 브리핑을 열고 이춘재가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비롯해 수원과 화성에서 각 1건, 청주에서 2건의 살인 사건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실종…치마와 가방만 발견


이춘재가 밝힌 추가 살인 사건은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과 1989년 7월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공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이다.


수원 여고생 살인은 1988년 1월 4일 수원시 화서역 인근의 한 논에서 여고생 A양(당시 18세)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이다. A양은 1987년 12월 24일 외출한 뒤 실종됐다. 착용하고 있던 옷가지로 두 손이 결박되고 입에 재갈을 물린 상태로 숨져 있었다. 이춘재 특유의 범행 인증(시그니처·Signature) 수법이다. 그래서 당시에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의 연관성이 제기됐었다.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은 1989년 7월 7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생 B양(당시 8세)이 실종된 사건이다. 같은 해 12월 9차 화성 살인 사건 피해자가 발견된 태안읍 병점리(현 병점동)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B양이 실종 당시 입고 있었던 치마와 책가방이 발견됐다.


당시 이춘재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1989년 9월 수원시 한 가정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강도예비 등 혐의로 수감되면서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실종 사건으로 처리해 수사를 종결했다. 상심한 B양의 가족은 이후 고향을 떠났다.


B양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이춘재는 "B양의 시신을 범행 현장 인근에 유기했다"고 진술했지만, 현재 해당 지역은 개발돼 유기 장소 등을 특정할 수는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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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는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 전 충북 청주에서 2건의 살인을 더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포크레인 기사로 일했던 이춘재는 1991년 전후로 화성과 청주 공사 현장을 오가며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여공 살인 사건은 1991년 1월 27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택지개발 공사장에서 방직공장 직원이던 C양(당시 16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C양은 1.5m 깊이로 매설된 콘크리트 하수관에서 속옷으로 양손이 뒤로 묶인 채 입이 틀어막혀 목이 졸려 숨져 있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C양이 살해된 날 공사장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강도를 당한 주부 김모(60ㆍ당시 32세)씨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렴풋하지만 최근 화성사건 용의자로 조사를 받는 이춘재와 그 남성의 얼굴이 비슷하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범인이 한눈을 판 사이 발을 묶은 스타킹을 풀러 하수관 150m를 기어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다. 그 남성은 김씨의 바지를 벗겨 머리에 씌우고, 옷가지로 손ㆍ발을 묶었다. 범행 수법으로 미뤄볼 때 이 사건 역시 이춘재가 한 짓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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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는 1991년 3월 청주시 남주동에서 발생한 부녀자 살인 사건도 자신이 했다고 시인했다. 이 여성(당시 28세)은 양손이 테이프에 묶여 있었고 가슴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상태였다. 경찰은 범인이 단독 주택에 침입해 이 여성의 손을 묶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당시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이춘재 피의자로 입건"


현재 이춘재는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강간미수 등을 자백한 상태다. 경찰은 이 중 이춘재의 DNA가 검출된 3차·4차·5차·7차·9차 등 5개 사건의 강간살인 혐의로 이춘재를 입건됐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서 진행하고 있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증거물 감정에서 이춘재의 DNA가 추가로 나오거나 당시 자료 등을 토대로 한 수사로 혐의가 입증되면 이춘재를 추가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국과수에선 현재 억울한 옥살이 논란이 일고 있는 8차 화성 살인 사건에 대한 증거물 감정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춘재의 입건이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춘재가 저지른 모든 범죄는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춘재의 현재 모습을 비롯한 신상공개 가능성은 남아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이거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또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춘재가 현재 수감 중인 상태라 현재 모습이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반기수 수사본부장(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은 "법조계 인사 등 외부자문위원의 조언을 받아 대상자(이춘재)를 화성사건의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신상공개는 수사가 마무리된 뒤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6차는 증거물 없고 10차는 이춘재 DNA 안 나와


이춘재는 프로파일러들에게 살인 사건을 설명할 때 장소 등을 그림으로 그려가며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범죄에 대한 설명은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경찰은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비롯한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분석과 과거 수사자료 등을 토대로 이춘재의 혐의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화성 살인 사건의 경우 10차 사건 증거물에선 이춘재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1차, 6차 사건의 경우 남아있는 증거물이 없는 상태다.


국과수가 감정하고 있는 8차 사건 증거물도 토끼풀과 8차 살인 현장 침입 수법과 비슷한 다른 지역 범행 현장 창호지 정도다. 경찰도 "의미 있는 증거물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춘재가 추가로 자백한 수원 여고생 사건,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등 4건의 미제 사건 증거물도 공소시효가 끝나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의 자백에서 범인만 알 수 있는 내용을 과거 수사기록 등과 비교해 일치하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 DNA가 나오지 않은 증거물에 대해선 다시 분석을 의뢰해 감정 중이고 증거물이 남아있지 않은 사건들은 혹시 어딘가에 남아있을지 몰라서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8차 화성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윤모(52)씨 측은 이날 오전 수원지방검찰청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당시 수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등 본격적인 재심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중이라 정보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모란·최종권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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