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김주형, 첫 홀 쿼드러플 보기 하고도 5타 차 우승

[트렌드]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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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후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김주형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에게 확실하게 도착 인사를 했다. 김주형은 8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 골프장에서 벌어진 정규 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김주형은 이날 9언더파 61타를 기록, 합계 20언더파를 쳤다. 선두로 출발한 임성재가 2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공동 2위다. 2002년에 태어난 스무살의 PGA 투어 비회원인 김주형이 5타 차로 우승한 것이다.


김주형의 이 대회 1라운드 첫 홀 스코어를 생각하면 더욱 놀랍다. 그는 파 4인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 이른바 양파를 했다. 티샷이 러프에 들어간 후 불운이 계속됐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샷이 잘못 된 게 아니고 작은 실수들로 인한 쿼드러플 보기여서 최선을 다하면 컷통과는 할 수 있다고 여겼다”고 술회했다. 이후 버디 7개를 잡아 3언더파 67타를 쳤다. 2라운드에서는 64타, 3라운드에서 68타를 치면서 선두권으로 올라서더니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61타를 기록하며 5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첫 홀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 우승한 선수는 지난 40년 동안 PGA 투어에 없었다. 2003년 이후 PGA 투어에서 첫 홀 쿼드러플 보기 후 언더파를 친 선수는 3명뿐이다.


만약 1라운드 첫 홀을 뺄 수 있다면 김주형은 9타 차 우승이다. 김주형은 그만큼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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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3-3-3-3-3.


김주형은 4라운드엔 첫 홀 파(4타)를 한 후 이후 8개 홀에서 모두 3타를 쳤다. 파 4홀 6개에서 모두 버디, 파 5홀에서는 이글, 파 3홀에서는 파였다. 8개 홀에서 8타를 줄였다.


선두와 2타 차 공동 3위로 시작한 김주형의 순위가 치솟았다. 금방 임성재를 따라잡고 선두가 됐다. 전반 27타를 친 그는 50대 타수를 칠 기세였다.


김주형은 10번 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15번과 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20언더파로 4타 차 선두가 됐고 5타 차로 우승했다.


김주형은 “찬스를 만든 후에 잘 잡아야 하는데 이번 주에 퍼트가 잘 됐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최종라운드 전반 2m~7m 버디, 이글 찬스를 성공시켰다. 전반 9개 홀에서 성공시킨 퍼트의 거리는 40m 정도였다.


김주형은 "지난주와 이번 주 모두 최종라운드 9언더파를 쳤는데 이런 몰아치기가 나와 내가 놀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형의 61타는 2019년 캐나디안 오픈 로리 매킬로이 이후 PGA 투어 우승자의 최종라운드 최저타 기록이다. 20언더파는 윈덤 챔피언십 역대 최저타 우승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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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은 1932년 이후 PGA 투어에서 두 번째로 어린 우승자다. 조던 스피스가 19세 때 우승했다. 1923년 이후 미국 외에서 태어난 우승자 중 가장 어리기도 하다. PGA 투어에서 2000년 이후 태어난 첫 우승자다.


만 20세 1개월 17일의 김주형의 세계 랭킹은 21위가 된다. 그 나이에 이렇게 높이 올라간 선수는 로리 매킬로이와 세르히오 가르시아뿐이다. AP통신은 "김주형은 2010년 PGA 투어에서 62타를 치며 처음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가 연상된다"고 썼다.


윈덤 챔피언십은 플레이오프 진출자를 가리는 정규 시즌 마지막 대회다. 김주형은 올 시즌 중반부터 비회원으로 PGA 투어 몇 개 대회에서 초청 선수로 뛰었고 지난주 열린 로켓 모기지 클래식 최종라운드 63타를 치면서 내년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그러나 비회원이라 플레이오프에 갈 수는 없었다. 예외가 있다. 우승한다면 곧바로 PGA 투어 회원이 되고 플레이오프에도 간다. 김주형은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하고 회원이 됨으로써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됐다.


비회원으로 우승한 건 2019년 콜린 모리카와 이후 김주형이 처음이다. 모리카와는 메이저 2승을 기록하고 있다.


김주형의 페덱스컵 랭킹은 34위다. 플레이오프 2개 대회는 확실하고 최근 기세로 볼 때 30명만 진출하는 플레이오프 최종전도 가시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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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최종전에 참가한다면 이듬해 메이저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있다. 또한 우승자들만 참가하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도 나간다. 스무살 김주형이 PGA 투어의 엘리트 선수가 되는 것이다. 프레지던츠컵 출전은 당연지사다.


김주형은 17세에 프로가 되어 아시안 투어에서 활동하다 2020년 코로나 19 감염증으로 인해 국내로 돌아와 KPGA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엔 KPGA와 아시안투어에서 동시에 상금왕이 됐다. 별명이 곰돌이다.


올 시즌엔 PGA 투어 진출을 목표로 하고 해외 투어에 나갔다. 아시안 투어에서 2승을 했고 PGA 챔피언십과 US오픈 등 메이저대회에 참가했다.


7월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 PGA 투어 진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대부분 참가해 페덱스 포인트 배점이 높았는데 김주형이 3위를 했다.


이어진 디 오픈에서 컷을 통과하면서 PGA 투어 임시 특별 회원이 되는데 필요한 288점을 넘어섰다. 임시 특별 회원은 PGA 투어 무제한 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김주형은 시즌 말미에 임시 특별 회원이 됐고 플레이오프를 제외하면 남은 대회는 3개뿐이어서 임시 회원 자격이 대회 출전에 도움이 된 건 아니다. 그러나 특별회원이 될 점수를 얻은 것은 의미가 있었고 그 기회를 살렸다.


김주형은 이어진 3M 챔피언십에서 공동 26위, 로켓 모기지 7위로 다음 시즌 PGA 투어 진출을 확정했다. 그리고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하면서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게 됐다.


김주형은 이번 시즌 PGA 투어 9개 대회에 참가했다. 그중 메이저대회를 제외한 순수 PGA 투어 대회는 6개뿐이었다.


김주형의 영어 이름은 톰 김이다. 장난감 기차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토마스 더 트레인(토마스와 친구들)을 좋아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미국 언론은 김주형을 버디 트레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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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로 출발한 임성재는 5번 홀에서 샷이글을 하기도 했으나 고속열차처럼 달린 김주형에 추월당해 재미교포 존 허와 함께 공동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2주 연속 2위에 오르면서 페덱스 포인트 순위는 15위에서 10위로 올랐다. 정규 시즌 페덱스 포인트 10위 이내 선수들에게는 보너스가 지급된다. 또한 30명이 참가하는 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갈 확률이 높아졌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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