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에 "대만독립" 나오자 궁리는 작품상 시상 거부했다

금마장 영화제 시상식서 '제2의 쯔위' 방불

“대만이 독립된 나라로 인정받는 날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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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55회 금마장 영화제 시상식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수상 소감이 등장하면서 양안(兩岸) 관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오는 24일 대만의 특별시·현급시 등 아홉 분야의 공직자를 한 번에 선출하는 구합일(九合一)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2016년 1월 치러진 총통선거 당시 한국 예능프로에 대만 청천백일기를 들고 출연했던 대만 출신 여가수 쯔위(子瑜)가 중국의 압박에 밀려 사과 영상을 공개하자 역풍이 불어 대만 독립파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당선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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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마장 영화제 다큐멘터리 작품상은 지난 2014년 3월 18일 양안 서비스 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입법원(국회) 점령 시위에 참여한 대만과 중국 학생의 시각을 담은 ‘우리의 청춘 대만에서(我們的?春 在台灣)’에 돌아갔다. 감독 푸위(傅?·36)는 수상 소감에서 “나는 어느 날 우리나라(대만)가 진정 독립된 개체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며 “이는 내가 한 명의 대만인으로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화교인 아버지와 인도네시아 화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9살 때 대만에 정착한 푸위 감독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며 2014년 해바라기 학생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어왔다.

푸위 감독의 발언에 시상식장은 곧바로 얼어붙었다. 푸 감독 발언 직후 지난해 최우수 남우주연상으로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중국 배우 투먼(?們)은 “특별히 다시 ‘중국 대만’ 금마장 시상식에 참석해 영광이며 양안은 한 가족임을 느낀다”라며 푸위 감독의 발언을 반박했다. 영화제 심사위원이자 '붉은수수밭'의 주연이었던 중국 여배우 궁리(鞏?)는 예정됐던 최우수 작품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길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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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라이프 오브 파이’ ‘와호장룡’ 등을 만든 대만 출신의 거장이자 금마장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리안(李安) 감독은 “대만은 자유롭고 영화제는 열려있다”며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다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 예술은 예술로 논해야지 정치 세계가 간여하길 바라지 않는다”며 푸위 감독을 옹호했다.

이날 영화제 이후 예정됐던 축하연은 파행으로 열리지 못했다. 중국 출신 배우 후거(胡歌), 덩차오(鄧超), 쑨리(孫儷) 등이 연회에 불참했으며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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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탈세로 거액의 벌금을 납부했던 판빙빙(范??)을 비롯한 중국 배우들의 ‘중국 수호 선언’이 이어졌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판빙빙은 10월 3일 반성문을 올린 이후 처음으로 “중국은 점 하나라도 작아질 수 없다”며 대만과 남중국해 도서를 모두 중국 영토로 포함한 중화인민공화국 지도를 게재했다. 이후 양미(楊冪)·류스스(劉詩詩)·리천(李晨)·우진옌(吳謹言)·저우신(周迅) 등 중국 유명 배우들이 지도 올리기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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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반격도 이어졌다. 시상식에 참석했던 정리쥔(鄭麗君) 대만 문화부장(장관)이 페이스북에 “여기는 대만입니다. 중국 대만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려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차이잉원 총통도 18일 페이스북에 “대만은 민주 개방된 사회로 언론의 자유가 있다”며 “하지만 어제 푸위 감독과 정리쥔 문화부장의 페이스북에 각종 증오의 댓글이 쇄도했다. 이러한 인터넷 따돌림(覇凌·Bullying)에 반대한다”며 반박 대열에 섰다.

중국 당국은 신중하게 대응했다. ‘푸위 발언’이 ‘제2의 쯔위 사태’로 비화해 경제 침체로 열세에 몰린 민진당의 선거 운동을 도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국수주의 일간지 환구시보는 19일 사설에서 “대만 정국이 무척 복잡한 국면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의도와 달리 한쪽의 선거를 돕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제2의 쯔위 사태’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뉴쩌신(?則勳) 대만 문화대 교수는 홍콩 명보에 “통일이냐 독립이냐의 문제는 지방선거에서 주목도가 높지 않다”며 “유권자 역시 경제 문제를 더욱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일 앞으로 다가온 대만 선거는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올림픽에 참가해 온 대만이 ‘대만’이란 이름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자는 국민투표도 하기 때문이다. 페레 미로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부총간사는 지난주 대만 올림픽위원회에 “1981년 로잔 협의를 위반하려는 어떤 시도도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국민투표 통과 여부에 따라 대만의 도쿄 올림픽 참가가 불허될 수도 있다. 푸위 감독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 말미에 다음주 국민투표 때 ‘대만’ 이름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방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독려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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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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