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 레저 천국서 호빗처럼 놀고 슈퍼맨처럼 날다

[여행]by 중앙일보

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

‘반지의 제왕’ 찍은 숲길 걷고

시속 80㎞로 제트보트 질주

액티비티 220종 고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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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를 찾는 여행자라면 당연히 그림엽서 같은 대자연을 기대할 테다. 한데 풍경만 기대하고 가선 곤란하다. 숙소 창문을 열거나 길을 걷거나 드라이브를 하거나 노상 그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펼쳐져서다. 정말 지겹도록 보게 된다. 뉴질랜드의 청정 자연은 감상만 하기엔 아깝다. 몸으로 겪어야 한다. 모험가의 고향으로 불리는 남섬 퀸스타운을 간다면 더 그렇다. 번지점프·루지·제트보트·스카이다이빙 등 대자연과 놀 수 있는 방법이 수두룩하다. 레포츠 천국으로 통하는 퀸스타운 일대를 누볐다. 남반구에 자리한 뉴질랜드 날씨는 우리와 반대로 흘러간다. 한국은 바람이 날로 차가워지는데 뉴질랜드는 포근한 여름에 다가가고 있다.


여행자의 도시를 굽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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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부터 강렬했다. 만년설의 서던 알프스 산맥, 그러니까 뉴질랜드 남섬의 등줄기를 타고 넘어, 퀸스타운 공항 부근 상공에 이르자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거센 이유가 있었다. 공항이 산지에 둘러싸여 있어, 협곡 사이를 파고들 듯 착륙을 해야 했다. 청명한 호수와 설산, 끝없이 펼쳐진 목초지…. 요동치는 창문 너머의 모든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뉴질랜드 남섬을 찾는 전 세계 여행자의 베이스 캠프. 그게 바로 퀸스타운이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길다는 와카티푸 호수(약 80㎞) 중심에 도시가 자리하고, 그 둘레를 육중한 산들이 감싸고 있다. 유람선 선착장 주변엔 수많은 호텔이 있고, 밤늦도록 상점과 레스토랑이 불을 밝힌다. 퀸스타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 수만 대략 220개에 이른다. 인구 4만 명 남짓한 소도시에 지난해에만 3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던 까닭이다. 퀸스타운에서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여행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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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관광 시설은 ‘스카이라인’ 곤돌라다. 매해 100만 명이 찾는다니, 퀸스타운을 찾는 거의 모든 관광객이 성지 순례하듯 다녀가는 곳이다. 현지 가이드인 연동준씨에 따르면 12~2월 성수기엔 최소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한단다. 전 세계 액티비티 1번지의 대표 시설이 고작 곤돌라라는 게 의아했지만, 곧바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해발 790m 높이의 봅스피크는 전망대인 동시에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이었다. 이 언덕에서 수많은 여행자가 패러글라이딩·번지점프·MTB·트레킹을 동시 다발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카페테리아에서 전망만 감상하자니 몸이 근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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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m 언덕길을 달리는 루지를 탔다. 앙증맞은 썰매처럼 보였지만 막상 타보니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트랙 옆은 가파른 산비탈이었다. 천천히 커브를 그리며 내려왔다. 멀찍이 보이는 리마커블 산(2319m)과 세실 봉(1978m), 비췻빛 와카티푸 호수를 굽어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대자연 혹은 중간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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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Adventure’ ‘Real’. 뉴질랜드에서 손에 넣은 관광 책자엔 주로 이런 종류의 단어가 빼곡했다. 인간이 일군 역사와 문화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자랑하는 태도라고나 할까. 퀸스타운에서도 국가대표급 대자연이 멀지 않다. 서던 알프스 산맥 남단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마운트 어스파이어링 국립공원’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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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티푸 호반을 따라 북쪽 46㎞ 거리, 국립공원의 관문인 글레노키 마을로 갔다. ‘다트 리버 제트 사파리’ 투어에 참여했다. 제트보트를 타다가 숲을 걷고, 또 사륜구동 버스를 타고 마운트 국립공원 남단을 빠르게 누비는 투어다. 이 정도면 철인 3종은 아니어도, 뉴질랜드 대자연 탐험 속성 3종 세트쯤은 되는 셈. 30㎞의 코스를 4시간 만에 해치운다.


수중전부터 시작했다. 제트보트는 최고 시속 80㎞로 다트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운전대를 잡은 가이드 에단은 전력 질주로도 모자라, 이따금 보트를 360도로 회전하며 곡예 운전을 했다. 안전대를 잡은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국립공원 가이드 투어에서도 극한의 모험을 하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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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숲 트레킹. 숲 전체를 장악한 이끼와 고사리, 길쭉하게 뻗은 너도밤나무…. 마운트 어스파이어링의 안쪽은 그야말로 원시림이었다. “8000만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숲이다. 800~1000년을 산 너도밤나무도 있다”고 가이드 제이콥이 설명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소품으로 나온 거대한 나무 의자를 발견했을 땐, 연세 지긋한 어른도 아이처럼 좋아했다. 의자 위에선 누구나 호빗처럼 작아 보였다. 제이콥이 입에 넣어준 ‘카와카와(페퍼 트리)’ 잎사귀에선 지독한 매운맛이 났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 예부터 소화제로 썼던 약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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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륜구동차를 타고 글레노키로 돌아가는 길, 숨 막히도록 눈부신 초록빛 목장지대가 계속 펼쳐졌다.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에 등장한 중간계가 바로 이 목초지였단다. 지도는 이 일대를 ‘파라다이스’라고 일컬었다.


번지점프의 본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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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파리 에펠탑 위에서 고무줄에 몸을 묶은 채 뛰어내린 이가 있었다.


전 세계에 번지점프를 알린 이 돌발 행동의 주인공이 뉴질랜드 출신의 AJ 해킷이다. 그는 88년 퀸스타운으로 돌아와 세계 최초의 상업 번지점프 시설을 열었다. 그게 바로 ‘카와라우 브리지 번지’다. 퀸스타운 중심가에서 카와라우 강을 끼고 동쪽으로 20분 달리면 나온다.


30년이 흘렀지만, 카와라우 브리지에서는 지금도 카운트 다운과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해마다 약 40만 명이 이 다리를 찾는데, 그 가운데 3만8000명이 직접 번지점프를 체험한단다. 어림잡아 하루에 약 104명이 뛰어내리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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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라우 브리지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번지점프대 중 하나다. 아파트 10층에 해당하는 43m 높이다(요즘은 100m 이상의 번지점프대가 흔하다). 덕분에 초보자·여성에게도 인기가 많단다. 실제로 이날 체험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만 10세 이상, 몸무게 35~117㎏이라면 누구나 번지점프에 도전할 수 있다. 중도 포기해도 환불이 불가능하니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역대 최고령 체험자는 뉴질랜드 사우스랜드 출신의 94세 할아버지였단다. 참고로 75세 이상은 번지점프 요금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아찔한 경로 우대는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카와라우 브리지는 체험자가 아니어도 드나들 수 있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협곡 풍경은 아찔하면서도 장쾌했다. 카와라우 강은 평온한 옥빛을 띠었지만 협곡이 비좁아서 세찬 바람이 몰아쳤다. 특히 번지점프대 앞은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거칠었다. 스릴을 즐기는 모험가에겐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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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


뉴질랜드는 한국보다 4시간 빠르다(서머타임 적용). 인천~오클랜드는 약 11시간 거리. 북섬 오클랜드에서 다시 2시간 날아가야 남섬 퀸스타운에 닿는다. 에어뉴질랜드가 오는 11월 23일부터 인천~오클랜드 직항 노선을 주 3회 운항한다. 12월 23일~2월 22일은 주 5회(월·수·목·토·일요일) 운항한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다. 여름철인 12~2월이 여행하기 좋다. 평균 기온이 10~20도다. 화폐는 뉴질랜드달러를 쓴다. 1뉴질랜드달러는 약 750원. 어른 기준으로 카와라우 브리지 번지는 205뉴질랜드달러(약 15만5000원), 스카이라인 루지는 61뉴질랜드달러(약 4만6000원), 다트리버 패키지는 259뉴질랜드달러(약 19만5000원).


퀸스타운(뉴질랜드)=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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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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