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조선소와 비슷"…'니콜라=사기꾼' 단정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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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업체 힌덴버그의 폭로로 주가가 폭락했던 니콜라모터스가 14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힌덴버그 폭로를 반박하면서 ‘니콜라 사기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법무부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함께 15일(현지시간) 조사에 착수했다. 맨해튼 연방검찰청이 SEC와 공조 중이다.


니콜라모터스는 과연 사기극을 벌인 걸까. 단순히 사기냐 아니냐를 일도양단하기엔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 결국 결과가 과정을 합리화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속성이어서다. 니콜라모터스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 4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①스타트업은 ‘비전’을 먹고 자란다


스타트업은 비전(vision)을 제시해 투자를 유치하고, 막대한 돈과 인력을 쏟아부어 현실로 만든다. 처음 하이브리드(내연기관+모터) 트럭을 내놓겠다던 니콜라모터스는 2014년 수소전기 트럭으로 방향을 틀었고, 수차례의 투자 유치를 거쳐 기업공개(IPO)까지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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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통적인 기업과 달리 니콜라모터스 같은 스타트업은 완성된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비전을 내놓고 퍼즐을 맞추듯 구체화해간다는 점이다. 테슬라 역시 전기·자율주행차에 대한 비전을 내놓고 창업 16년 만에 첫 이익을 냈다.


좌충우돌하던 테슬라가 성공 가도에 올라선 건 불과 2~3년 전이다. 모빌아이·엔비디아 등에 의존하던 자율주행 시스템온칩(SoC)과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고, 저가형 전기차인 ‘모델3’ 양산에 성공하면서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업 3년 만에 첫 전기차를 내놓은 테슬라와, 아직까지 구체적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니콜라모터스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테슬라는 2006년 다른 전기차 업체의 플랫폼을 개량한 뒤 영국 스포츠카 회사 로터스의 차체를 얹어 첫 전기차 ‘로드스터’를 내놨다. 이후 모델S, 모델Y 등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한때 ‘제2의 테슬라’로 불렸던 중국 전기차 업체 바이톤이 사실상 파산한 점과 비교하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성공의 열매를 얻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사기꾼의 오명을 얻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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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으로 조선소를 지은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비전을 제시하고 동맹을 끌어들여 실현하는 것이 요즘 말로 하면 ‘오픈 이노베이션’ 아니겠냐”고 말했다.



②증명 못 한 니콜라…퍼즐은 완성 단계


힌덴버그 리서치의 폭로대로 3년 전 공개한 니콜라모터스의 수소전기트럭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물증이 나왔을 뿐, 지난 6월 블룸버그의 보도와 같은 맥락이다. 테슬라가 허접한 수준이나마 창업 3년 만에 첫 결과물을 내놨다면, 니콜라모터스는 아직까지 스스로를 입증한 게 없다.


비교적 문턱이 낮은 전기차에 비해 수소전기차는 진입 장벽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독자 개발해 양산형 수소전기차를 선보인 업체는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일본의 도요타·혼다뿐이다. 발전용 수소연료전지와 비교하면 경량화와 효율성 제고가 필요한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개발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 기술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이미 GM이 1980년대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해 왔고, GM은 니콜라모터스에 제공하기로 한 ‘하이드로텍’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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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모터스가 테슬라처럼 스스로를 입증하진 못했지만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구체화한다’는 공식에 비춰보면 퍼즐은 조금씩 맞춰지는 중이다. 이탈리아 상용차 업체 CNH인더스트리얼(이베코)이 차체 제작을 맡기로 했고, 세계 최고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보쉬가 구동계를 비롯한 엔지니어링을 책임진다.


GM과의 제휴로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평가도 있다. GM은 신주를 발행해 니콜라모터스 지분 11%(약 20억 달러 규모)를 취득했는데, 실제 투자금을 내는 게 아니라 자동차 양산시설과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배터리 같은 엔지니어링 현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양산차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니콜라모터스로선 수소전기트럭의 ‘심장’과 양산의 노하우를 얻게 된 셈이다.



③GM은 왜 니콜라 편에 섰나


‘완성차 공룡’ GM은 미래 차 변혁 속에서 변신하는 중이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전기차·자율주행차 분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GM의 자율주행 분야에선 자회사인 ‘크루즈’를 통해, 전기차 분야에선 새로운 플랫폼 개발로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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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GM이 공개한 전기차 플랫폼 ‘EV3’와 ‘얼티엄 배터리’가 첫 결과물이다. LG화학과 함께 개발한 얼티엄 배터리는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 기술이 적용됐다, 알루미늄을 사용해 코발트 같은 비싼 희토류 사용을 줄이고, 효율은 더 높였다. 배터리 모듈을 차량 하부에 배치해 관련 배선을 90%나 줄였다.


문제는 공동으로 이 플랫폼을 사용할 동맹(얼라이언스)이 부족하단 점이다. 독일 대표 완성차 업체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플랫폼 MEB를 중국 업체들은 물론 미국 포드와 공유한다. 일본 도요타는 e-TNGT 플랫폼을 일본 완성차 업체와 공유하며,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은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eVMP라 불리는 플랫폼을 함께 쓴다.


막대한 개발비를 회수하기 위해선 동맹을 늘릴 필요가 있다. 니콜라가 내놓겠다는 전기·수소전기 픽업트럭 ‘배저’나 향후 등장할 수소전기트럭에 이를 활용하면 동맹 진영을 늘릴 수 있다. 최근 혼다와 내연기관 플랫폼을 공유하기로 한 GM의 선택은 이런 진영의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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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는 이미 GM과 하이드로텍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동개발한 전력이 있다. 내연기관 플랫폼을 공유해 비용을 낮추고, 미래형 플랫폼인 EV3와 얼티엄 배터리도 시장을 늘리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복안이다.


니콜라모터스가 성공할 경우 딱히 현금을 쏟아붓지 않고도 현물 투자만으로 막대한 지분 평가익, 자본 이득(Capital Gain)을 얻을 수도 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이 니콜라의 사기 논란 이후 “우리는 적절한 실사를 통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편을 들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④‘뉴 머니’와 ‘올드 머니’의 충돌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을 일컫는 ‘뉴 머니’는 플랫폼 기업의 속성을 잘 알고 있다. 6년여의 투자와 IPO로 이어진 니콜라모터스의 가장 큰 우군인 셈이다. 반면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올드 머니’는 더 보수적이고, 때론 플랫폼 기업에 부정적이거나 공격적인 방식으로 자본을 운용한다.


공매도 기업을 표방하는 힌덴버그 역시 ‘올드 머니’에 속하고, 폭로의 목적 역시 주가 하락에 따른 이익을 노린 것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니콜라모터스가 사기꾼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단 뉴 머니와 올드 머니의 충돌로 보는 것도 한 관점”이라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플랫폼 기업의 속성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게 현실이 되면 테슬라나 (조선소 없이 배를 수주한) 현대중공업처럼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사기꾼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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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모터스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니콜라가 실제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플랫폼 기업, 스타트업의 속성을 고려하더라도 스스로 증명한 게 없거나 선을 넘은 것도 사실이다. SEC의 개입이 두 자본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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