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도 머문 저수지, 450살 은행나무…밀양의 가을 인생샷

[여행]by 중앙일보

늦가을 낭만 찾아 경남 밀양에 다녀왔다. 가을 끝물로 접어든 서울과 달리, 밀양은 이제야 만추에 접어들었다. ‘햇빛 가득하다(密陽)’는 이름처럼 11월 끝자락까지 가을빛이 오래 머무는 고장이다. 밀양 곳곳에서 가을을 담아왔다.

늦가을의 인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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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위양지와 완재정. 봄에는 활짝 핀 이팝나무 하얀꽃이, 가을에는 오색빛의 단풍이 어우러지며 절경을 이루는 장소다. 백종현 기자

밀양 시내에서 차로 15분. 부북면 위양리 너른 벌판 한가운데 그림 같은 저수지가 숨어 있다. 밀양에서 가장 ‘사진발’이 잘 받는 명당이라는 위양지(위양못)다.


위양지는 유서 깊은 저수지다. 신라 시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하고 백성을 위한다는 의미에서 ‘위양지’로 명명했다. 못 가운데 누각 완재정이 홀로 앉아 있는데, 그 주변으로 느티나무‧버드나무‧벚나무 따위가 가지런히 심겨 있다. 덕분에 계절마다 남다른 분위기를 낸단다. 제철이 있다면 완재정 주변 이팝나무가 하얀 꽃으로 뒤덮이는 봄, 요즘처럼 온갖 단풍 빛이 깃드는 가을이겠다. 이지은(아이유) 주연의 TV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등도 위양지에서 로맨틱한 그림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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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를 크게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 3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사진이 목적이라면 새벽같이 저수지에 들어야 한다”고 문성남 문화해설사는 말한다. 잔잔한 수면 위로 단풍이 내려앉은 듯한 반영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시간이어서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 아침, 물안개까지 드리워지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밀양을 찾은 이틀간 틈틈이 위양지를 거닐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이고 온 비슷한 처지의 여행자들이 아침마다 저수지에 모여 들었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1㎞의 둘레길 곳곳이 포토존이었다. 끝내 제대로 된 물안개는 만나지 못했지만, 실컷 ‘물멍’을 즐기다가 저수지를 빠져나왔다.

밀양강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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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교에서 본 영남루. 누각 아래 강변으로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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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밀양이 좋은 건 다채로움이 있어서다. 밀양 시내를 휘감아 도는 밀양강을 따라 단풍 명소가 줄을 잇는다. 시내와 하중도(삼문동)를 잇는 밀양교 북단에는 거대한 누각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조선 후기의 목조 건축인 영남루다.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한국 3대 누각으로 통하는 명루(名樓)다. 밀양교나 누각 맞은편 둔치에 서면 그 명성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 위의 언덕에 우뚝 솟은 모습인데, 마침 가을이 무르익어 한껏 멋스러웠다. 이른바 ‘밀양 8경’ 중 1경이 영남루의 야경이다. 어스름한 시간 밀양강 오리배 선착장을 찾으면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영남루와 밀양교를 함께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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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강 용평교 북단의 단풍길. 잎을 치우지 않아 낙엽을 밟으며 가을 운치를 즐길 수 있다.

영남루 밑으로 내려오면 밀양강변을 따라 걷는 ‘밀양아리길 1코스(6.2㎞)’가 시작한다. 수변길이 마무리되는 동쪽 끝자락에 대략 400m 길이의 벚나무 길이 있다. 밀양에서도 아는 사람만 거닌다는 숨은 산책길이다. 길은 짧지만 인적이 드물어 단풍터널을 독차지한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인근 용평교 북단 제방에도 300m 길이 단풍 낙엽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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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금시당 은행나무. 지난 10일 촬영한 사진이다. 은행잎은 이번 주말 이후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밀양강을 내다보는 내일동 끝자락 언덕에는 아름다운 고택 금시당이 있다. 조선 후기 학자 금시당 이광진 선생을 기리는 장소로 1743년 건물을 세웠단다. 금시당이 위양지와 함께 밀양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장소로 꼽히게 된 건 고택 앞마당에 있는 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수령 450년을 헤아리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이맘때 줄 서서 기념사진을 담아가는 명물이다. 금시당에는 아직도 가을이 채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직도 연둣빛이 강했다. 문 해설사는 “밀양에서도 가장 가을이 늦게 오는 곳인데, 이번 주말 절정의 가을빛을 드러낼 것 같다”고 말했다.


밀양=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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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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