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썰명서] 어른들도 헷갈린데요… 진달래야 철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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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다 연분홍빛으로 우리의 산야를 물들이는 진달래와 철쭉. 한데 늘 헷갈린다. 꽃의 모양과 빛깔은 물론, 군락지까지 비슷해 구별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당황하지 말고 이것만 기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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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봄꽃은 다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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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철쭉은 사촌지간이다. 둘 다 진달래과 진달래속(Rhododendron) 식물이다. 모양은 물론이고 색깔도 닮았다. 가장 쉬운 구별법은 개화 시기다. 진달래는 초봄에, 철쭉은 늦봄에 얼굴을 내민다. 진달래꽃은 겨울 뒤 산중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봄꽃 중 하나다. 이른 봄날, 산기슭에 홀로 핀 분홍 꽃이 있으면 십중팔구 진달래꽃이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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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으로 구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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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활짝 피었는데, 꽃잎이 안 보인다? 그럼 진달래가 맞다. 진달래는 성미가 급하다. 대표적인 선화후엽(先花後葉) 식물이다. 잎이 돋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는 뜻이다. 반면 철쭉은 잎과 꽃망울이 함께 올라온다. 꽃 가운데에 있는 주근깨 같은 반점과 꽃받침도 철쭉에만 있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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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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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은 독성이 있어 입에 대선 안 된다. 해충을 쫓기 위해 그레이아노톡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진달래와 달리 꽃잎이 끈적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부 약재로 쓰이기도 하지만, 잘못 먹었다간 탈이 나기 쉽다. 눈으로만 감상하고, 만졌다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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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은 어쩌다 개꽃이 됐나?
예부터 어른들이 그랬다. 진달래꽃은 ‘참꽃’이고 철쭉꽃은 ‘개꽃’이라고. 이 역시 독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먹으면 안 되는 꽃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이 험한 이름이 생겼을 터이다. 참고로 둘은 꽃말마저 닮았다. 진달래는 ‘사랑의 기쁨’, 철쭉은 ‘사랑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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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엔 왜 철쭉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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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원은 물론이고 수목원에서도 더 대접받는 건 철쭉이다. 강원도 춘천 제이드가든 수목원의 노회은 가드너는 “철쭉이 진달래보다 품종이 다양하다. 꽃이 피어 있는 기간도 길어 조경에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진달래의 까다로운 성격도 한몫한다.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의 엄숙희 가드너는 “진달래는 강한 햇볕을 견디지 못하는 반음지 식물이라 철쭉보다 키우기 까다롭다. 반면 철쭉은 꺾꽂이(삽목)가 잘 되고 적응력도 뛰어나다”고 말한다. 꺾꽂이는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잘라 식물체를 번식시키는 방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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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사촌 만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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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과 꽃으로 만병초가 있다. 철쭉과 상당히 닮았는데,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연한 분홍빛이 도는 흰색 꽃을 피운다. 백두산, 울릉도 성인봉, 설악산 등 해발 1000m 넘는 산지에서 자라는 게 보통이지만, 요즘은 품종이 개발돼 저지대에서도 제법 잘 자란다. 청와대 뜰에도 있다. 만병초는 이태 전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백두산 천지에서 “(백두산은)7~8월이 제일 좋습니다. 만병초가 만발합니다”라고 말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 만병초가 우리 집 마당에도 있습니다”라고 화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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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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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도 철쭉도 흔한 봄꽃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달래축제와 철쭉제가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축제 대부분이 취소됐다. 대구 비슬산, 여수 영취산, 강화도 고려산, 창녕 화왕산에 대규모 진달래 군락지가 있다. 철쭉으로는 산청 황매산, 남원 바래봉, 장흥 제암산 등이 이름 높다. 진달래는 이제 거의 졌지만, 철쭉은 4월 말에서 5월 초에 만개한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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