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안중근 감옥 체험, '벤허' 로마 전차 탑승…톡톡 튀는 뮤지컬 포토존

[컬처]by 중앙일보

"스포일러 된다" 커튼콜 촬영 제한에

'입소문' 위해 인증샷 무대에 공들여

'시티 오브 엔젤'은 트릭아트 활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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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사립탐정 ‘스톤’이 내민 손을 직접 잡아보세요.”


지난 8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은 관객들의 ‘인증샷’을 위해 ‘트릭 아트’를 설치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평면 그림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을 활용한 포토존이다. 주인공들의 실재와 극중극이 뒤섞이는 기묘한 전개라는 데서 착안했다.


관객은 카메라 렌즈 조리개 틈으로 나온 주인공 스톤의 손을 직접 잡는 포즈로 착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스톤이 극중 시나리오 작가 스타인이 창조한 캐릭터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스타인이 사용하는 책상과 타자기도 비치했다. '시티 오브 엔젤' 측은 스톤으로 출연하는 배우 테이가 시범을 보이는 사진을 SNS에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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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뮤지컬 ‘벤허’가 공연 중인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로비엔 사람이 직접 올라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차와 실제 크기의 백마 모형이 있다. 2막에서 주인공 유다 벤허가 자신을 배신한 친구 메셀라와 운명을 건 전차 경주를 벌이는 장면(‘죽음의 질주’)을 축소해 옮겼다.


제작사인 뉴컨텐츠컴퍼니 관계자는 “관객들이 2000년 전 로마 시대 전차 경기장에 입장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 2017년 초연 때부터 구상하다 이번에 실현했다”고 말했다. 총 여덟 마리 말이 회전무대에서 질주하는 전차 장면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란 점도 주효했다. 실제로 이 모형을 보고난 후 말이 끄는 전차가 무대에서 빙글빙글 달리는 장면을 보면 박진감이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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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안내 및 기념사진 용도의 뮤지컬 포토월이 한층 관객 참여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화포스터를 흉내낸 듯한 평면형 대형 프린트 일색이었다가 최근엔 무대 세트를 옮겨 놓은 듯한 입체형이 대세다. 작품 내용과 분위기를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객석 입장 전후에도 공연을 즐길 수 있게 유도하려는 것이다.



'손도장' 선명한 안중근 유묵 앞에서 '찰칵'


이에 따라 포토존 제작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올해 10주년 기념 투어 중인 뮤지컬 ‘영웅’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로비에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수감됐던 중국 뤼순 감옥을 연상시키는 포토존을 설치했다. 2막 9장의 ‘동양 평화’ 장면을 재현한 것으로 안중근의 삶을 짐작할 수 있게 소품을 치밀하게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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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과 벼루, 붓이 놓인 책상에 흘러내리듯 배치된 한지엔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나라를 위하여 헌신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 여덟자가 행서체로 쓰여 있다. 안 의사가 순국 직전 자신의 공판정 왕래 경호를 맡았던 일본 헌병 치바 도시치(千葉十七) 간수에게 직접 써준 유묵(遺墨)이다. 항일 투쟁을 결의하며 네 번째 손가락(약지)을 잘랐던 흔적도 수장인(手掌印, 손바닥으로 찍은 도장)에 선명하다.


제작사인 에이콤은 “뮤지컬 제작 10주년과 올해 3.1운동 100주년 등을 기념해 관객들이 안 의사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포토존에 공을 들였다”면서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보관된 서예 유묵을 프린트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현장에서 지켜보니 관객들은 극중 안중근처럼 자리에 앉아 포즈를 취하면서 대부분 경건하고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관객 소통 강화" 포토존도 응원무대로


포토월‧포토존의 발달은 공연 제작사들이 관객의 커튼콜 사진 촬영을 제한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프로덕션 입장에선 무대 장치와 배우 의상도 저작권 대상이자 관람 포인트라 이를 공공연히 노출하길 꺼린다. 관객들이 사진 촬영에만 열중하다 보면 커튼콜의 박수 열기가 식어버린다는 이유도 있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두시간 여 땀 흘리고 노력한 배우들에게 박수치고 환호하게끔 유도하고 싶어 커튼콜 사진 촬영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토존을 작품과 배우에 대한 응원의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 10일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시라노’의 포토존은 배우들의 연습실처럼 만들었다. ‘시라노의 방’이라고 이름 붙은 이 공간에서 관객은 작품 리뷰와 응원 메시지 등을 남길 수 있다. 제작사 CJENM 측은 “애초에 배우들의 준비과정과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용으로 제작된 공간인데, 관객 참여를 북돋우기 위해 다채롭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관객 각자가 1인 미디어인 시대에 이 같은 인증샷이 ‘입소문 마케팅’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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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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