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물 틀어놔 옷 구김 폈는데…그게 스타일러 원리”

‘2019 발명왕’ LG 김동원 연구위원

삼겹살 탈취실험하다 동료 눈총

세탁기 23년 연구 ‘통돌이’도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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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의류 관리기 ‘LG 트롬 스타일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구자가 특허청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왕’에 올랐다. 1996년부터 23년간 세탁기 관련 기술만을 연구하며 ‘한 우물’을 판 김동원(52) LG전자 H&A사업본부 연구위원이 주인공이다. 특허청은 27일 제54회 발명의 날 기념식을 열고 김 연구위원을 올해의 발명왕에 선정하는 등 발명 유공자에 대해 대통령표창 등 총 79점의 시상을 진행했다.

스타일러는 고온의 증기를 의류에 분사한 후 좌우로 흔들어줘 마치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을 한 것처럼 옷의 구김을 펴주는 신개념 가전이다. 한 번의 작동으로 미세먼지와 냄새까지 제거하는 ‘일석삼조’의 기능으로 지난해 1월 누적 판매량이 약 20만대에 달했다. 김 연구위원은 “스타일러로 매번 세탁소에 옷을 맡겨야 하는 고객의 수고를 덜어준 것이 발명 계기이자 성공 원인”라고 밝혔다.


지금은 혼수 인기 품목으로 떠오르고, 한 달 판매량이 1만여대에 이를 정도로 날개 돋친 듯 팔리지만 개발 단계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시상식에 앞서 만난 김 연구위원은 “지난 9년간 스타일러를 개발하며 하루도 쉬지 않고 구김 방지·탈취실험을 진행했다”며 “관련 실험만 2000회 넘게 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실제 사람들이 입는 옷에 얼마만큼의 구김이 생기고 냄새가 배는지 알아야 했다”며 “이 때문에 사내에 회식이 있는 팀이 있으면 의류 샘플을 입혀 회식 후 밀봉해 수거하는 등 고된 작업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냄새 종류에 따른 탈취 효과를 시험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고등어·삼겹살을 굽다가 사내 민원에 시달리는 일도 허다했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김 연구위원은 스타일러의 성공 요인으로 당시 H&A 사업본부장 사장을 지냈던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뚝심을 꼽았다. 그는 “스타일러는 당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을 현실화하는 만큼 개발 단계에서는 의심 어린 시선도 많았다”며 “그러나 ”그게 되겠어?“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조 부회장이 ”무조건 된다“라며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초기 아이디어 역시 해외출장 때 욕실에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정장을 걸어두어 구김을 펴던 조 부회장에게서 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김 연구위원은 “통돌이 세탁기의 회전 속도를 높이던 1호 특허에서 시작해 지금은 제 이름이 올라간 특허만 1000여개가 된다”며 “기존 기술 등 주어진 상황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는 습관이 미래의 좋은 발명을 만드는 밑거름”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한양대 기계공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를 마친 뒤 1996년 LG전자에 입사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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