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애 겨울 캠핑 처음인데, 텐트·난로는 뭘로 사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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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 동계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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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원래 세 계절(봄·여름·가을) 레저였다. 낙엽이 뒹구는 늦가을이면 캠퍼들은 꽃 피는 봄을 기약했다. 올해는 다르다. 캠핑 용품 판매 업체들이 입 모아 말한다. 난로, 전기매트 같은 난방 용품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단다. 텐트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설경을 감상하는 건 낭만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 낭만은 무척 성가신(나아가 다소 전문적인) 준비 과정과 많은 예산(다른 말로 전문 장비)을 필요로 한다. 캠린이(캠핑 초보)를 위해 동계 캠핑의 기술을 준비했다.
겨울엔 큰 텐트가 요긴하다. 텐트 밖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다. 추위와 싸우며 요리를 하거나 의자에 앉아 쉬기도 어렵다. 하여 ‘거실형 텐트’를 마련하는 게 좋다. 잠은 이너 텐트에서 자고, 거실공간에서 밥을 해먹고 쉴 수 있다. 거실형 텐트는 40만~50만원짜리도 있지만, 내구성 좋고 결로 방지 효과가 탁월한 ‘면 텐트’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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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터나 난로, 전기 매트 같은 난방기구도 중요하다. 열효율이 좋은 건 등유 난로다. 그러나 일산화탄소 배출 우려가 있어 야외에서만 쓰는 게 안전하다. 정히 텐트 안에서 난로를 써야겠다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준비하고 자주 환기를 하는 게 안전하다. 글머리에서 분명 경고했다. 준비해야 할 게 수두룩하다고. 하나 더 있다. 잘 때는 무조건 난로를 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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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난로, 전기 매트 같은 전열 기구도 아무거나 쓰면 안 된다. 2015년 강화도 캠핑장 화재사고 이후 법이 제정됐다. 모든 캠핑장은 각 사이트에서 소비전력을 600w로 제한한다. 전열 기구를 사기 전에 소비전력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전기 매트를 400w 이하 저온 모드로 쓰고 나머지 플러그에 휴대전화 충전기를 꽂는 정도는 가능하다. 헤어드라이어, 전기 주전자는 언감생심이다. 모두 소비전력 1000w가 넘는다. 전열 기구는 최소한으로만 쓰되 바닥 매트를 여러 겹 깔아서 냉기를 차단하고 두툼한 침낭과 핫팩을 쓰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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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은 어디를 가야 할까. 가격을 따지면 휴양림만 한 곳이 없다. 국립자연휴양림 가운데 유명산·청옥산·남해편백 등 8개 휴양림이 한겨울에도 문을 연다. 야영 데크 크기와 위치에 따라 하룻밤 1만~2만7000원이다. 자신의 텐트 사이즈와 맞는 자리를 고르면 된다. 국립 자연휴양림은 산불 조심 기간(11월 1일~12월 15일)에 화로 사용을 금지한다. 이 기간에 ‘불멍’을 하려면 사설 캠핑장으로 가시라.
장비가 없어도 겨울 캠핑을 맛보는 방법이 있다. 글램핑장이나 월악산·소백산·덕유산 국립공원의 ‘풀옵션 야영장’이 대안이다. 난방이 들어오는 텐트에 겨울용 침구류도 갖춰져 있다. 다만 국립공원 풀옵션 야영장은 예약 경쟁률이 무척 치열하다. 캠핑장 예약 사이트 ‘땡큐캠핑’의 김종수 팀장은 “다른 사람이 쓰던 장비가 찜찜해 글램핑이 꺼려진다면 텐트만 설치해주는 캠핑장을 찾으면 된다”며 “요즘은 석유 난로, 팬히터를 빌려주는 캠핑장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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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텐트와 난로, 전기매트, 보온력 뛰어난 침낭을 모두 장만하려면 예산이 많이 든다. 4인 가족 기준으로 200만원이 훨씬 넘게 들어간다. 거위 털 침낭은 50만원 넘는 게 보통이고, 전문가용은 1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불편과 수고도 각오해야 한다. 이삿짐을 방불케 하는 캠핑 장비를 챙겨야 하고, 야영장에서는 혹한기 훈련에 맞먹는 고생이 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겨울 캠핑은 도전해 볼 만한 레저 활동이다. 가족과 더 깊은 정을 나눌 수 있고, 아이에게 평생 추억거리를 선물할 수도 있다. 야외에서 고생은 추억의 다른 말이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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