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만 갖고 놀뿐인데 연 300억 번다…11살 소년 비밀
장난감 브랜드 '라이언 월드'의 주인공 라이언 카지. [인스타그램 캡처] |
장난감을 갖고 놀기만 했을 뿐인데 몇 년째 연간 수백억원을 벌어들이는 아이가 있다. 지난 2018년부터 3년 연속 가장 수입이 많은 유튜버 라이언 카지(11)다. 8살 때부터 이미 수백억 원을 벌어온 라이언은 가족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장난감 브랜드와 10개의 별도 채널을 가진 유튜브 제국을 건설했다. 지난해 수입 역시 보수적으로만 봐도 2500만 달러(약 300억원)는 넘을 것으로 추정돼 그의 최다 수입 기록은 4년째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별도의 브랜드 사업 수익은 제외한 수치다.
라이언 관련 통합 계정 ‘라이언의 세계’(Ryan‘s World)의 구독자는 3120만명, 누적 조회 수는 약 500억회에 달한다. ‘꼬마 백만장자’가 된 라이온의 성공은 단지 운이 좋아서였을까. 라이언과 함께 유튜브 제국의 주인공인 부모 시온 카지와 론 카지를 뉴욕타임스(NYT)가 만났다.
‘매주 20달러’ 장난감 언박싱서 가족 사업으로
2015년 3월 처음 공개한 영상 속 라이언 카지. [유튜브 캡처] |
“엄마, 유튜브에 다른 아이들은 나오는데 왜 나는 안 나와요?”
라이언이 만 3살이던 2015년 3월 ‘라이언 토이스 리뷰’(Ryan Toys Review)‘는 라이언의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매주 장난감을 구입해 써보는 언박싱(unboxing) 리뷰였다. 엄마 론은 “부모님께 손주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주의 장난감’을 주제로 영상을 찍으려면 매주 새로운 장난감을 사야 한다는 것. 부부는 장난감 구매 비용을 매주 20달러로 정했다.
인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왔다. 2017년 7월 ‘자이언트 에그’ 영상이 그 계기다. 라이언은 당시 인기 있었던 파피어마셰(종이죽) 에그 영상을 찍고 싶어 했지만, 주간 예산을 넘어서 포기하려던 콘텐트다. 론은 즉흥적으로 라이언이 이미 많이 가진 장난감 자동차들을 큰 달걀 모형에 담아 라이언에게 선물했고, 라이언은 깜짝 놀라는 연기와 함께 장난감 망치로 달걀을 깨서 안에 있는 장난감들을 꺼내 놀기 시작했다. 현재 누적 조회 수 10억회가 넘는 이 영상은 라이언에게 첫 수익(150달러)을 안겨줬다.
왼쪽부터 엄마 론, 라이언, 아빠 시온 카지. [인스타그램 캡처] |
커지는 인기만큼 부부의 고민도 커지기 시작했다. 시온은 “짧은 시간에 우리처럼 엄청나게 성장한 유튜버는 없었다”며 “라이언을 너무 압박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콘텐트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자이언트 에그’ 이후 1년 동안 라이언의 인기는 꾸준히 커졌고, 부부는 “라이언의 재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쌍둥이를 임신 중이던 론은 직장을 그만두고 제작사(선라이트 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시온도 뒤늦게 합류했다.
‘공대생’ 부모님…베트남 난민 출신 엄마, 일본인 아빠
라이언 가족에게 성공의 기회는 갑작스레 주어졌지만, 그 성공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발 빠른 대응 전략과 사업 수완 덕분이었다. 텍사스 공대 재학 중에 만난 시온과론은 각각 일본과 베트남 출신이다. 시온은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와 대학 졸업 후 코넬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시작했다가 라이언이 태어난 지 1년 만에 텍사스로 돌아왔다. 론은 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베트남을 탈출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난민 캠프를 거쳐 미국에 정착해 대학을 졸업한 뒤 교사가 됐다.
쌍둥이 동생들과 함께 한 라이언 카지. [유튜브 캡처] |
부부는 수많은 키즈 유튜브 채널이 아이의 재능보다는 장난감 브랜드에 더 집중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라이언만의 브랜드, 캐릭터, 장난감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이 생각에서 라이언의 이름을 딴 장난감 브랜드 ‘라이언 월드’가 출시됐다. 장난감에서 의류, 칫솔,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확대한 라이언월드는 미국 전역 월마트와 아마존 등에서 판매 중이다. 아빠 시온은 “구독자들은 장난감이 아닌 라이언을 보고 있었다”며 “장난감이 아닌 라이언이 브랜드여야 했다”고 말했다.
채널이 많아지면서 라이언도 바빠졌지만, 부부는 라이언의 분량을 최소화하면서 아들의 ‘워라밸’을 지켜주려 하고 있다. 라이언은 영상 앞부분의 몇십초 동안만 등장하고 나머지 부분은 캐릭터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이다. 라이언 가족은 최근 로망도 이뤘다. 바로 하와이로 이사한 것. 라이언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NYT는 촬영 현장에서 엿들었다는 제작진의 한 마디를 소개했다. “라이언, 이 장면만 끝내면 마인크래프트(게임)를 할 수 있어.”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