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이 시작됐다, 허브의 매력…목살구이 자를 땐 가위 대신 '이것'

매일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제철 식재료는 언제,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24절기를 따르며 농사를 짓는 장현주 보타닉남도 대표가 〈사계절 채소 밥상〉을 통해 익숙한 채소의 맛부터 풍미를 끌어올리는 조리법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채소 본연의 맛부터 더 맛있게 먹는 비법을 전합니다.

사계절 채소 밥상 ③ 딸기 딜 소스를 곁들인 목살구이

중앙일보

딸기 딜 소스를 곁들인 목살구이. 사진 장현주

낮엔 기온이 오르며, 초여름처럼 느껴지는 5월입니다. 봄나물로 즐겼던 작물은 섬유질이 억세지면서 이젠 식재료가 아닌 식물 본연의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서양에서 온 허브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3월 말부터 움터온 새순이 점점 강한 향을 발산하며 성장하고 있거든요.


인간은 오래전부터 약용 목적으로 허브를 사용했습니다. 병원도 의사도 없던 시절, 자연의 산물에 의존해 치유하는 법을 터득했고, 이를 섭취하며 몸을 치료하는 효능을 경험해왔죠. 그러니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제물의 역할도 했을 겁니다. 그렇게 허브는 약용만이 아니라 제사에도 쓰이며, 나아가 우리의 나물처럼 식탁 위에 올라 음식의 맛을 끌어 올리는 등 다양하게 쓰였습니다.


보통 향을 가진 식용식물을 ‘허브’와 ‘향신료’로 나눕니다. 허브는 주로 식물체의 잎이나 줄기에서 파생되고 향신료는 뿌리·열매·종자·껍질·꽃 등의 부위를 채취한 것으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바질은 잎을 사용하니 허브로, 계피나무의 속껍질인 시나몬은 향신료로 분류합니다. 향신료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허브에 대해 알아볼게요.


즐겨 먹는 허브 중 하나인 바질은 한국에선 장마와 혹한기로 인해 일 년밖에 살 수 없는데요. 온화한 기후의 남유럽 지역에서는 다년생으로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풍부한 양분과 빛,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지속적으로 주어지면 꽃대를 올리지 않고, 생각보다 오래 살아가는 거죠. 일년생 식물이 꽃을 피운다는 것은 종자를 생산하기 위한 작업으로, 곧 죽음을 의미하거든요. 다년생 허브들은 혹한기 추위는 견뎌 내지만 습기에는 굉장히 취약한 편입니다. 사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허브가 겨울보다는 장마 기간을 버텨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브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대체로 25도 내외의 건조하고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주시면 좋습니다. 또한 넉넉한 햇빛과 어느 정도의 바람은 맛있는 허브를 재배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에요. 여기에 낮과 밤의 일교차가 10도 이상인 시기에는 향미가 더 풍부해집니다.


중앙일보

매력적인 향으로 요리에 활용하면 좋은 딜 . 사진 장현주

오늘은 많은 허브 중에서도 지금 가장 맛있는 딜을 활용한 요리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농장의 딜은 자가채종과 자연 발아를 통해 여러 해에 걸쳐 진화되어 월동이 가능해졌습니다. 딜이 일년생 식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노지 재배 딜의 진화는 꽤 놀랍죠. 딜은 꽃과 씨앗도 식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꽃이 수정되어 종자로 변하는 과정에서 덜 여문 씨앗들은 딜과 민트의 향이 복합적으로 나서,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그래서 요리에도 잘 어울리는데요. 생선요리 위에 가니쉬로 올리거나 버터에 레몬과 함께 넣어 레몬딜버터에 활용해도 좋아요.


오늘은 이런 딜의 향에 잘 어울리는 식재료로 딸기와 돼지 목살을 골라 보았습니다. 세 식재료의 조합이 좋거든요.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함, 딜의 향, 딸기의 상큼함이 어우러져,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딸기는 냉동이나, 산딸기, 다른 베리류로 대체해도 괜찮습니다.

Today`s Recipe 딸기 딜 소스를 곁들인 목살구이

“돼지고기 목살은 가위가 아닌 칼을 사용하여 썰어서 드셔보세요. 불판에 구워서 가위로 잘라먹던 고기의 식감과 차이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지방과 고기를 고르게 썰어 한입에 먹으면 풍미를 더 즐길 수 있어요.”


재료 준비


중앙일보

딸기 딜 소스를 곁들인 목살구이의 재료. 사진 장현주

재료(2인분) : 돼지고기 목살(구이용) 300g, 양파 1/2개, 새송이버섯 1개, 꽈리고추 5~6개, 올리브 오일 약간, 소금, 후추


소스 : 딸기 150g, 딜 3줄기, 구운 고기 육즙, 버터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꿀 3큰술, 소금·후추 약간씩


마무리 재료 : 레몬 1/4개 혹은 화이트 발사믹 3큰술, 딜·애플민트 적당량


만드는 법


1. 딸기는 씻어서 손톱 길이 정도로 깍둑썰기한다.


2. 채소들은 씻어서 물기를 빼놓는다.


3. 팬에 오일을 두르고, 달궈지면 고기를 올린다. 소금과 후추를 약간씩 뿌리고 센불에서 굽는다.


4. ③의 고기 양면이 갈색을 띠면 중간불로 줄여 더 이상 핏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굽고 팬에서 꺼내 쿠킹포일에 싸 놓는다.


5. 고기를 구운 팬에 그대로 버터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는다. 마늘이 다 볶아지면 딸기를 넣어 함께 볶으며 졸인다.


6. ⑤의 딸기소스의 수분이 날아가면 꿀과 소금, 후추를 넣어 간을 맞춘다.


7. 양파와 새송이버섯은 가로로 둥글게 썬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달궈지면 양파, 버섯, 꽈리고추를 올려 소금과 후추를 뿌려 굽는다.


8. 구운 채소를 접시에 깔고 구워놓은 고기를 올린다. 포일에 모인 육즙을 딸기소스에 붓고 다시 불을 켜 끓기 시작하면 딜을 잘게 뜯어서 넣고 바로 불을 끈다.


9. 고기 위에 소스를 올리고 레몬즙이나 화이트 발사믹을 뿌린다.


10. 딜이나 애플민트를 올려 장식한다.


장현주 cooking@joongang.co.kr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05.15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