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대교 개통으로 하나된 7개 섬···바다 위를 달린다
신안 섬 드라이브 여행
천사대교 개통 하나 된 7개 섬
자은도~안좌도 드라이브 씽씽
복달임 최강자 민어 최대 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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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자잘한 무인도를 합쳐 1000여 개 섬이 신안군을 구성한다. 신안군이 ‘천사섬’으로 통하는 이유다. 신안엔 섬이 많아서 다리도 많다. 옛날부터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숱하게 놓았다. 1990년 이래 생긴 다리만 해도 10개다.
지난봄 신안은 또 다리를 놨다. 천사대교. 4월 4일 개통한 천사대교 덕분에 신안 중부권의 암태도·자은도·팔금도·안좌도가 육지와 이어졌다. 이제 배가 아니라 자동차로도 신안의 섬들을 드나들 수 있다.
신안으로 늦여름 섬 여행을 다녀왔다. 서울에서부터 차를 몰아 섬에 들었다. 천사대교를 건너 북쪽 끝 자은도에서부터 남쪽 끝 안좌도까지 내달렸다. 천사대교 너머에 진기한 풍경과 이야기가 있었다.
다리가 바꿔놓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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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대교로 가는 길은 까마득히 멀다. 전남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 신안군 압해도에 든 다음, 다시 섬 서쪽 끄트머리까지 15㎞를 더 달려야 다리를 만난다. 7.22㎞ 길이의 천사대교 건너에는 크고 작은 섬 7개가 줄지어 있다. 암태도를 중심으로 자은도·팔금도·안좌도 등이 연도교로 이어진다.
천사대교를 놓기 전에는 뱃길로 암태도에 들었다. 목포항에서 1시간 40분, 압해도 송공항에서 30분 거리였다. 그마저도 안개나 거센 바람으로 한해 100일 이상 뱃길이 끊겼단다.
“한번 발이 묶이면 명절에도 결혼식에도 도리가 없었다”고 김유자(55) 해설사는 말한다. 그 험한 길을 이제 8분이면 주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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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도는 천사대교를 건너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섬이다. 돌과 바위가 많아 암태도(岩泰島)라 불린 이 섬은 대대로 환경이 척박했다. 바람도 거셌다. 하여 바다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을 막기 위해 집집이 돌담을 쌓아가며 농작물과 가축을 키웠다. 지금도 송곡리와 내월리 등에 100년 이상 된 ‘우실’이 남아있다. 우실은 서남해 바닷가 마을의 전통적인 울타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천사대교는 암태도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개통 후 130일간 다리를 오간 차량이 대략 132만 대에 이른다. 관광객은 150만 명을 훌쩍 넘긴다. 천사대교 안쪽 7개 섬의 인구는 다 합쳐봐야 1만 명이 채 안 된다.
낚시꾼이 주름 잡던 오도선착장은 요즘 전망대 역할이 더 크다. 선착장 좌측 방파제에서 천사대교의 거대한 몸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밤에도 선착장은 사람들로 붐빈다. 천사대교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다. 천사대교의 경치를 즐기는 요트투어도 지난 5월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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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도로 드는 갈림목에 자리한 기동삼거리 벽화는 요즘 암태도에서 가장 핫한 포토존이다. 동백나무를 머리 삼아, 담벼락에 노부부의 얼굴을 그려 넣은 것이 정겹기 그지없다. 주말이면 줄지어 이 벽화에 기대 인증사진을 남기고 간다. 집주인 문병일(77)씨 부부가 벽화의 실제 모델이다. 문씨가 “천사대교 다음 가는 명물이 된 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해 뜨는 서해
기동삼거리를 지나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 은암대교를 건너면 자은도의 품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은도는 국내에서 열두번 째로 큰 섬이다. 면적이 52.790㎢(약 1597만 평)으로 여의도보다 18배 더 크다.
자은도에는 해수욕장만 9개가 있는데, 분계 해수욕장의 분위기가 일품이다. 부채꼴의 해변 뒤로 곰솔이 방풍림을 이룬다. 여인이 물구나무 자세로 서 있는 듯한 일명 ‘여인송’ 앞에서는 인증 사진을 참기가 쉽지 않다.
자은도 북동쪽 한운선착장에서 둔장해변에 이르는 5.1㎞의 해안길도 그림 같다. 이 길은 필히 해 질 녘이나 동트기 전에 찾아야 한다. 지형이 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어 해넘이는 물론 해돋이까지도 볼 수 있다. 섬에서의 이틀째 아침, 바다 위 홀로 선 옥도 뒤로 해가 올라오는 장관을 만날 수 있었다. 갯벌에서는 짱뚱어와 망둥이가 붉은 해가 내리쬐며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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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의 풍광을 누리려면 자동차가 아니라 산에 올라타야 한다. 자은도 중앙의 두봉산은 해발 365m에 불과하지만, 천사대교 너머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암태도의 승봉산(356m)과 쌍둥이처럼 솟아 있다. 두 산의 정상 풍경은 쉬이 우열이 가리기 어렵다.
“천사대교를 내려다보려면 승봉산으로, 다도해 장관을 보려면 두봉산으로 가라”고 박관호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계장이 조언했다. 두봉산은 야트막하긴 해도 경사가 가파르고 거친 돌산이어서 제법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올라가기 힘든 난코스도 몇 차례 나왔다. 정상에 섰다. 바다 위에 점점이 박힌 다도해가 펼쳐졌다. 인근의 섬과 산이 죄 조막만 하게 내려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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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과 늦더위의 고단함은 풀기 위해 은암대교 아래 횟집으로 달렸다. 신안에서는 복날 닭을 잡으면 하수로 취급받는단다.
민어가 있어서다. 민어는 산란기를 앞두고 지방이 단단히 차오르는 8~9월이 제철이다. 주로 하루에서 이틀 정도 숙성해 선어 회로 먹는다. 쫄깃쫄깃한 부레와 부드러운 뱃살이 일미다. 목포 유달산 아래 민어 거리가 조성돼 있는데, 이 거리에서 파는 대부분의 민어가 신안 바다에서 잡힌 놈들이다. 자은도 은암대교 외에 사월포에도 민어를 다루는 횟집을 찾을 수 있다.
신안은 들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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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도와 안좌도 사이에 낀 팔금도는 여행객 대부분이 그냥 지나쳐 가는 작은 섬이란다. 차에서 보니, 섬 수십 개를 간척해 일군 농경지가 쉴 새 없이 무심히 흘러갔다. 서쪽의 언덕 채일봉(159m)은 스쳐 지나기에 아쉬웠다. 임도가 잘 나 있어 정상 턱밑까지 차로 오를 수 있는데, 들인 수고에 비하면 정상의 풍경이 눈이 부실 정도였다. 다도해는 물론 저 멀리 천사대교까지 파노라마로 열렸다. 채일봉 임도는 신안의 자전거 코스인 ‘천도 천색 천리길’ 500㎞ 구간 가운데서도 퍽 인기가 높다. 장쾌한 풍광도 그렇지만, 좁은 임도가 오르락내리락 꼬불꼬불 이어져 있어 페달을 밟는 재미가 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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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일봉을 내려와 안좌도로 드는 길. 1990년 생긴 신안의 첫 번째 연도교 신안제1교를 건넜다. 안좌도의 첫인상 역시 팔금도 다를 바 없었다. 사실 천사대교를 건너와 가장 놀란 것은 끝없이 펼쳐진 논과 밭이었다. 고백하자면, 해안 도로로 줄곧 달리다, 갯바위에 올라타 낚시를 하는 것이 이곳의 일상일 거라 생각했다. 발에 채는 것이 소금밭이겠거니 했다. 실제는 달랐다. 섬은 생각보다 컸고, 주업은 어업이 아니라 농업이었다. 농업의 비중이 70%, 염전은 5%에 불과하단다. 그게 싫지는 않았다. 벼·보리·깨·콩·벼·고추 등 온갖 작물이 작열하는 태양을 맞으며 열매를 맺고 익어가는 모습이 남도의 이른 봄 들판처럼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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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좌면 읍동리에 ‘한국 추상화의 거장’ 김환기(1913~74) 생가가 있다. 1920년 건축된 것으로 ㄱ자형의 고즈넉한 기와집이다.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작가로 유명하지만, 그의 생가는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되레 안좌도 끝자락의 박지도·반월도는 온통 보랏빛으로 단장한 모습이 이색적이다. 안좌도~박지도~반월도로 1.4㎞ 남짓 이어지는 나무다리 ‘퍼플교’를 건너며 두 개의 섬마을이 나온다. 살림집의 지붕이며 식당이며 정자며 죄 보랏빛이다. 요즘은 해안 산책로를 따라 라벤더 심기가 한창이다. 관광객을 끌기 위한 앙증맞은 전략이다. 반월마을 장경태(76) 이장이 말했다. “강남 한 평 값도 안 되는 쬐끄만 마을인데, 그래도 예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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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
자동차로 1~2시간이면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40㎞)를 종단할 수 있다. 하나 천사대교 너머 7개의 섬을 모두 돌아보려면 최소 1박2일 일정을 짜는 게 낫다. 식당과 펜션을 비롯한 편의시설이 많은 자은도에 짐을 푸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오도선착장에서 천사대교 일대를 돌아보는 요트투어를 운영한다. 1인 2만원(10명 이상부터 체험 가능).
신안=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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