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회의 빠지고 술판…아베 골칫덩이 된 고이즈미 2세

‘정치 아이돌’ 환경상 부적절 처신

야당 추궁 버티다 결국 “반성한다”

아베도 ‘8분 회의, 3시간 회식’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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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고전하고 있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 대형 폭탄이 또 터졌다. 주인공은 ‘일본 정계의 프린스’ ‘정치 아이돌’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38) 환경상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6일 오후 4시부터 본부장인 아베 총리가 총리관저에서 주재한 회의였다. 전 각료가 참석해야 하는 회의였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고이즈미가 회의에 ‘환경성 정무관’을 대리 출석시키고, 자신은 지역구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서 열린 후원회의 신년회에 간 사실이 드러났다.


야당은 1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하지만 ‘회의에 빠지고 지역구 신년회에 간 게 맞느냐, 예스(yes)인가 노(no)인가’라는 질의에 고이즈미는 연거푸 “말씀하신 대로”라고만 말하며 사실상 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이 답변 때문에 여론이 더욱 악화하자 19일 국회 답변 때는 태도를 바꿨다. “참가자들의 블로그를 보니 술도 나왔던데”라는 질문에 고이즈미는 처음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말씀하신 대로”라며 버텼지만, 결국엔 “신년회였고, 그 자리에 술도 나왔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비판을)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고이즈미는 20일 야당의원의 추궁엔 “반성을 하고 있다. 제 반성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저의 문제라고 반성하고 있다”라고 했다. 반성이란 말은 20차례나 했지만 야당이 요구한 사죄엔 응하지 않았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인 그는 수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차기 총리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막상 지난해 9월 환경상으로 입각한 뒤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업무와 무관하게 각료 중 첫 육아휴직 선언이나 알맹이 빠진 뜬구름 화법 등으로 화제를 모았을 뿐이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국가적 비상 상황 중에 술판을 벌이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코로나19 불끄기’에도 벅찬 아베 내각에 또 다른 불을 지른 셈이다. 일본 내에선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수백명 넘는 확진자가 나오며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회의엔 고이즈미뿐 아니라 다른 각료 2명도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아베 정부 전체로 비난의 타깃이 확대되고 있다. 고이즈미에 대해 야당에선 “사퇴해야 할 사안”이란 비난까지 나왔다.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싹싹 빌어야 할 사안”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베 총리도 유탄을 맞고 있다. 아사히는 “지난 14일 저녁 대책본부회의 때는 본부장이 아베 총리가 8분 동안만 출석하고, 이후 모 신문사 간부들과 회식한 데 대해 SNS엔 ‘8분간 출석, 3시간 회식이라니 말이 되느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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