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의외의 핫플'···온천수 '가족탕' 예약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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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시작되니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이왕이면 온천이 생각나지만, 코로나19가 문제다. 수도권은 이달 1일부터 사우나, 한증막 운영이 금지됐다. 목욕탕 자체가 닫은 건 아니라지만, 대중탕을 꺼리는 분위기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호황을 누리는 온천이 있다. 가족탕을 갖춘 전통 온천 단지다. 온천이 나오는 숙박시절 중에서 객실마다 온천수가 나오는 시설을 가족탕이라 이른다. 모르는 사람과 섞이지 않고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온천 가족탕이 비대면 여행지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주말이면 빈방을 찾기가 어려울뿐더러 3~4주 전에 예약해야 한다는 숙소도 있다.
행정안전부의 ‘온천 현황’ 자료를 보면, 2019년 전국의 온천 이용 업소는 598개다. 이 통계만으로 몇 개 업소가 가족탕을 갖췄는지 알 수 없다. 한국온천협회도 모르고, 개별 자치단체도 모른다. 통계로 파악되지는 않지만, 익히 알려진 전통 온천 여행지마다 가족탕을 갖춘 숙소가 몇 개씩 있는 건 확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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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탕은 천차만별이다. 일반 욕조보다 조금 큰 아담한 탕을 갖춘 객실이 있는가 하면 웬만한 대중 목욕탕 온탕 크기만한 것도 있다. 이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룻밤 묵으며 여유롭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대부분이고 대실 개념으로 2~3시간만 쓸 수 있는 곳도 있다.
경남 창녕 부곡면은 ‘가족탕 성지’로 통한다. 2017년 국내 최초의 워터파크 ‘부곡하와이’가 문을 닫았지만, 부곡면 소재 24개 온천 숙소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모텔부터 호텔, 콘도까지 대부분 가족탕을 갖춘 덕에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발길이 꾸준하다.
이를테면 창녕 로얄관광호텔은 11월 22일 하루에만 98개 객실을 210개 팀이 이용해 개장 이후 신기록을 세웠다. 키즈스테이호텔은 온천 비수기인 8월 최고 수익을 올렸단다. 정호영 부곡온천관광협회 사무국장은 “부곡은 온천수 온도가 78도로 전국에서 가장 뜨겁고 수량도 풍부해 가족탕을 운영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충북 충주 수안보면에도 가족탕을 갖춘 숙소가 여럿 있다. 수호텔, 패밀리스파텔, 리몬스호텔이 대표적이다. 강신조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은 “최근 객실 2개를 터서 하나의 가족탕으로 개보수를 하는 숙소가 많다”며 “옛날엔 대형버스를 타고 주변 관광지를 들렀다가 온천을 찾는 단체 여행객이 많았다면 요즘은 자가용 몰고 찾아오는 가족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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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도 오래된 가족탕이 많다. 해운대구와 동래구에 각각 다섯 곳 정도의 온천 업소가 가족탕을 갖췄다. 해운대 청풍장여관과 송도탕, 동래 녹천호텔과 금천파크 등이 유명하다. 청풍장여관은 약 80년 역사를 자랑한다. 객실에는 브라운관 TV가 있고, 욕실 타일은 알록달록한 타일로 덮여 있어 낡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여행도 ‘레트로(복고)’가 유행이니 이조차 흥미를 느낄 만하다. 무엇보다 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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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대전 유성, 충남 아산, 강원도 속초 같은 전통적인 온천 여행지에도 드물게 가족탕을 갖춘 온천 업소가 있다. 부곡이나 수안보의 최신 호텔은 탕 크기가 큰 편이어서 3~4인 가족이 많이 찾는다면, 속초는 커플에게 인기다. 2013년 44개 전 객실에 아담한 욕탕을 만든 척산온천휴양촌이 그런 경우다. 김범준 척산온천휴양촌 마케팅팀장은 “중장년 부부가 즐겨 찾았는데 요즘은 20~30대 커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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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여행지로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도 가족탕으로 주목받는 숙소가 있다. 이를테면 경북 영주 ‘영주호텔’은 지하 100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를 쓴다. 월풀 욕조가 딸린 객실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전남 담양 ‘담양리조트’는 3시간 즐기는 가족온천 6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숙박은 못 한다. 박상우 담양리조트 홍보기획실장은 “주말에 가족온천을 이용하려면 3~4주 전에 예약해야 한다”며 “먹거리까지 챙겨와 가족 단위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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