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살만 쏙 빼준다? 셀프주사 놓는 호르몬 다이어트 괜찮나

[오늘도 다이어트]

<51>호르몬 다이어트


최근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체지방만 쏙 빼준다는 '호르몬 다이어트'가 인기입니다. 일반적인 다이어트로는 빼기 힘든 팔뚝 살, 겨드랑이 살 또는 허벅지·엉덩이 살을 빼준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호르몬을 이용한다는 건 어떤 원리인지, 안전한 방법인지 '오늘도 다이어트'가 알아봤습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호르몬 다이어트의 정확한 명칭은 'HCG 호르몬 다이어트'입니다. HCG란 임신 중 분비되는 ‘인간융모성생식선자극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in)의 약자로, 뱃속 태아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산모의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당단백질로 이루어진 호르몬입니다. 이 HCG를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2번 피하지방 주사로 자가 투여하는 게 호르몬 다이어트 방식입니다. 배·허벅지 같은 곳에 스스로 주사를 놓는 방법으로 기간은 20~40일 정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단계별로 차이가 있지만 하루 500kcal의 열량에 맞춘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합니다.


다이어트에 HCG를 활용하는 이유는 이 호르몬이 뇌 시상하부를 자극해 임신부의 뱃살·엉덩이·허벅지 등에 오래 쌓인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을 만들고 엄마의 혈액을 통해 태아에게 공급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산모가 입덧이 심해 음식을 못 먹어도 아이에게 영양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HCG 다이어트의 원리는 이 작용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HCG를 투여, 우리 몸이 스스로 몸에 쌓인 체지방을 태우도록 하는 겁니다. 1954년 영국인 의학박사 앨버트 테오도르 윌리엄 시미언이 HCG 호르몬을 이용해 성조숙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연구하던 중,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비만 치료용으로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시작된 방법입니다. 해외에선 이미 효과 좋은 다이어트법으로 인기를 끌었고, 이를 증명하듯 아마존에선 이와 관련해 식단·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서적만 1000개가 넘게 검색됩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HCG 다이어트가 강조하는 바는 다른 다이어트와 달리 체지방만 태우기 때문에 피부가 탄력을 잃거나, 다이어트를 해도 잘 안 빠지는 엉덩이·허벅지·팔뚝 살을 뺄 수 있다는 겁니다. 근육 손실도 없고 요요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이 다이어트를 활용하는 인플루언서들과 병원에선 "칼로리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면, 우리 몸이 대사 작용에 사용할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몸속에 축적해 놓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더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하루 500kcal라는 저열량 식단이면 굳이 이 주사제를 맞지 않아도 살이 빠지긴 할 텐데요.


주의 사항도 있습니다. 적어도 하루에 2ℓ 이상의 물을 마시고, 충분한 수면으로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합니다. 초절식으로 인한 탈수증상과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대비책입니다. 흥미로운 건 오일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우리 몸이 이 또한 태워야 하는 지방으로 인식할까봐 그렇답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연 부작용은 없을까. 의학 정보 블로그를 운영하는 ‘닥터 라이블리’는 지난 8월 “이 다이어트는 과학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HCG 다이어트의 효과를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54년 시미언 박사의 논문 이후 90년대까지 많은 과학자가 이를 검증해보려 했지만,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어떤 근거도 찾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찾은 HCG 다이어트 효과와 관련된 연구 논문들을 함께 게시물에 올렸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가정의학과 전문의 역시 “다이어트 효과가 생겼다면 이는 하루 500kcal라는 초절식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호르몬제 투여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경고에 대해 호르몬 다이어트를 처방하는 병원 측의 항변도 있습니다. 호르몬 다이어트를 진행할 때는 사전에 피검사를 통해 헤모글로빈 수치와 여성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고, 전문의 판단 하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에겐 적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호르몬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안전하게 다이어트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처방을 함께 내린다”고도 했습니다. 국내에선 HCG 호르몬 주사제를 이용하려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닥터 라이블리의 설명대로 미국 FDA 홈페이지 안내에는 “HCG는 체중 감량 용도로 승인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 호르몬제로 인한 안전성과 효과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만약 호르몬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후기를 통한 감량 효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안전성과 함께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인지 먼저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