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검출돼도 "안했다" 버텼던 박유천, '이것'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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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가수 박유천(33·구속)씨가 29일 자신에게 제기된 마약 구매·투약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자처한 지 19일 만이다.

박씨는 그동안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자신의 체내에서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나 마약 판매자의 것으로 의심되는 은행 계좌로 돈을 송금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박씨의 심경에 ‘180도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했다. 그는 그동안 과거 연인 사이였던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구속)씨와 2월17일, 지난달 10·12일 3차례에 걸쳐 1.5g가량의 필로폰을 산 뒤 5차례로 나눠 투약한 혐의를 받아왔다. 하지만 박씨는 이중 지난달 10일 이뤄진 마약구매 혐의만 부인하고 나머지 두 차례는 인정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구매 건은 황씨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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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의 이런 심경변화는 구속(26일) 후 처음 이뤄진 지난 28일 조사 때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일단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 송치 전까지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다.

생전 처음 보는 피의자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다. 이동 때는 수갑을 차야 하고, 포승줄에도 묶인다.


박씨는 구속 이후 정신적 충격이 상당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28일 조사는 3시간여 만에 끝났다. 박씨는 조사 막바지에 변호인을 통해 “사실관계 등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씨의 혐의를 입증할 마지막 퍼즐은 새로운 정황 증거가 아닌 ‘구속’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유천이 (마약 혐의를 인정하는 순간) ‘이번에는 끝이다’라는 생각에 절박하게 빠져 나가보려 했던 것 같다”며 “그러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나왔고 기획사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속까지 되고 보니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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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과 연인 사이로 알려진 황하나씨 모습. [연합뉴스]









그동안 박씨는 경찰이 내민 여러 정황증거에도 심경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체모 분석과정에서 나온 마약 양성 반응이다. 경찰은 18일 2차 조사를 끝낸 뒤인 23일쯤 국과수로부터 결과를 통보받았다.

양성 반응결과가 알려지자 박씨 변호인은 “국과수의 검사 결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박씨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며 “어떻게 박씨의 체내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주사 자국으로 의심되는 손등 상처는 “수개월 전 다쳤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과학적인 증거에도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 나중에 재판에 넘겨졌을 때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로 투약한 마약이 있는지 등을 조사한 뒤 이번 주에 박씨를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경찰은 박씨가 황씨와 함께 필로폰 1.5g을 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의 필로폰 투약량을 고려할 때 필로폰이 1g 정도 남은 것으로 판단해 추가 투약 혐의를 조사하는 것이다. 성인의 필로폰 일회 투약량은 보통 최대 0.05g이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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