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프로덕트 오너·그로스 마케터…뭐하는 직함이지?

[자동차]by 중앙일보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스타트업 이색 직함·조직 눈길

자율적·수평적 조직 문화 강조

격식 허물고 다양한 실험하며

사업 효율 최대화하는 조직으로


#1. 새벽배송 서비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컬리’에는 데이터농장이라는 이름의 팀이 있다. 이 팀은 보통 기업의 데이터 담당 부서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진짜 농장처럼 데이터를 가공하고 키워서 생산한다. ▶데이터를 물어다 주는 멍멍이(데이터 전달) ▶피드백을 기다리는 야옹이(데이터 피드백) ▶미래를 예측하는 무당벌레(데이터 예측)와 같은 시스템이 있다. 일일 매출액 같은 단순한 데이터만 모으는 게 아니고 데이터를 재가공, 분석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데이터농장은 모든 직원이 데이터 해석 능력을 키우게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2. 금융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는 ‘리더’와 ‘매니저’ 두 개의 직급밖에 없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창업자인 이승건 대표 역시 사내에선 서비스 토스를 이끄는 ‘리더’다. 직원들은 이 대표를 ‘승건님’이라고 부른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도 팀장ㆍ본부장ㆍ행장을 제외하고 직급 대신 ‘님’ 호칭을 붙인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업무연차나 직급에 상관없이 실행할 수 있는 자율적인 조직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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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들에 생소한 이름의 팀이나 직책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재무ㆍ인사ㆍ영업과 같은 전통적인 조직명, 부장ㆍ차장ㆍ과장과 같은 직급을 쓰지 않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현재 사업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이색 직함·조직 눈길…자율적·수평적 조직 문화 강조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초 ‘토스보험파트너 사일로’라는 팀을 새로 만들었다. 보험설계사들의 영업을 돕는 애플리케이션(앱) ‘토스보험파트너’ 출시를 준비하기 위한 일종의 프로젝트팀이다. 사일로(silo)의 사전적 의미는 굴뚝 모양의 저장고지만, 여기서는 특정 분야·부문·전공 등 구획을 뜻한다. 이 회사에는 이런 사일로가 40개 이상 있다. 40개가 넘는 토스의 금융 서비스들이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승건 대표는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 사일로는 10명을 넘지 않는 선에서 구성한다”며 “사일로는 해당 서비스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만큼 대표인 나에게 내용을 공유하는 절차 없이 그 안에서 알아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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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구글ㆍ아마존에서 처음 도입한 ‘프로덕트 오너’(PO) 제도도 스타트업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상품의 주인’이란 뜻으로, 만든 상품의 기획부터 디자인ㆍ개발ㆍ출시 등 전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 혹은 조직을 말한다.


금융 보험 앱 스타트업 보맵에는 연중 다양한 PO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세부 서비스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사업 기획ㆍ브랜드ㆍ마케팅ㆍ디자인ㆍ개발 등 담당 전문인력이 헤쳐 모이는 것이다. 보맵 관계자는 "‘프로젝트 성공’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모인 조직"이라며 "PO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대응과 실행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들은 아직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조직을 작고 슬림하게 운영하면서, 서비스와 관련해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만약 사업을 하다 시행착오를 겪어도 빨리 조직과 직책을 바꿔서 또 다른 시도를 금방 해보는 식이다. 틀에 매일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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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서비스에 최적화된 조직, 직급을 만드는 것도 요즘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이다. 콘텐트 스타트업 퍼블리에는 ‘그로스(growthㆍ성장) 매니저’라는 직책이 있다. 그로스 매니저는 독자들을 인터뷰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좋았는지 심층 인터뷰를 한다.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데 비해 서비스 성장(그로스) 속도가 매우 빨라, 서비스의 성장 자체에 집중하는 직책을 따로 두곤 한다. 이 회사에선 스쿼드(squadㆍ분대)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개발자가 총 8명이 있는데, 한 팀이 아니라 각각 다른 스쿼드에 속해있는 식이다.



격식 허물고 다양한 실험하며 사업 효율 최대화하는 조직으로


카카오벤처스 등에도 있는 ‘그로스 해커’는 마케팅부터 프로그래밍까지 포괄적으로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다.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 패턴, 동향을 데이터로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게 주 역할이다. 박소령퍼블리 대표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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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직책과 조직을 만드는 것은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서비스에 유기적으로 잘 반영하기 위함이다.


패션 플랫폼 스타트업 ‘스타일쉐어’에는 일반적인 고객 서비스(CS) 담당이 아닌 고객 경험을 책임지는 ‘CX(Customer Experience)’ 팀이 있다. 단순히 고객 상담을 처리하는 부서가 아니라, 고객 상담을 토대로 고객 경험 전반을 어떻게 향상시킬지를 고민하는 것이 팀의 목표다.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정립하는 중이다. 이용규 스타일쉐어 프로덕트 총괄은 이같은 조직을 만든 배경으로 “젊은 세대는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도 즉각 만족감을 얻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는 일반적인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지원실 외에 ‘피플실’이라는 조직이 있다. 이 회사는 주 4.5일 근무제, 특별한 날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조기퇴근제 등 이색적인 제도가 많은데, 이 제도들이 지켜지도록 하는 게 피플실의 중요 업무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ㆍ삼성SDS 등이 우아한형제들의 조직 문화를 참고하기 위해 사무실에 방문하기도 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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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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