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삼박자 다 갖춘 ‘리틀 포레스트’, 시청률 반토막 이유는

[컬처]by 중앙일보

‘집사부일체’로 홀로서기 성공 이승기

힐링·요리·육아 버무린 예능으로 주목

이서진·박나래 등 ‘대세’ 뭉쳐도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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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리틀 포레스트’는 시작 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SBS가 여름 시즌 동안 월화드라마를 중단하고 야심 차게 편성한 16부작 월화 예능인 데다 요즘 예능 시장을 장악한 힐링ㆍ요리ㆍ육아 등 흥행 요소를 고루 갖춘 덕분이다. 이서진ㆍ이승기ㆍ박나래ㆍ정소민 등이 아이들과 함께 강원 인제 찍박골의 푸른 자연에서 뛰노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싱그러운 에너지가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셋 중 어느 것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승기와 정소민은 아동심리상담사 1급, 이서진은 아동요리지도사 자격증을 딸 만큼 열의를 보였지만 실전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미혼남녀 4명이서 1박 2일 동안 4~7세 미취학 아동 5~8명을 한꺼번에 돌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서진은 아이 맞춤형 요리에 나섰지만 눈높이 조절에 실패해 “맛없다”는 혹평을 듣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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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획의도는 절반만 들어맞았다. 옷이 더러워질까 두려워 흙을 밟지도 못하던 아이들과 함께 진흙놀이를 하고, 자연 속 재료들로 나무 위 오두막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등 새로운 키즈 동산을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느긋한 힐링과는 점점 멀어져 갔다. 잠깐 눈을 떼면 옥수수를 먹다 이빨이 빠지고, 발에 가시가 찔리는 등 가슴 졸이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편히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슈돌’과 달리 ‘성장’ 빠진 육아 예능


육아 예능의 핵심은 ‘성장’이라는 점도 간과했다. 축구선수 박주호와 딸 나은, 아들 건후의 인기에 힘입어 2015년 이후 4년 만에 15%대 시청률을 회복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육아 예능에서는 출연하는 아이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엄마 없이 아빠 혼자 육아를 전담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보다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더 큰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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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리틀 포레스트’는 1박 2일간 5번에 걸쳐 촬영하는 동안 ‘리틀이’가 1~2명씩 추가되는 방식을 택했다. ‘대리 육아’를 하는 출연진과 아이들이 충분히 교감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를 투입함으로써 아이와 어른 모두 불편한 상황을 만든 셈이다. 시청자들 역시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긴 마찬가지. 결국 1회 6.8%(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아이들과 첫 번째 이별과 두 번째 만남이 담긴 5회에서 3.5%로 반 토막 났다.


스타 출연자와 흥행 코드에 기댄 안일한 기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서진과 이승기는 나영석 PD가 tvN으로 이적 후 처음 선보인 ‘꽃보다 할배’(2013)와 ‘꽃보다 누나’(2013~2014)의 짐꾼 출신이자 ‘삼시세끼’(2014)와 ‘신서유기’(2015)로 예능의 발판을 다진 케이스다. 전역 후 SBS ‘집사부일체’로 예능 홀로서기에 성공해 지난해 연예대상까지 받은 이승기와 MBC ‘나 혼자 산다’로 최우수상을 받은 박나래까지 한데 모였지만 좀처럼 시너지가 나지 않았다.



‘고군분투’ 이승기 주 5일 저녁 책임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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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많은 역할이 집중된 것도 피로 요인이다. “‘집사부일체’를 함께 하며 나눈 이야기들이 씨앗이 됐다”는 김정욱 PD나 “승기가 자기가 모든 걸 다 할 테니 제발 같이하자고 해서 하게 됐다”는 이서진의 말처럼 그의 책임감이 막중한 상황. 아이들의 대소변을 책임지는 ‘대변인’부터 크고 작은 가구를 만드는 ‘목공소’까지 홀로 분투하다 보니 안쓰러울 정도다. 오는 20일 첫 방송을 앞둔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의 주연까지 맡아 SBS의 주 5일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승기가 가수ㆍ배우ㆍ예능인으로서 고루 능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어디에 나와도 비슷한 느낌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전면에 나섰을 때 차별화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예능 프로를 통해 이서진의 까칠한 성격이나 박나래의 털털한 면모를 시청자들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불편함을 선사한다”며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는 캐스팅과 구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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