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200점 ‘신촌 수장고’ 가졌다…RM 뺨치는 MZ 부부 컬렉터

[라이프]by 중앙일보

3층 컬렉션 만든 노재명·박소현씨

■ 더 컬렉터스


서울 공덕동 아파트에 살면서 신촌에 수장고를 갖췄습니다. 30대 초반 젊은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작품을 직접 사서 소장한다는 것, 그 막연한 거리감을 좁혀주는 ‘MZ세대 컬렉터’의 유니크한 컬렉션을 소개합니다. 이들이 찜한 젊은 작가들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의 수장고에선 현대미술을 넘어 미래미술이 생장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서울 신촌에 수장고 겸 뷰잉룸을 마련한 노재명·박소현씨 가족.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미술관·갤러리 관계자와 미술 매체 기자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공간이 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2~3년 사이 ‘MZ세대 아트 컬렉터’가 미술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가 회자했지만, 그 ‘실체’를 확인할 기회는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90년대생 컬렉터 부부가 있다고? 지난 3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에서 돌아오던 길에 갤러리 관계자가 전해준 얘기는 이랬다. “(그들의) 소장품 수가 적지 않고, 컬렉션 색채가 분명하다. 떠오르는 작가를 오히려 미술계 관계자들보다 일찌감치 알아보더라.”


노재명(32)·박소현(30) 부부는 더 중앙플러스가 발로 뛰어 직접 확인한 그 ‘실체’였다. 두 사람은 1994년생인 방탄소년단(BTS) 리더 RM 말고도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컬렉터가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확인하게 해줬다. 부부는 “최근 서울 신촌에 수장고 겸 뷰잉룸을 마련했다”며 “그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수장고는 연세대 인근 아담한 3층 건물이었다. 1층엔 회화 보관용 슬라이딩 랙(rack)과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고, 2층엔 조각과 회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민 전시 공간이 있다. 위치와 순서 등을 하나하나 고심해 배치한 흔적이 역력했다.



중앙일보

잔딜레 차바랄라의 회화(2022).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Q : 수장고가 따로 있어서 놀랐다.


A : “수집을 시작하면서 늘 수장고를 꿈꿨다. 작품을 항상 가까이에 두고 보고 싶었다. 가족뿐 아니라 미술을 좋아하는 다른 분들과 작품을 보며 즐길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 공간을 찾아 헤맨 지 3년 가까이 걸려 최근 완성했다.”


Q : 컬렉팅은 언제 시작했나.


A : “저(노재명)는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했고 2018년 결혼 후 아내와 함께하고 있다. 뜻이 맞지 않았으면 계속 못 했을 것 같다.”



중앙일보

사이먼 후지와라, ‘Who loves Who?’(2021).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Q : 현재 소장품은 얼마나 되나.


A : “아트토이나 에디션을 제외하고 원작만을 기준으로 200점가량 될 것 같다.”


Q : ‘노재명·박소현 컬렉션’의 대표작은.


A : “데이비드 알트메드와 레베카 애크로이드의 조각이다. 두 작가 모두 시간의 이야기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작품에 표현하기도 하고, 결과물도 서로 잘 어우러지는 작가들인 것 같다.”



중앙일보

카메룬 출신 마크 파듀의 작품.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Q : 작품 고르는 기준이 궁금하다.


A : “제일 중요한 것은 재미다. 예뻐서 재밌을 수도 있고 징그러워서 재밌을 수도 있다. 또 위트가 맘에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좋아질 작가인가를 생각한다. 소장품을 보면 어떤 분들은 ‘저거 나중에 다 똥 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많이 하실 수 있다. 그럴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웃음). 처음에는 많이 불안했는데, 운 좋게도 선택한 작가들이 잘되고 있다.”


Q : “컬렉팅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고 했는데 그 오답이란.


A : “미술품을 너무 투자 목적으로만 사는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덩달아 따라 샀을 때는 오답일 확률이 더 높다. 가장 정확한 오답도 있다. 사기도 전에 팔 생각부터 하는 것이다. 자신이 구매한 작품이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좋아서 한 것이면 최소한 오답은 아니다.”



중앙일보

최지원, ‘포개진 붉은 방’(2021).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Q : 컬렉팅에 부정적 인식도 있다.


A : “문화와 예술이 갖는 의미를 단순한 사치재로만 여기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컬렉팅이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미술품을 사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은 사람이 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정신적 자산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파울로 살바도르, ‘Leccio′n perdida’(2021).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부부는 지난 4월 지인들을 초대해 축하 파티도 조촐하게 치렀다. 작가와 컬렉터, 국내외 미술관·갤러리 디렉터, 해외 미술 전문매체 에디터 등 여러 관계자가 벌써 이곳을 다녀갔다.


부인 박씨는 “컬렉션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절대로 분리할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됐다”며 “특히 젊은 작가 작품을 수집하며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경험하는 게 좋다. 하루하루 삶이 더 흥미진진해졌다”고 말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① 문 열면 ‘백남준’이 맞는다, 서정기의 특별한 ‘남산 집’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2944


② “유현준 분신 수집합니다” 미술관서 목격되는 건축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6532


③ 전시만 50번 열렸다…아트에 진심인 터미널, 복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4794


④ “일단 빚부터 내요, 미쳤죠” 45세 ‘청자 덕후’의 가불 인생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8246


⑤ 거기, 쿠사마 ‘노란 호박’ 있다…병원서 만난 ‘특별한 컬렉션’ http://joongang.co.kr/article/25169556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2023.08.03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Copyright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