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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홍준표를 어떻게 주저앉힐까…고민 깊어지는 김병준 비대위

by중앙일보

미국에서 돌아온 홍준표 전 대표가 "정계복귀에 이어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높다"란 관측이 나오면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홍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질 경우, 그 자체로 당이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홍준표를 어떻게 주저앉힐까…고민 깊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쥐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홍 전 대표는 15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앞으로 남은 세월도 내 나라, 내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라며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홍 전 대표가 정치 재개뿐 아니라 내년 초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홍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나설 경우 당 일각에서는 제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박(친박근혜)들이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인가”라고 했다.


이날 홍 전 대표가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 50여명은 ‘Again 홍준표’ 등의 플래카드를 꺼내들고 ‘홍준표는 옳았다’, ‘홍준표 대통령’ 등을 외쳤다.

홍준표를 어떻게 주저앉힐까…고민 깊어

9월 15일 귀국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36년 만에 처음으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미국 체류 사진. [홍준표 페이스북]

아직 당내 확실한 리더가 부재한 한국당 내부에선 홍 전 대표의 행보에 기대보단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홍 전 대표가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면 국민적 시선이 홍 전 대표의 입으로만 향하게 될 것”이라며 “거기에 전당대회까지 나선다면 기껏 쌓아 올린 대안 정당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막말=한국당' 프레임만 다시 부각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병준 비대위 주변에선 "어떻게든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한 비대위원은 "한국당이 다시 '홍준표 블랙홀'에 빠지지 않도록 여러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도출되곤 한다"고 전했다.

홍준표를 어떻게 주저앉힐까…고민 깊어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워원회 회의가 3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김병준 위원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진규 정책위의장, 김 위원장, 최병길 비대위원. [변선구 기자]

①제명=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였던 최병길 비대위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든 당원이든 당의 품위를 훼손하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규정이 있다”며 홍 전 대표가 전대 출마 강행 시 제명으로 맞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한 2003년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언쟁을 벌인 김영종 전 안양지청장이 한국당의 새 윤리감사위원장으로 영입되면서 '홍준표 제명' 카드가 현실화되는 거 아니냐는 관측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미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이유로 당 대표와 당협위원장(대구 북을)에서 물러난 홍 전 대표를 윤리위에 회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홍준표를 어떻게 주저앉힐까…고민 깊어

2003년 당시 '검사들과의 대화'에 참석한 김영종 수원지검 안양지청장(당시 수원지검 검사) [사진 KBS 캡처]

②룰 개정=당헌·당규를 바꿔 출마 자체를 봉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비대위원은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불명예스럽게 당 대표에서 중도 하차한 것은 일종의 탄핵을 당한 셈"이라며 “탄핵당한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재출마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으니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이를 막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직접 홍 전 대표를 겨냥하지는 않더라도 사실상 ‘홍준표 맞춤형’ 전당대회 룰 개정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할 경우, 2016년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무성 전 대표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내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홍준표를 어떻게 주저앉힐까…고민 깊어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중진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③자진 불출마=비대위 안에서 가장 선호하는 안은 홍 전 대표의 자진 불출마다. 이수희 비대위원은 “(홍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가면 망신당할 것 같다고 느껴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도 “홍 전 대표와 이전투구를 벌여봐야 우리 당이 얻을 게 별로 없다”며 “당내 상황과 분위기를 충분히 알려 ‘지금은 스스로 자숙하는 것이 당뿐만 아니라 홍 전 대표를 위해서도 좋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