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 비명 직후 승강기 쿵" ···형제 중 한명만 살았다

[트렌드]by 중앙일보

속초 사고 목격한 이씨 간발의 차로 목숨 건져

쿵 소리에 가보니 승강기 안 사람들 움직임 없었다

부상한 외국인 근로자 2명은 치료받지 않고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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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소리나 하늘 쳐다보니 승강기가 철골 구조물과 분리돼 떨어지고 있었다.”


14일 강원 속초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승강기 추락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모(56)씨는 "순식간에 발생한 참사여서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사고 현장 바로 아래에서 일했던 이씨는 “비명이 들려 하늘을 쳐다보니 승강기가 떨어지고 있어 바로 뛰었다”며 “쿵 소리가 난 뒤 근처에 가보니 한 사람은 튕겨 나와 밖에 있었고, 승강기 안에 있던 2명은 움직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장 근로자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건설용 리프트(공사용 승강기 정식 명칭)에는 근로자 3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건설용 리프트를 지탱하기 위해 아파트 공사 현장 외벽에 설치된 레일 형태의 마스트를 철거하던 중이었다. 리프트를 타고 한 층씩 내려오며 마스트를 하나씩 해체하는 작업이었다. 사고는 15층 높이에서 작업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 현장의 모습은 건설용 리프트와 함께 레일 형태의 마스트가 아파트 외벽에서 뜯어져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였다. 이씨는 “정확한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위를 봤을 때 이미 (승강기가) 빠져서 떨어지고 있었다”며 “이후 철골 구조물(마스트)이 승강기를 눌러버렸다. 작업자들 모두 젊은 친구들인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악하는 비명과 쿵 소리 이후 사람이 죽었다는 소리가 잇따라 들리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외벽을 보면 15층에서 20층 사이 마스트가 떨어져 나간 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8분쯤 속초시 조양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변모(37)씨와 함모(34), 원모(22)씨 등 3명 숨지고 또 다른 변모(34)씨 등 3명이 다치는 등 총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두 변씨는 형제 사이로 확인됐다. 동생 변씨는 현재 다발성 골절 등 중상을 입고 원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변씨 형제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는 한 근로자는 “현장에서 늘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친구들이었다”며 “얼마 전에도 휴가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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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상자 중 2명은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로 알려졌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지 않고 종적을 감췄다. 경찰은 불법체류자 신분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사라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출입국관리소와 함께 행방을 찾고 있다. 이들은 사고 직후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경상’으로 분류된 뒤 구급차를 타고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승강기는 1.2t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공사 현장 한 관계자는 “레일 형태의 마스트를 고정하는 볼트가 헐거워져 리프트가 추락했거나, 기계 오작동으로 리프트가 레일을 벗어났을 가능성 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리프트는 공사가 진행될 때는 원하는 층수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해당 층에 서도록 세팅돼 있다. 하지만 아파트 준공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프트를 철거해야 해 지난 12일 이 자동장치를 해체했다.


자동장치는 일정 층수 이상이 되면 멈추게 돼 있다. 가장 높은 층인 31층으로 설정하면 상승 버튼을 눌러도 더 위로 올라갈 수 없게 돼 있다. 이 관계자는 “리프트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자동장치를 철거해 작업자들이 수동으로 층을 오가며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리프트 해체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현장 감식을 거친 뒤 공사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부실시공이나 안전 의무 소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속초=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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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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