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는 살인자"···홍콩 시위대 분노, 경찰 딸까지 노렸다

[이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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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학생에 실탄을 발사한 데 대한 홍콩 시위대의 분노가 해당 경찰과 그 가족에 대한 무차별적 신상 폭로로 비화됐다. 11일 경찰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21세 학생 등 2명에 실탄 3발을 발사해 중태에 빠뜨린 지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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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한 경찰의 페이스북. '살인범 가족의 영광'이란 글이 적혀 있다. [텔레그램 캡쳐]

시작은 일부 시위대가 해당 경찰의 페이스북을 찾아내 텔레그램 계정에 공개하면서다. 그의 실명과 가족 사진이 담긴 페이스북 화면이 “살인범 가족의 영광”이라는 제목과 함께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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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을 발사한 경찰이 11일 시위 현장에서 무전을 하고 있는 모습. [텔레그램 캡쳐]

이어 그의 경찰 번호와 이력이 담긴 문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왔고 이날 사건 현장에서 그가 무전기를 들고 있는 사진까지 “오늘 아침 사람을 죽인 손”이란 문구와 함께 퍼져나갔다.


LIHKG.com 게시판과 트위터 등에선 “공격할 의도가 없는데도 경찰이 총을 쐈다”, “그를 용서해선 안 된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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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홍콩 시위대가 실탄을 발사한 경찰의 딸 사진에 '저희 아빠는 살인범이에요'라는 문구를 써넣었다. [트위터 캡쳐]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어린 10대 여학생의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사진이 “내 아버지는 살인자입니다.”는 글과 함께 SNS에서 퍼졌다. 경찰의 둘째 딸이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경찰이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경찰 자녀의 신원이 온라인에 공개된 이후 딸의 신변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시위대에 불법적인 신상 공개 행위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경찰의 실탄 발사에 시위대의 온라인 공격이 맞붙은 것이다.


경찰의 딸과 같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까지 나섰다. 이들은 그의 신원을 알고 난 뒤 학교 측에 “그는 시위대를 쏘는데 일말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았다”며 “이런 사람이 학교 학부모교사회장(Parents Teacher Association)을 맡고 있다”며 비난에 가세했다.


이날 경찰이 오토바이로 시위대를 고의로 들이받는 영상도 시위대의 분노를 자극했다.


오후엔 시위대가 친중파 남성의 몸에 기름을 뿌린 뒤 불을 붙이는 사건도 벌어졌다. SCMP에 따르면 “너희는 중국인이 아니다”라며 시위대와 말다툼을 벌이는 한 중년 남성에게 시위대 2명이 “우리는 홍콩인”이라며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피해 남성은 가슴과 팔에 2도 화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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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는 악화일로다. 이날 밤 홍콩 시위대는 도심 곳곳에서 게릴라식 시위를 이어갔다. 부상자가 하루에만 60명을 넘어섰다. 홍콩 정부는 폭력 시위 대응 기조를 더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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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시위대의 폭력이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넘어섰다”며 “폭력을 통해 홍콩 정부에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여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개월 이상 계속돼 온 시위를 끝내는 데 더는 지체하지 않을 것(spare no effort)”이라고도 했다.


시위대 역시 지하철 운행과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시위와 함께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罷)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홍콩 사태가 폭력의 악순환이라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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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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