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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

비 내리는 하노이 커피숍에서 찾은 여행의 여유

by중앙일보

8일차, 세계 최장 세라믹벽화거리를 걷다

중앙일보

오랜만에 커피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사진 조남대]

아침부터 비가 추절 추절 내린다. 여행하는 데 좀 불편할 것 같다. 숙소 옆 길거리에서 빵을 사서 커피숍 2층으로 올라가 과일 주스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2층에는 우리밖에 없다. 여유롭게 둘러앉아 빵과 커피를 마시며 행복에 빠져본다. 배낭여행에 조금 적응이 되니 이런 여유도 생기는 모양이다. 처음의 불안했던 마음도 많이 진정이 되었다. 하노이 거리를 달리는 택시 외부에는 박항서 축구 감독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인기가 좋다 보니 택시 광고에 등장한 것이다. 멋지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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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의 얼굴이 그려진 하노이 택시 광고.

일행인 광표 씨가 한시(漢詩)를 재미있게 풀이하여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한시뿐 아니라 성경 등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 철학적인 교양이 깊어 대외적인 별명으로는 철학 교수라고 불린다. 머리칼이 많지 않아 멋진 모자를 쓰고 있는 데다, 반백에 수염을 깎지 않아 덥수룩한 모습이 꼭 철학 교수처럼 보인다. 특히 순희 씨와 둘이 코미디를 하면 배꼽을 잡는다. 비가 오는 데다 하노이에서 특별히 가고 싶은 데가 없으니 여유롭게 담소를 하는 것이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항공권을 확인해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140달러에서 150달러로 자꾸 오른다. 다른 여행사와 비교해 보고 1인당 항공료 132달러에 공항까지 태워주는 비용을 15달러로 하기로 하고 계약을 했다. 항공권을 예약한 데다 비가 오니 걸어서 다니며 관광하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아 적극적으로 나다니지 않으니 별로 할 일이 없다. 베트남에서는 구글 통역 앱은 택시기사나 여행사 직원 등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3,950m 길이 거대한 세라믹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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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긴 벽화 거리로 등재 된 세라믹벽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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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벽화거리 모습.

비행기 티켓팅을 한 여행사 직원에게 세라믹벽화거리를 가고 싶다고 하자 입구까지 안내해 주겠단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우산을 쓰고 20분 정도를 걸어가서 육교를 건너자 벽화 거리가 보인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우리끼리 도로변에 천연색 세라믹을 붙여 벽화를 만든 거리를 걸었다.


이 벽화는 하노이 수도 천도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높이 1.7m, 길이 3,950m에 달하는 거대한 벽에 만들어졌다. 하노이시 홍 강을 따라 짠 꾸앙 까이 거리에서 시작해 엔푸 거리에서 끝나는 방대한 작업은 베트남 예술가들과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한 외국 문화원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벽에는 베트남 건국 신화를 비롯하여 베트남 왕조들의 역사와 서민들의 생활 등 다양한 모습이 다채롭고 아름답게 묘사되었는데, 2010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긴 벽화 거리로 등재되었다. 자동차를 타고 막히지 않더라도 15분 정도를 달려야 겨우 시작과 끝을 볼 수 있단다.

머리통 크기 두리안이 1만원

우리는 비 오는 거리에 우산을 쓰고 세라믹벽화거리를 한 시간 정도 둘러 보다 벽화거리 중간쯤 오니 과일 도매시장 같은 큰 시장이 있어 들어갔다. 팔기만 할 뿐 먹어볼 수가 없었지만, 어느 큰 가게에 들어가 두리안 4kg을 20만 동을 주고 사자 가게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머리통만큼 큰 두리안을 실컷 먹어보았다. 보통 사람들은 두리안이 냄새가 나서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어떤 호텔은 냄새 때문에 두리안 반입을 금지한다고 하는데 우리 일행은 다행히 모두 두리안을 좋아해서 두 개나 단숨에 먹어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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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가게에 있는 다양한 열대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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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에 담긴 커다란 두리안.

오토바이는 인도에, 사람은 차도로

두리안과 망고 등 과일을 실컷 먹은 후 벽화거리 관광을 마치고 숙소 근방으로 와서 발 마사지를 받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사지 가게로 1인당 1만원인 비용을 양 팀장이 동생들을 위해 지급해 주어 1시간 정도 마사지를 받았다. 우중에 오랫동안 걸어서 피곤했는데 몸의 피로가 싹 풀린다. 많이 피곤했던지 마사지를 받는 도중에 코를 골면서 잠이 들었다.


호안끼엠 호수 뒷골목은 여행자들의 거리라서 그런지 외국인들도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 음식을 먹는다. 구시가지인 관계로 길이 좁아 인도에는 대부분 오토바이를 세워놓아 사람들은 질퍽거리는 차도로 다닌다. 차도로 다닐 때는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오늘은 비가 오는 관계로 점심을 먹고 아침에 커피를 마셨던 카페에 또 들어가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다 3시에 여행사에 도착하자 비가 그쳤다.


30분쯤 기다리니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줄 자동차가 와서 짐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자 조금 전에 둘러보았던 세라믹벽화거리에 접어들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상을 하니 벽화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 베트남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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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도심 인도에 오토바이가 자리잡고 있어 사람들은 차도로 돌아 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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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거리에 물건을 어깨에 메고 가는 하노이 시민.

배낭여행의 자신감이 생기다

그러나 배낭여행의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수확이다. 이번 여행이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배낭여행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오늘은 여행 8일 차인데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만큼 경험이 쌓인 모양이다. 비행기 표를 구매하고, 찾아다니면서 숙소를 구하고, 음식 주문하는 것과 버스를 탄다거나 길 찾아다니는 것도 이제 자신이 생긴다.


공항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승용차로 오니 편하고 쉽게 도착했다. 공항이 크지 않은 데다 승객들도 별로 없어 여유 있게 출국 절차를 마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양 팀장은 어느새 개인 비용으로 샌드위치를 사 와서 팀원들에게 나누어 준다. 고맙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루앙프라방으로 들어갈 것에 대비하여 책자를 살펴보았다. 잘 알지 못한 채 다니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요령도 늘어간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은 규모는 크고 깨끗하나 이용객이 적다 보니 상당히 조용하다.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비행기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탑승했다. 관광지라 그런 모양이다. 대부분이 서양인이다. 간단한 여행용 가방이나 배낭을 들거나 메고 다닌다. 배낭여행 다닐 때는 작은 케리어에 가벼운 배낭을 메고 중요한 것은 허리에 차고 다니는 스타일이 좋을 것 같다.


7시 10분에 출발하는 라오스항공은 샌드위치와 음료수 등 간단한 음식을 제공한다. 저녁을 안 줄 것으로 예상하고 간단히 먹었는데 챙겨주니 반갑다. 1시간 조금 지나자 도착할 준비를 하라고 안내 방송을 한다. 대부분이 외국인이고 여행자들 같다. 베트남은 입국신고서 작성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란다.


8시 30분 출국 절차를 마치고 나와서 라오스 유심칩으로 갈아 끼웠으나 작동하지 않아 공항 입구 유심 판매하는 곳을 찾아갔더니 라오스 유심이 아니고 태국 유심이란다.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구입했는데 회사에서 잘못 준 모양이다. 할 수 없어 공항에서 라오스 유심 2개를 구매했다. 숙소는 정하지 않았지만, 입국신고서에는 미리 봐 두었던 게스트하우스 이름을 통일해서 적었다. 공항 입구에 나오니 택시가 기다린다. 시내까지 20달러 달라는 것을 14달러를 주기로 하고 택시를 탔는데 시내에 있는 민속박물관까지 5km로 10여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휘황찬란한 루앙프라방 여행자 거리에 매혹되다

중심가 도로 양편에는 야시장으로 변하여 불을 밝히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비하다. 대단한 분위기다. 관광지에 온 기분이 제대로 든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또 숙소를 찾아 나셨다. 깨끗한 숙소인데 방 2개에 70불을 달라는데 더 싸고 좋은 숙소가 있는지 찾아본다며 30분 이상 주변을 돌아다녔다. 시간이 중요한지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숙소를 구하는 것이 중요한지 생각해 봐야겠다. 마땅한 호텔이 없어 처음 본 호텔을 70달러 지급하기로 하고 들어갔다. 방 하나에 4만 원이다. 지금까지 묵었던 어느 곳보다 비싼 호텔이다. 그러나 목조로 된 호텔로 깨끗하여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고풍스러운 숙소에 들어오자 분위기도 있고 기분이 좋아 방 입구 탁자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며 밤늦게까지 내일 일정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새벽 1시쯤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나와 광표 씨가 더블침대에서 같이 자고 양 팀장은 혼자 잤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