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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정말 필요한데, 말로 할순 없고" 국내 여성청결제 만든 남자

by중앙일보

남 다름으로 판 바꾼 게임체인저

최원석 (주)질경이 대표


“여자에게 정말 필요한데, 말로 할 순 없고….”


여성청결제 등 여성용 위생용품 전문 회사 (주)질경이를 운영하는 최원석(53) 대표 말이다. 모 회사의 유명한 광고 카피 같기도 하지만, 여기엔 그의 진심이 담겨있다.


최 대표는 2010년 회사명과 같은 고체형 여성청결제 ‘질경이’를 선보이며 여성청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렇다 할 국산 제품이 없었던 상황에서 그는 제품 개발과 함께 국내 시장 키우기에 나섰고, 지금은 400억~500억 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여성청결제 시장의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이 일에 뛰어들었고, 또 성공하게 됐을까. 지난 19일 서초동에 위치한 사옥에서 최 대표를 직접 만나 들었다.

필요한데, 남은 안 하는 시장을 찾다

중앙일보

지난 12월 19일 서울 서초동 사옥의 마련된 '핑크룸'에서 만난 여성청결제 브랜드 '질경이'의 최원석 대표. 오종택 기자

“졸업 후 좋은 회사에 취직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내 일을 하자’ 싶어 바로 사업을 시작했죠.”


그동안의 경력을 묻자 최 대표가 담담한 표정으로 꺼낸 말이다. 한성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벤트 대행사, 홍보마케팅 회사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질경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건 무기질 등 유효성분을 넣은 생수 사업을 한 지 3년쯤 됐을 때였다. 아내가 부쩍 예민해지고 짜증이 늘어 이유를 물어보니, 조심스레 질염 같은 여성 질환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여성의 고충을 알았다”며 “질환 특성상 주변에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한다는 이야기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선 여성청결제가 보편화돼 있었지만, 국내에선 오히려 청결제 사용이 여성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고, 또 쉬쉬하는 사회 분위기상 시장에 뛰어들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시중에 나와 있는 해외의 여성청결제·질정이 균 제거만을 목표하는 사멸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몸에 좋은 생수처럼 몸에 남아있어야 할 좋은 균을 살릴 수 있는 여성청결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당시 국내 시장 규모만 100억 원대로 작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전 세계 인구가 60억이라고 한다. 그중 절반이 여성이라고 치면 30억 명이다. 그 사람들만 써도 시장이 엄청나겠다는 간단한 계산이 나왔고, 바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직접 유통에 뛰어드니 길이 보였다

하지만 여성청결제 사업은 처음부터 녹록지 않았다. 생수 사업 당시 함께 했던 미생물 전문가들과 함께 팀을 꾸려 4년의 연구 기간 끝에 보검선인장·병풀·알로에베라잎 추출물 등 자연 유래 성분으로 구성한 순한 여성청결제 제품 개발에 성공했지만, 막상 유통이 쉽지 않았다. 소비자인 여성에게 제품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방문판매와 지역 에스테틱 숍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총판업체가 유통을 담당하기로 했었는데, 그들이 “판매가 어렵다”며 바로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에만 집 한 채 값을 털어 넣으며 확신에 찼던 그는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자사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판매를 유통 채널로 잡고 직접 판매에 나섰다. 필요한 사람만 관심을 가질 제품이라는 판단에 포털사이트에 키워드 광고를 올리고, 실제로 사용해본 사람들의 후기 위주로 홈페이지를 구성했다. 상담 전화가 오면 직접 전화를 받고 한 시간이 넘게 제품의 특징과 효능을 설명하며 “나를 믿고 꾸준히 써보라. 써보고 나서도 효과가 없으면 100% 환불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의 끈기와 노력에 점점 사용자가 늘었고, 이들 사이에서 제품 효과에 대한 입소문이 났다. 결과 2011년 4억원이던 매출은 매년 2배씩 성장세를 이어가더니 2015년 58억으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엔 215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상품 또한 첫 시작이었던 고체형 여성청결제 외에도 젤·폼·스프레이 등 종류의 여성청결제와 생리대, 비키니 라인 미백크림, 남성용 청결제 등 9가지의 상품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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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지금 한국을 넘어 동남아,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제품에 자신이 붙은 최 대표는 2015년 홈쇼핑에 진출했다. 이 역시 쉽지 않았는데, 당시 해당 홈쇼핑사의 팀장급 관리자는 제품에 대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Y존에 사용하는 제품을 홈쇼핑에서 다뤄본 적이 없었고, 이를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제품에 믿음이 있었던 담당 MD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방송이 결정됐고, 결국 33회 ‘완판’(준비된 물량을 전부 판매)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지난해부터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먼저 중국과 베트남·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최 대표는 “우리와 거리가 가깝고 출산율이 높은 나라를 선택했다. 여성의 위생·복지 환경 조성이 필요한 국가들이라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매출 5억으로 시작해 올해는 30억, 내년은 100억 이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브랜드 광고? 제품 먼저 알려라

그는 스스로 평가하는 성공 비결로 “집념”을 꼽았다. 최 대표는 “가장 무서운 고객은 무반응 고객이다. 전화·메일로 불만을 표현하는 고객은 관심이 있어서다. 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면 오히려 충성고객이 되는 걸 여러 차례 경험했다”며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 않아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겼을 땐, 직접 LG유플러스 회장 비서실에까지 항의 메일을 보내 해결하는 등 그는 장애물이 생길 때마다 집요하고 끈질기게 달려들어 일을 성사시키곤 했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성공을 꿈꾸는 창업가들에게 조언 하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부터 브랜드 광고를 먼저 하지 말라. 무엇이든 제품이 핵심이다. 그 제품이 필요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삼아 그들에게만 맞춰 홍보를 진행하고, 또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토대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제품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게 브랜드를 만드는 순서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