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비즈 ]

[폴인인사이트]3시간 완판 펭수 티셔츠, 어떻게 나왔나...스파오가 말하는 콜라보 성공 전략

by중앙일보

지난해 12월 스파오에서 펭수 티셔츠와 수면 바지가 출시됐다. 펭수의 첫 콜라보레이션 제품이었다. 스파오가 유튜브채널 '자이언트펭TV'에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결과였다 평균콜라보레이션 속도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결과는 어땠을까. 11종 상품 모두 3시간 만에 완판됐다.


가장 중요한 건 속도예요. 한 발 먼저 제안하고, 소량이라도 신속하게 기획하고 상품화하는 전략을 썼죠.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파오는 포켓몬스터·짱구·해리 포터 등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을 연이어 선보이며 국내 SPA(의류 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중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밀레니얼과 Z세대, 일명 MZ세대를 사로잡은 게 비결이었다. 〈폴인스터디 : 콜라보는 어떻게 브랜드를 바꾸는가〉에서 염하나 스파오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을 연사로 섭외한 이유다.


그는 스파오의 콜라보레이션 성공 비결로 두 가지를 꼽았다. 팀 내 소규모 조직인 '셀(cell)'과, 5일 안에 생산에서부터 진열까지 가능하게 하는 ‘5일 생산 시스템'이 그것이다. 다음은 염 팀장과의 일문일답.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A : 3, 4명으로 구성된 팀 안의 자체 조직입니다. 그 중 상품셀의 경우 상품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어요. 일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이유죠. 의사결정 절차가 그만큼 줄어드니까요.


Q : 아무리 의사결정 조직이 작아져도, 5일 만에 생산해서 매대 진열하는 게 가능한가요?


A : 베트남에 스파오의 상품 생산을 전담하는 공장이 있습니다. 이 공장에 생산을 의뢰하면 2~3일 만에 5000장이 넘는 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안에 한국 매장에 상품이 진열되죠.


Q : 콜라보레이션 상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하나요?


A : 선정, 계약, 포커스그룹 인터뷰, 일반화, 감수의 다섯 단계를 거칩니다. 가장 먼저 콜라보레이션 파트너를 선정합니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과정이죠. 성장하고 있는 캐릭터의 목록을 만든 후 스파오 공식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의 채널을 통해 캐릭터 선호도 투표를 합니다.


선호도 투표가 완료되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캐릭터에 대해 더 알아봅니다. SNS에서 해당 캐릭터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지, 영화화나 게임화 이슈는 없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피죠. 탐색 과정이 끝난 후 최종적으로 협업할 캐릭터를 결정합니다.


Q : 그다음은요?


A : 캐릭터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20~40명의 '캐릭터 덕후(마니아)'에게 상품 디자인에 관한 의견을 묻는 시간이죠. 인기 많은 캐릭터는 덕후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있는데, 그 커뮤니티를 통해 포커스 그룹을 모집합니다. 캐릭터를 사랑하는 분들이 모인 만큼,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죠. 직접 상품 디자인을 해 오는 분도 있어요. 덕후의 디자인이 상품화되기도 합니다.


Q : 덕후와 일반 소비자의 취향은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A :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통해 덕후의 검증을 거쳤다면, 일반 소비자도 좋아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수정하는 '일반화' 작업을 합니다. 그 후 SNS에서 디자인 선호도 투표를 하죠.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디자인을 최종 상품으로 선정합니다. 투표할 때 SNS에 디자인에 대한 의견이 올라오면, 이 의견을 반영해 디자인을 한 차례 더 수정하기도 합니다. 상품 디자인이 정해지면 콜라보레이션 파트너의 감수를 거쳐, 공장에 생산을 요청합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소비자와 함께 상품을 만드는 느낌이네요.


A : 생산자 입장에서 상품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계속해서 소비자의 의견을 묻고, 이들과 호흡하다 보면 ‘이걸 놓쳤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부분이 많아요.


Q : 스파오의 주요 타깃층은 MZ 세대인데요. 이 세대와 어떻게 교감하나요?


A : 스파오 직원들의 연령대가 젊은 편입니다. 4시간 만에 5만장이 완판된 포켓몬스터 콜라보레이션도 젊은 팀원의 아이디어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전 세계에 ‘포켓몬 고’ 게임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걸 보고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티셔츠에 넣자는 제안을 한 거죠.


Q : 10대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 SNS 중에서도 페이스북을 유심히 봅니다. 10대는 페이스북에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눕니다. 페이스북에서 많이 언급되는 캐릭터를 발견하면 태그를 해 둡니다. 팀원들과 태그한 캐릭터를 공유하고, 해당 캐릭터에 대한 10대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죠.


Q : 성공하는 콜라보레이션은 무엇이 다를까요?


A : 타깃이 명확합니다. 누구에게 팔 것인지 정하고, 그 사람에게 맞추면 반드시 팔립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갖고 싶은 이유가 뚜렷해야 구매하니까요.


드래곤볼과 콜라보레이션 할 때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드래곤볼을 주로 구매하는 고객은 MZ 세대가 아닌 40대였거든요. 4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버지가 된 이들이 드래곤볼에 얽힌 추억을 자녀와 나누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키즈 상품을 만들어, 손오공과 손오반(손오공의 아들) 도복을 자녀와 아버지가 함께 입을 수 있게 했죠.


Q : 또 중요한 점이 있을까요?


A : 캐릭터가 아닌 콘텐츠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짱구와 펭수가 아니라 만화 영화 '짱구는못말려',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펭TV'와 콜라보레이션 한다는 생각으로 상품을 만드는 거죠. 단순히 티셔츠에 캐릭터를 새겨 넣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상품 안에 스토리를 구현해내려 노력합니다.


Q : 예를 든다면요?


A : 콘텐츠의 관점에서 스토리에 집중한 건 포켓몬스터가 시작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스토리를 샅샅이 공부했죠. 포켓몬 고 게임에는 크게 두 가지 스토리가 있습니다. 진화와 희귀 몬스터 찾기가 그것이죠. 희귀 몬스터가 등장하는 장소마다 몬스터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었는데요. 이 스토리를 현실로 가져와, 희귀 몬스터가 새겨진 맨투맨 티셔츠를 한정판으로 제작했습니다.


Q : 다른 콜라보레이션 비법이 있다면요?


A : 콘텐츠를 소비자의 현재 상황과 연결하는 센스도 중요합니다. 2018년 해리포터와 손잡고 ‘도비 에디션’을 출시했습니다. 하인 집요정 캐릭터 도비의 영화 속 대사인 ‘Dobby is free(도비는 자유예요)’를 티셔츠, 슬리퍼 등에 새겼죠. 당시 2030 직장인들의 퇴사 열풍과 맞물려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품으로 표현한 덕분이었죠.


Q : 왜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에 주력하나요?


A : 캐릭터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 아티스트, 인플루언서 등과의 콜라보레이션도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빙그레와 함께 메로나, 붕어싸만코, 비비빅 로고를 새긴 티셔츠와 카디건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혜자스럽다(가격과 품질이 합리적이다)’는 단어에 착안해, 탤런트 김혜자와 콜라보 하기도 했습니다. 스타 유튜버 포니가 직접 디자인한 협업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죠.


Q : 또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요?


A : 자체 캐릭터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스파오 내부의 뉴콘텐츠팀에서 직접 캐릭터를 개발합니다. 지난해 치키니, 삼남매 등의 캐릭터 상품을 론칭했죠.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으로 알려진 브랜드에서 캐릭터 플랫폼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염하나 팀장은 〈폴인스터디 : 콜라보는 어떻게 브랜드를 바꾸는가〉에서 스파오의 콜라보레이션 전략에 관한 인사이트를 전한다. 휠라, 곰표, 모나미 콜라보레이션 총괄 마케터도 1, 2, 3회차 연사로 강연한다. 5회차에는 빅데이터 전문가의 ‘SNS 데이터를 활용한 콜라보레이션 기획법’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라일락 폴인 에디터 ra.ilra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