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40년 전 코로나19 사태 예언한 소설, 어디까지 맞았나

by중앙일보

미 작가 딘 쿤츠 1981년작 "어둠의 눈"

인류 위협 '우한-400' 바이러스 예언

SNS에서 확산하며 미국서 판매 껑충

중앙일보

이란에서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늘고 있는 갸운데 한 소방대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소름 끼친다"

"미쳤다. 작가는 그때 자신이 뭘 쓰고 있는지 알았을까?"

"'우한-400'을 예언했다니···. 올해가 2020년이니 20x20=400이다. 놀랍다"

미국 작가 딘 쿤츠(75(가 1981년에 쓴 소설『어둠의 눈(Eyes of Darkness)』이 2019~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을 예측했다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댓글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SNS에『어둠의 눈』 책 표지와 쿤츠가 자신의 소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묘사한 것으로 알려진 페이지를 앞다퉈 게재했다. 소설의 예언이 화제가 되자 미국에서 책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출판 관련 매체 데드라인은 "40년 전 발간된 이 소설이 3월 첫 주 가장 많이 팔린 소설 3위에 올랐다"고 3일 보도했다. 소설이 예언을 담은 것은 사실일까?

중앙일보

"어둠의 눈" 영문 책 표지. [사진 Amazon.com]

로이터 통신은 최근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이 소문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거짓"이라고 결론지었다. 극히 일부분은 일치하지만 사실상 이 소설은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요약하면 SNS에 퍼지는 소문은 가짜 뉴스에 가깝다는 얘기다.

"우한-400" 이름은 맞지만···

중앙일보

[사진 트위터 화면 갭쳐]

중앙일보

[AP=연합뉴스]

로이터에 따르면 일단 이 책이 "우한-400( Wuhan-400)"이라는 바이러스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맞다. 소설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They call the stuff ‘Wuhan-400’ because it was developed in a at their RDNA labs outside of the city of Wuhan, and It was the four-hundredth viable strain of man-made microorganisms created at that reaserch center”. (그들은 우한 시 외곽의 RDNA 연구소에서 개발됐기 때문에 이 물질을 '우한-400'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것은 그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400번째의 미생물이었다.")

그러나 로이터는 "쿤츠가 소설에서 가상의 바이러스에 대해 썼고 그 이름인 "우한-400"이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 발병(COVID-19)이 실제로 시작된 중국 도시를 가리킨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게 전부일 뿐 책 속에 언급하고 있는 질환은 COVID-19와 더는 닮은 점이 없다"고 했다.


쿤츠는 소설에서 "우한-400"을 "중국의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새로운 생물학적인 무기( China’s most important and dangerous: new biological weapon in a decade)"라고 썼다. 그는 또한 우한시 외곽의 연구소에 의해 개발됐다고 썼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잠복기·치사율도 다르다

로이터는 이뿐만이 아니라 "쿤츠의 '우한-400' 증상 등은 COVID-19와는 매우 다르다"고 보도했다. 소설에서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4시간"이다. COVID-19의 잠복기는 1~14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장 흔한 잠복기는 5일 정도다.


쿤츠는 또 ‘우한-400’의 ‘치사율(kill-rate)' 이 100%라고 썼다. "한 번 감염되면 스물네 시간 이상 사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은 12년 안에 죽는다"고 쓴 것이다. COVID-19의 사망률은 이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3일 세계보건기구( WHO) 발표에 따르면 세계 코로나19 사망률은 3.4였다.


코로나19는 앞서 유행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보다 치사율도 낮은 편이다. 5일 현재까지 국내 코로나19 치사율은 0.68%이다. 사스와 메르스의 치사율은 각각 10%, 34%였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 등 전문가들도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치사율은 1% 이하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상도 다르다

로이터는 또 "쿤츠가 설명한 증상 역시 COVID-19와는 다르다"고 했다. 우한-400은 그의 소설에서 말 그대로 뇌 조직을 먹어치우는 독소 분비를 유발해 신체 기능의 제어를 잃게 한다. 쿤츠는 "피해자는 맥박, 장기 기능, 호흡을 멈추게 된다"고 썼다. 한편 COVID-19 감염은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가벼운 경우는 감기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는 폐렴, 심한 급성 호흡기 질환, 신부전,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

초판에선 바이러스 이름은 "고르키-400"

중앙일보

[사진 트위터 갭쳐]

주목해야 할 것은 작가가 지어낸 바이러스의 이름이다. 1981년 이 소설의 바이러스 이름은 중국 도시의 이름을 딴 '우한-400'이 아니라 '고르키-400(Gorki-400)이었다. 러시아 지역의 이름을 딴 것이다. 소설의 원판에서는, 이 바이러스가 고르키 밖에서 개발됐으며, "소련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새로운 생물학적인 무기"를 의미했다. 초판 버전에서 '우한-400'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에 따르면 1989년 이 책이 재발간되면서 냉전이 종식되던 당시 국제 분위기를 반영해 바이러스 이름이 바뀌었다.

중앙일보

6일 이란 테헤란에서 한 소방대원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책과 전혀 관계없는 부분이 마치 이 책의 일부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SNS에서는 "2020년경에는 폐렴과 같은 심각한 질병이 전 세계에 퍼져서 폐와 기관지를 공격하고 알려진 모든 치료에 저항할 것"이라고 쓴 게 화제가 되는 것. 사실상 이 문장은 『어둠의 눈』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심령술사를 자처한 미국 작가 실비아 브라운이 2008년 출간한 책 『날들의 종말: 세계 종말의 예언(End Of Days: Predictions and prophecies about the end of the world』에 나오는 문장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 문장이 마치 소설『어둠의 눈』에 언급된 것처럼 내용을 '편집'해 잘못된 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역시 '작가 딘 쿤츠는 정말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예견했는가?'라는 제목으로 이 소문의 진위를 살폈다. 가디언은 "딘 쿤츠가 소설 『어둠의 눈』은 '우한-400'이라는 살인 바이러스를 언급하며 코비드-19가 출현할 중국 도시를 예측했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유사점은 그게 전부"라고 보도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