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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23년만 美 증시 멈춰선 날…"세계 증시 호황 끝났다" 월가 선언

by중앙일보

“11년간 이어온 주가 상승기, 이제는 끝났다(bull market is over).”


9일(현지시간) 오전 9시 34분부터 9시 49분까지 15분간 미국 경제 ‘심장’ 뉴욕의 주식시장이 멈춰섰다. 이날 오전 9시 30분 증시 개장과 동시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7% 넘게 추락했고, 과도한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한 ‘서킷 브레이커’가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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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지수 등락률이 7%를 넘어설 때 15분 동안 증권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 1단계가 발동됐다. 주가 급락으로 일부 종목이 아닌 전체 미국 주식시장의 거래가 일시 중단된 건 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월가에선 주가 호황기가 끝났다는 선언이 터져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년 전인 2009년 3월 주가는 바닥을 찍고 이후 11년간 상승기를 이어왔다”며 “이런 상승기가 이제 끝났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은 세계 경기 침체로 가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이날 하루 사이 2000포인트 넘게 빠졌다. 2008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전 거래일과 견줘 2013.76포인트(7.79%) 하락하며 2만3851.02로 마감했다. 뉴욕 증시 시가총액 상위권에 올라있는 정유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세계 2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3위 러시아의 ‘유가 전쟁’이 촉발한 원유 가격 폭락이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의 정유 산업 수익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S&P 500지수도 이날 225.81포인트(7.60%) 내려가며 2746.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보기술(IT) 종목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624.94포인트(7.29%) 급락하며 7950.68을 기록했다. 1거래일 만에 8500선에서 7900선으로 수직 추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를 덮친 ‘검은 월요일’의 공포는 예고됐던 일이다. 앞서 문을 열었던 아시아 증시, 유럽 증시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아시아에서 유럽, 그리고 미국으로 이어진 세계 증시 연쇄 붕괴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사우디ㆍ러시아가 불붙인 유가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이 둘은 서로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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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펜데믹 양상으로 흘러가자 이로 인한 석유 수요 급감 우려에 산유국은 모여 감산을 논의했다. 생산량을 줄이면 가격 하락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히려 일일 생산량을 1000만 배럴 이상으로 늘리는 증산 카드를 꺼냈고,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30% 폭락하는 공포 장세가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안 그래도 하향세를 타던 세계 증시는 유가 전쟁이란 변수까지 맞아 일시에 무너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 내 확산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제대로 통제하고 있지 못하다는 투자자 인식이 번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유가 급락은 이를 더 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망은 더 어둡다. 9일 세계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우울한 하루를 보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코로나19확산세에 속도가 붙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를 두고 “팬데믹 위험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선언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팬데믹을 어떻게 정의하냐를 두고 여러 기구가 협의하고 있고,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통제되는 팬데믹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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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이미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돈의 탈출’은 가속화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와 금값이 치솟는 중이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0.5%로 마감했다. 금리는 빠르게 하락(국채 가치는 상승)해 장중 한때 0.318%를 찍기도 했다. 0%에 근접한 금리를 준다고 해도 미 국채를 갖고 있겠다는 전 세계 투자자 수요가 몰리면서다. 미 경제방송 CNBC는 “미 역사상 최저 금리”라고 했다.


금 시세는 상승하며 온스당 1700달러(약 204만원)에 근접했다. 이날 미국 상품시장에서 금 가격은 0.1% 오른 온스당 1675.40달러에 거래됐다. 2012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702.56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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