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이슈 ] 그게머니

"伊 무너지면 韓도 위험" 코로나가 들춰낸 약점

by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6000명씩 늘고, 누적 사망자가 전 세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나라. 믿기 어렵지만 세계 8위 경제 대국 이탈리아입니다. 이젠 비상을 지나 붕괴를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이탈리아발 나비효과, 한국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중앙일보

마스크를 착용한 남성이 전국 봉쇄조치가 내려진 지난 27일 밀라노 중심가를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

#이탈리아를 걱정하는 이유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확산 거점은 롬바르디아주다. 이탈리아 북단에 위치한 롬바르디아는 산업 중심지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동시에 경제의 중심 밀라노가 대표 도시다. 손가락 욕설을 연상시키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대형 조각상 L.O.V.E로 유명한 이탈리아 증권거래소(Borsa Italiana) 역시 이곳에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역사적으로 이탈리아 남부는 경제 기반이 약해 정부의 복지 정책이 있어야 하는 반면, 북부는 산업과 경제가 발달해 그 재정을 대는 역할을 했다”며 “바로 그런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증권거래소(Borsa Italiana). 손가락 욕설을 연상시키는 대형 조각상 L.O.V.E(마우리치오 카텔란)가 버티고 서 있다. 이 조각상은 경제위기를 만들어낸 이탈리아 금융인들을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 셔터스톡

#정부 부채가 최대 약점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37.3%였다. 유럽연합(EU)에서 그리스(178.2%) 다음으로 높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부채는 더 늘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5일 코로나19 대비 추가경정예산 75억 유로(약 10조원)를 편성한 데 이어 11일엔 이를 250억 유로(약 34조원) 수준으로 급히 확대했다. GDP의 1.4% 규모다.

중앙일보

주세페 콩테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26일 이탈리아 로마 상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앞선 11일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 의료 시스템, 근로자, 가족 및 사업 부문을 위한 250억 유로(약 34조원)의 재정 패키지를 승인했다. 신화통신=연합

=독일 신용평가기관 스코프레이팅스(Scope Ratings)는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탈리아 정부 부채 비율이 내년 중 145%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DP 6% 수준의 재정 적자도 불가피하다.

#이탈리아가 망할까?

=물론 ‘EU가 이탈리아를 망하게 둘 리 없다’는 게 중론이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유로존 내 경제 규모 3위권 국가이자 유로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치 역학적 관점에서 EU 집행위원회(행정부)가 아낌없는 지원을 쏟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이탈리아가 홀로 타개하는 건 어렵지만, EU가 분명 어떤 역할을 할 거로 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지난 2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사태로 인한 거리 소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EPA=연합

=당장 위기를 넘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경고도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전 세계 모두가 돈을 쏟아붓고 있는 터라 지금은 이탈리아만의 부실이 두드러져 보이진 않는다”며 “부채 부담 속에서 경기 회복을 이끌 여력이 있느냐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안심 못 할 이유

=이탈리아 경제가 위기에 빠진다면 국내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일단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불가피하다. 문남중 대신증권 선진국팀장은 “저성장 국면에서 이탈리아가 재정 부담을 이기지 못해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일이라도 발생하면 세계적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이 예상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여의도WM투자센터장은 “2011~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때를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교역 규모는 크지 않다”면서도 “이탈리아 국채를 많이 보유한 유럽 메이저 은행이나 글로벌 투자은행이 손실 보전을 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덜하고, 환금성이 좋은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