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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여행썰명서]

호텔서 한 번 쓰고 남은 비누는 어디로 갈까?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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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케이프에서 제공하는 '아틀리에 코롱' 어메니티. [사진 신세계조선호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호캉스’가 때아닌 인기란다. 특급호텔 객실에서 꼼짝도 안 하고 놀고 쉬는 트렌드가 새로 생긴 것이다. 호캉스의 재밋거리 중 하나가 어메니티(Amenity)다. 어메니티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소모품이나 서비스 용품을 말한다. 샴푸, 보디 샤워, 빗 따위 욕실용품 말이다. 호텔마다 개성이 다르고, 대부분 공짜여서 기념품처럼 챙겨오는 이들이 많다. 한데 우린 호텔 어메니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호텔 어메니티 그냥 가져가도 될까?

일단 일회용품인지 아닌지부터 따져보시라. 한두 번만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라면 챙겨도 문제가 없는 어메니티다. 샴푸와 보디 샤워를 비롯해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든 욕실용품, 일회용 면도기, 필기도구, 비누 등이다.

내가 ‘진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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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호텔 경원재 앰배서더에서 제공하는 고무신. 일회용이 아니어서 가져가면 안 된다. [사진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소위 ‘진상’ 손님이 되지 않으려면 잊지 마시라. 재사용이 가능한 호텔 물건은 가져가선 안 된다. 가장 빈번히 사라지는 객실 용품은 우산‧배스로브(가운)‧수건‧티스푼 등이다. 런더리 백이나 슬리퍼 역시 무턱대고 집어가면 안 된다. 소재에 따라 일회용품이 아닌 경우가 많다. 없어진 물건에 대해 눈감아주는 경우도 있지만, 체크인 때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변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급호텔에선 어떤 어메니티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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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엘 서울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딥티크'를 어메니티로 제공한다. [사진 롯데호텔]

‘어메니티를 보면 호텔의 수준을 알 수 있다.’ 호텔업계의 상식과도 같은 말이다. 5성급 특급호텔 대부분이 럭셔리 코스메틱 브랜드의 어메니티를 제공한다. 롯데호텔의 최상급 브랜드인 시그니엘 서울엔 프랑스 명품 ‘딥티크’가 들어간다.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엔 영국 왕실에서 사용하는 ‘펜할리곤스’, 서울 신라호텔엔 ‘몰튼브라운’, 파크하얏트 서울엔 ‘르 라보’가 비치돼 있다. 룸 타입에 따라 어메니티가 다른 경우도 있다. 웨스틴 조선호텔은 스위트 이상 객실에만 ‘조 말론’ 어메니티가 놓인다. 더 플라자 역시 클럽층 투숙객만 ‘에르메스’ 어메니티를 사용할 수 있다.

더 달라고 해볼까?

1박당 1세트가 원칙이지만, 특급호텔 대부분은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 어메니티 추가분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한 번 더! 두 번 더!”를 외쳐선 안 되겠다. 1만원 안팎의 금액을 내야 추가분을 주는 곳도 있고, 아예 주지 않는 곳도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OO 호텔 어메니티’라며 대놓고 파는 사람이 있어, 추가 무료 제공 혜택을 멈췄다”고 전했다.

공짜 어메니티가 사라진다?

스타벅스에서 사라진 플라스틱 빨대처럼, 호텔에서도 플라스틱 용기가 퇴출당할 운명이다.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줄이기 중장기 계획’의 영향이다. 2022년부터 50실 이상의 숙박업에서는 일회용 어메니티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샴푸나 보디 샤워 등의 욕실용품을 대용량 용기에 담아 서비스하는 호텔이 최근 늘고 있는 이유다. 환경과 비용 문제는 덜겠지만, 위생에 의문이 생긴다. 누가 어떻게 썼는지 모르는 욕실용품을 돌려 쓰는 것에 대한 우려다. 코로나19 시대에는 꽤 심각한 걱정거리다.

호텔이 만들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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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는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타입의 친환경 어메니티 ‘캐비네드 쁘아쏭’을 객실에 제공하고 있다. 추가 비용은 9000원. [사진 아난티]

호텔이 직접 어메니티 상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나, 호텔이 추구하는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담을 수 있다. 아난티는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타입의 친환경 어메니티를 내고 있다. 이로써 전국 3개 아난티에서 매년 60만 개의 이상 사용되던 플라스틱 용기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단다. 제주 해비치 호텔에선 곶자왈 숲의 향을 가미한 자체 어메니티를 개발해 2년 전부터 제공하고 있다.

내가 남긴 비누는 어디로 갈까?

두고 가자니 아깝고, 가져가자니 미끌미끌한 게 영 불편하다. 특급 호텔에서는 남은 비누를 어떻게 처리할까. 한 번이라도 사용한 비누는 그 상태를 막론하고 폐기한다. 하우스 키핑에서 따로 모아두었다가 청소할 때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가차 없이 버린다고 한다. 낭비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에서만 하루 500만 개의 비누가 호텔에서 버려진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 특급호텔 객실이 5만 실에 육박하니, 거기서 버려지는 비누 또한 상당할 테다. 국내 특급호텔 가운데 콘래드 서울 호텔이 2015년부터 남은 비누를 모아 아시아 저개발 국가에 기증해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팁 하나. 물기 있는 비누를 챙길 때 빨랫감으로 돌돌 싸거나, 일회용 샤워캡 등을 이용하면 깔끔하게 가져올 수 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