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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평생 바른 자세 갖고 싶나요? 춤을 배우세요

by중앙일보

자세가 나쁘면 아무리 춤을 오래 배워도 모양이 나지 않는다. 허리가 굽거나 거북목으로 춤을 추면 엉성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세가 먼저다. 그러나 춤을 처음 배울 때는 스텝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자세까지는 보지도 못한다. 그러나 점차 발전하면 발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전체의 몸을 보게 된다.


라틴댄스에서는 아이 콘택트(Eye Contact)를 해야 하기 때문에 두 눈은 파트너를 바라봐야 한다. 멋진 자세로 바라보는 것과 엉성한 자세로 바라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룸바, 차차차, 자이브는 서로 눈을 바라봐야 춤추는 맛이 난다. 파소도블레는 투우와 투우사의 목숨을 건 대결을 표현하는 춤이므로 적대감과 경계심 어린 날카로운 시선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자세가 좋아진다.


자세를 좋아지게 하려면 스탠더드 댄스가 더 효과가 좋다. 스탠더드 댄스를 해야 비로소 자세가 좋아진다고도 말할 수 있다. 왈츠를 기본으로 한 춤이다. 스탠더드 댄스에서 요구하는 자세가 ‘업라이트 바디 포지션(Upright body position)’이다.


업라이트 포지션은 ‘땅에서 등이 수직으로 서 있는 상태’를 말한다. 어깨는 뒤로 평평하게 해서 가슴을 스트레칭해서 들어 올리는 것이다. 이 자세에서 춤을 춰야 모양이 좋다. 댄스를 잘하는 사람과 오래 배워도 모양이 안 나는 사람이 차이 나는 이유이다. 자세만 봐도 그 사람의 춤 실력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경기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대기 줄에 서 있다가 번호가 호명되고 플로어에 입장할 때 보면 아직 춤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미 어느 정도 기량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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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라이트 포지션은 ‘땅에서 등이 수직으로 서 있는 상태’를 말한다. 어깨는 뒤로 평평하게 해서 가슴을 스트레칭해서 들어 올리는 것이다. 이 자세에서 춤을 춰야 모양이 좋다. [사진 Pxhere]

댄스를 오래 하면 키가 커진다는 말이 있다. 성장판이 멈췄는데 키가 커지지는 않겠지만, 그나마 가진 체형에서 몸을 똑바로 펴면 더 커 보인다. 주저앉은 척추를 늘이고 굽어진 목뼈도 뒤로 해서 늘이면 실제로 커 보인다. 그래서 춤을 추면 키가 커진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강사들은 흔히 “가슴을 펴라”, “가슴을 들어 올려라”, “가슴을 늘여라”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가슴은 늘어나는 근육이 아니다. 늘어나지 않는 뼈로 되어 있다. 그러니 가슴을 늘이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주문을 하는 것이다. 가슴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말랑한 배 부분으로 가슴이 편하게 얹혀져 있는 것을 따로 올리라는 말이다. 또, 배가 위로 늘려지면서 가슴이 올라가는 것이다. 배가 가슴을 위로 올리고 가슴이 올라가야 목도 펴지면서 헤드도 올라간다.


‘머리는 꼭지에 실을 매달아 놓은 것처럼 하라’는 말이 있다. 머리가 서야 몸도 펴진다. 보통은 머리를 약간 앞으로 숙이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책을 봐야 하고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머리를 앞으로 숙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머리는 생각보다 무겁다. 5kg 정도 된다고 한다. 볼링공이나 어지간한 과일 선물 세트가 그 정도 무게다. 5분 정도만 들고 있으라고 해도 팔이 아플 정도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그 무게의 머리를 앞으로 숙이면 그 무게를 받치기 위해서 근육이 수고해야 한다. 목 근육이 일차적인 수고를 하게 되고 목 근육만으로 부족하면 어깨 근육, 등 근육까지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저녁이 되면 한 것도 없는데 등 근육이 뻐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배를 집어넣는 것이나 가슴을 들어 올리라는 말은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도무지 실전에서는 그렇게 안 되는 것이다. 생각을 해보지 않고, 방법을 가르치지 않고 지도자 입장에서 주문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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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터득한 업라이팅의 가장 좋은 방법은 반대로 배에 힘을 빼서 바지 벨트가 헐렁해지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사진 Pixabay]

댄스를 할 때 배를 집어넣으라는 주문도 수없이 받는다. 심지어 강사가 손가락으로 앞에서 배를 찌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그때뿐이다. 직접 배를 집어넣으라고 하면 대부분은 배는 일시적으로 집어넣지만 숨을 멈춘다. 그래 가지고는 오래 견딜 수가 없다. 몇 스텝 하고 나면 숨을 쉬어야 하므로 도로 배가 나온다. 이 방법으로는 백날 얘기해 봐야 도루묵이다. 이 방법의 또 다른 문제점은 배는 집어넣지만 오히려 다른 부위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힘을 주면 몸이 경직되어 버리는 것이다. 숨을 쉬려고 배는 다시 나와도 다른 부위는 힘이 그대로 들어가 있게 되어 더 나쁜 결과가 나온다.


끊임없이 수련하고 몸도 만드는 선수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배가 나오는 것이 정상이긴 하다. 나이가 들면서 관리하지 않으면 배가 점점 더 나온다. 어찌 보면 중력의 법칙에 가장 순응한 편안한 자세일지 모른다.


내가 체험하고 나름대로 터득한 업라이팅의 가장 좋은 방법은 반대로 배에 힘을 빼서 바지 벨트가 헐렁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배를 집어넣는다는 느낌보다 배를 위로 끌어 올려서 허리 벨트가 느슨해진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위로 스트레칭해서 업라이트 포지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상체와 헤드까지 스트레칭이 되어 올라선다. 다른 부위에 힘도 안 들어가고 오히려 힘이 빠진다. 그렇게 되면 몸도 가벼워짐을 느낀다. “힘 빼는 데 3년 걸린다”는 말이 있지만 요령을 모르면 10년이 넘어도 힘을 못 뺀다. 허리가 느슨해지면 바지가 흘러내리려 한다. 모던 경기복을 입을 때 멜빵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자의 경기복인 연미복에는 그 외에도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상의 안쪽으로 바지를 잡아주는 단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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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다리가 길게 보이는 것이 보기에도 좋다. 다리 길이야 타고 나는 것이지만, 순간적인 시각적 효과로 다리의 길이를 길게 보이게 하는 방법이 바로 명치부터 다리인 것처럼 연결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진 Pexels]

배가 나오면 안 되는 이유는 댄스는 ‘명치 아래가 다리’라는 개념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다리야 골반 밑에 붙어 있는 두 다리가 다리지만, 시각적으로 다리가 명치까지 연장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연미복도 그런 효과를 위해서 바지가 명치까지 올라온다. 일반적으로 다리가 길게 보이는 것이 보기에도 좋다. 다리 길이야 타고나는 것이지만, 순간적인 시각적 효과로 다리의 길이를 길게 보이게 하는 방법이 바로 명치부터 다리인 것처럼 연결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배가 나오면 그 선이 끊어져 보인다. 다리에서 명치까지 자연스럽게 상체로 연결이 안 된다. 발끝에서 명치까지의 라인은 아무래도 다리가 뒤에 있을 때 가장 돋보인다. 고관절이 평소에는 접혀 있고 펴지면 더 이상 초과해서 구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배만 집어넣으면 발끝에서 고관절이 펴지면서 명치까지 라인이 한눈에 연결되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다.


배가 들어가면 허리가 늘어나 춤추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아진다. 배가 나와 있으면 춤이 밑으로 쳐지는 느낌이 들지만, 배가 들어가면 경쾌하게 들어 올려지는 느낌이 난다. 허리가 힘이 빠져 있으므로 허리의 유연성도 좋아진다. 몸 전체적으로도 바지가 흘러내리는 느낌의 업라이트 포지션을 하면 몸에 힘이 빠지므로 몸이 유연해진다. 그러므로 라틴댄스 스탠더드 댄스 공히 업라이트 포지션은 필요하다.


댄스 경기장에 가 보면 선수들의 바른 자세나, 오랜 선수 생활을 거쳐 심사위원이 된 사람들, 댄스 강사들을 보게 된다. 한결같이 가슴을 편 자세를 보며 그간 움츠렸던 자세를 펴게 한다. 이 자세를 잘 유지하면 평생 가는 재산이 된다. 남 보기에도 좋지만, 바른 자세가 되어야 혈액 순환 등 신진대사도 원활해진다. 밥 먹고 웅크리고 있으면 소화도 안 되지만, 뒷짐 지고 허리를 편 상태로 동네 한 바퀴 돌고 나면 소화가 잘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