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세일즈도 언택팅…구두 닳도록 뛰던 시절은 갔다

[비즈]by 중앙일보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25)

대학 개강이 미뤄지기 시작한 즈음 모 대학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다. “평소 강의 스킬이 부족하거나 10년 된 강의 노트 그대로 강의하던 교수들은 동영상 강의에서 이제까지의 문제가 역력히 드러났습니다. 동영상 강의가 낯설어 누구나 어렵긴 하지만 강의 실력과 학생을 대하는 정성과 태도 등 전반이 민낯으로 평가되는 셈이죠.”


강의를 동영상 회의 플랫폼으로 진행하는 입시 학원에서도 그렇다. 평소보다 더 철저히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연구와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만족도가 더 높은 경우도 많다.


이런 때아닌 새로운 ‘평가’ 기준이 생긴 이유가 뭘까? 왜 강의는 더욱 긴장감이 높아지게 된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관통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중요한 말은 만나서 하자”는 옛말이 되었다. 헤어지며 “중요한 말은 톡으로 하자”고 하는 시대이지 않은가? 중요한 대화는 ‘기록’에 남길 수 있는 매체를 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대면의 큰 트렌드에 세일즈 현장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논하기 전부터도 언택트 시대는 하나의 흐름이었고, 많은 세일즈맨들은 고객들을 대면할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고 호소해 왔다. 그래도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비대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와 프로세스의 변화를 모색해 오지 않았다. 이번 ‘기회’가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채널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하게 한 셈이다.


대면하지 않고 어떻게 설득하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할까? 라는 질문은 쉽게 결론 날 주제는 아니다. 더구나 고객과의 만남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면 세일즈 기회가 오히려 질적으로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대면 세일즈에서 비대면 세일즈로 ‘변화’된 것이 아니라, 대면 세일즈와 비대면 세일즈가 병행되는 시대로 해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결국 비대면의 세일즈 과정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고, 세일즈 프로세스의 피할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는 점이다.


만나서 자신을 소개하고, 우리 제품과 서비스의 강점을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할 때는 ‘만남’ 그 자체를 세일즈하는 단계를 거쳐야 했다. 그래서 “꼭 한번 뵙고 00 제안을 드리고 싶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고객도 낯설지 않았고, 만나서 이런저런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서 이제는 고객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세일즈맨 자신에 대해 초기에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가를 ‘만남’ 이전에 어느 정도 해결해야 하는 시대이다. 세일즈맨의 실력이 더 극명하게 나누어질 수 있다. 세일즈맨의 ‘실력’이 고객에게 더 투명하게 보일 것이다.


세일즈는 주로 1대1의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다수의 의사결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제외하면 비대면 활동은 텍스트에 기반을 둔다(물론 앞으로는 영상이 더 중요한 채널이 될지 모르지만 현재로썬 고객이 썩 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비대면 세일즈 활동에서는 이를 ‘텍스트 커뮤니케이션(Text Communication)’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이메일을 쓰는 것에서부터 제안서 작성, 문자나 톡에서 이루어지는 고객 소통 등 ‘활자’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 들을 의미한다.


정해진 틀에서 ‘정보’만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서 ‘대면’에서 거두고 싶었던 ‘관계 형성’의 ‘소통’, 즉 고객에 대한 이해와 관심, 자연스러운 동의 과정을 통한 설득 등의 콘텐츠가 함께 구성되어야 한다. 실시간 메신저(카톡) 등에서는 더욱 그렇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글 속에서의 ‘뉘앙스’는 기록에 남는다. 오해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소통의 일부이다. 미리 ‘써 둔’ 영혼 없는 활자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그리 썩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일즈맨의 실력은 크게 ‘이해’와 ‘전달’의 측면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이해, 고객 관점의 이해, 시장의 이해 등이 ‘이해’의 영역이다. ‘전달’은 ‘이해’된 내용을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여 고객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과정의 문제로 주로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다. 오프라인 강의보다 온라인 강의에서 강사의 ‘실력’이 더 낱낱이 드러나 보이듯, 세일즈맨도 비대면 활동에서는 자신의 ‘실력’이 더욱 섬세하게 드러날 것이다.


세일즈맨이 제대로 실력을 키워야 할 때이다. 마케팅팀, 기획팀, 개발팀에서 전달한 ‘자료’를 단순히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으로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이 비대면에서도 가능하기 위해서는 00회사의 XX대리로 자신을 소개해서는 어렵다. 단순히 업계 1위의 회사의 제품으로 표현해서는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없다. 단순한 ‘정보’ 제공만으로는 비대면 상황에서 고객과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단히 몇 가지의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의 주제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진행 프로세스나 제품 및 고객 상황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공통적인 부분으로 볼 수 있는 주제이다).


▶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는 소개(자기소개, 회사와 제품 소개) - 고객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되, 진정성이 있는 ‘정의내리기’ 기법 활용


▶ 고객의 상황에 대한 이해 – 고객의 욕구와 제품과 서비스의 이점을 결합하여 3~5가지로 축약한 표현(고객 관점의 기대효과)


▶ 제안의 객관성과 고객지향성, 전문성의 확보 – 제안에 앞선 기준과 원칙의 제시


▶ 제안의 프로세스 그 자체에 대한 고객 이점 표현(왜, 우리의 제안, 설명, 정보 제공에 귀 기울여야 하는가)


더불어 이러한 주제들은 정형화된 형태가 아닌, 개별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형식과 채널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분명 ‘만남’ 없이 고객과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트렌드가 그렇고 비즈니스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고객을 이해하고,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된 ‘활자’로 작성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일즈 조직과 기업에서는 고객과 일대일로 소통하는 세일즈맨에게 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텍스트 커뮤니케이션 역량 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 고객과 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 등이 녹아있는 제대로 된 고객 소통 역량이 이번 기회에 더 확연히 잘 드러나게 될 것이다.


구두가 닳도록 고객을 만나는 것만이 정답이던 시절과 다르므로, 고객이 세일즈맨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인식도 달라졌음이 더 확연히 드러나는 시기이다. 그렇다면 세일즈도 당연히 그에 맞추어 준비해야 한다.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